[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에 이어 급기야 자신의 자필 탄원서가 유출되는 사고까지 벌어져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대한 비판을 연일 쏟아내면서 극한 갈등이 벌어진 가운데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저는 대통령이 플랜을 짜고 실질적으로 주도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 전 대표 인식은 자기가 쫓겨난 상황을 당내 민주주의를 말살한 쿠데타라 생각하고 있고, 당내 주류들은 쿠데타가 아니라 당헌당규에 입각해서 민주적으로 절차를 밟은 것이다는 입장이다"이라면서 "지금처럼 대통령실이 계속 침묵 상태에 있으면, 사실상 시인하는 게 돼버려 정말 대통령이 주도했는지 문제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해야 된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그는 "내부 총질 문자가 공개되고 나서는 갑자기 궐위로 바뀌었다. 이 전 대표가 원인이 아니라 다른 원인 때문에 돌변했다"면서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이 이걸 주도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전 대표는 (대통령실의) 무대응으로 인해 사실상 대통령이 자기를 쫓아내는 걸 주도했다고 생각하여 국민들한테 계속 알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대통령실을 향해 "국정운영을 하면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가 부각되게 하는 게 대통령실의 주된 임무인데 이런 방식으로 이 전 대표를 쫓아내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부연하며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더욱이 그는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정치적 타협의 여지는 아직 완전히 죽은 건 아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는데 "실제로 대통령께서 주도했다면 '루비콘 강'을 건넌건데, 저는 대통령이 주도했다고 보지 않는 게 이 전 대표를 쫓아내는 게 너무 엉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 의원은 "(사실) 그냥 의심만으로 윤리위원회 징계를 때려버리고 '문자'가 나왔다고 해서 갑자기 이 전 대표 쫓아내는 국면으로 바꾼 엉성한 작업들을 했다"면서 "만약 대통령이 주도하고 대통령실의 정무적인 사람들이 이걸 봤다면 이렇게 엉성하게 안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대통령 스스로가 본인한테 도움 안 되는 일을 왜 하겠나"고 반문했다. 

심지어 그는 윤 대통령의 측근에서 이 전 대표에게 당대표직 사퇴를 놓고 수사 무마를 제안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대통령은 경찰에 전화 못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솔직히 팩트가 나왔는데 기소를 못하게 하려면 수사를 조작해야 되는데, 수사관들은 한두 명이 아닌데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랬다면 굉장히 뻥이 센 사람이다. 이런 사기꾼 같은 사람을 잡아내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한편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밤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하여 "사태의 시발점은 내부총질 문자 보낸 것이고 열람하는 과정에서 그게 노출된 것인데, (솔직히) 그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끊고 사과했으면 됐는데 회피했다"면서 "(사실) 유감 표명이나 해명이 있었으면 여기까지 (저도) 안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상황 일으킨 사람이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내부총질 문자, 체리 따봉에 대해 아무런 입장이 없는 상태다"면서 "이 자체가 비정상인 것"이라고 불편한 심경임을 내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앞으로도 윤 대통령은 해명이나 사과를) 안할 것이라고 본다"고 예측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특징은 아마 정치의 실종인 것"이라고 지적하며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