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정치, 정치와 문학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정치라고 하며, 정치학 법률학 이외의 학문으로서 인간의 정서와 사상을 문자로 빌어 나타내는 것을 문학이라고 한다. 즉, 정치와 문학은 학문적인 갈래에서는 이질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나 정치가 현실을 반영하듯이 문학 또한 현실에서 동떨어질 수 없다는 동질성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

그리 쓸 게 없느냐고 투정할 독자들도 있겠지만 문학의 이름을 빌어 정치판을 까발리지 않고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우리가 뽑은 소위 선량들이 하는 짓들은 진작 개판을 넘어서고 말았다.

사회적 갈등을 면밀히 살펴 풀어야할 그들은 삶에 지친 백성들이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건 말건, 전동차에 몸을 던지건 말건, 작은 여인숙 방에서 일가족이 농약을 마시건 말건 그 잘난 유행어인 차떼기니 사과상자 박스 속에 박혀 부끄럼도 없이 이전투구(泥田鬪狗)로 한 해를 허송하다 드디어 총선이 다가오자 어느 당은 몰염치하게 경상도를, 또한 어느 당은 후안무치하게 전라도 운운하면서 지역감정을 슬슬 부추기는 것으로 보아 전라도 경상도 사람들은 너무나 어수룩하여 무엇이나 빼앗아 먹기 좋은 봉(鳳) 쯤으로 여기고 있으니 경상도 울산시민으로서 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

〈어느 속 얕은 놈들이 / 경상도가 어떻고 전라도가 어떻고 / 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대는지 / 우리야 나루 건너 사돈이고 앞산 너머 선산이 있어 / 죽으면 지리산 산죽(山竹)되어 다시 만날 한 몸이니. (전남 출신 나종영 시인의 시, ‘목넘나루’ 한 부분)〉

동서분단의 근원을 신라의 삼국통일에서 찾기도 하고 고려 태조 왕건의 십훈요(十訓要)를 근거로 드는 이들도 있지만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그 이유가 쉽게 나타난다.

60년대의 4.19와 정권욕에 사로잡힌 경상도 출신 군인들에 의한 군사쿠테타, 70년대에 박정희 김대중 두 대통령 후보의 대결과 18년 간의 군사정치, 또 다른 군사쿠데타로 80년 서울의 봄이 물거품이 되면서 일어난 광주민중항쟁의 상처 등 우리의 지역감정은 지역집단이기주의와는 그 궤를 달리하며 군사문화가 낳은 최대의 기형아로서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이라고 정의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90년대에 이르러 문민정부니 하는 친근한 이름들이 대두되었지만 정작 민의(民意)의 대변기관인 국회구성원 중 많은 인물들이 구시대 군사문화의 추종자들로 채워져 있어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 부활이라는 버려야할 습관들을 어김없이 등장시켜 순박한 민심을 헷갈리게 했다.

문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일부 무리들의 정의(定義)로 인하여 보수.혁신과 참여.순수의 갈등이 존재하는 이중적 구도로 만들어졌지만 양쪽 공히 문학의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거나 서정이 제외된 공허한 목소리들을 문학의 이름으로 위장했던 무리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또한 그들은 정치인들처럼 작품에서만은 동서지역분할을 부추기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으며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너와 나 지역 구분 없이 한 마음이 되어 민족 최대의 비극적 사실과 숨막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하여 생산한 문학작품으로 인한 구금, 체포, 투옥, 고문의 악순환까지 의연하게 감내하여 왔다.

〈냉장고 속의 김을 꺼내 적당히 기름칠을 하며 / 사이좋게 나누어 먹다 보면 / 무엇이 부안 김인지 남해 김인지 나누고 고를 겨를 없이 / 우리는 뒤섞여 있다.(경남 출신 최영철 시인의 시 ‘부안 김’ 한 부분)〉

올해는 대선이,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많은 정치인들은 전라도 경상도의 수호신인양 하면서 동서분할을 즐기는 정당을 등에 업고 나타나 그 지역을 밑천으로 분명 국회에 진출할 것이며 얼마 후 우리들을 또 속았다고 가슴을 칠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게도 그것이 문제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