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검> 이건희 회장의 위기탈출 해법 찾기

2008년 연초에는 아무래도 ‘특검’이라는 두 글자가 여론의 최대 관심사일 듯 하다. 대통령 선거와 연말 각종 행사가 마무리되면서, ‘이명박특검’과 ‘삼성특검’에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특검’의 경우 이미 맥(?)빠진 형국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특검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관심은 ‘삼성특검’에 더욱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검찰 수사를 통해 김용철 변호사(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의 폭로 내용 중 상당 부분의 혐의가 포착된 마당이어서 더욱 그렇다. 때문인지, 연초부터 재계에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위기탈출 해법 찾기’를 두고 말들이 많은 모양새다.


위기 때마다 꺼내든 이벤트성 카드, 이번에는 무엇이 나올까
친(親)기업 성향 이명박 정부 출범하면 흐름상 사건 최소화?

▲ 지난 2007년 12월28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주최한 경제인 간담회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활짝 웃고 있다. <사진/주간사진공동취재단>
삼성특검 수사가 초읽기(1월3일 현재)에 들어간 만큼 최장 1백일이 넘는 수사기간 동안 어떤 내용이 부상하게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런 이유에서 이 회장은 물론 삼성그룹 핵심 최고위층이 어떻게든 이번 위기를 넘기기 위한 해법 찾기에 분주할 것이라는 시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여론 무마용 카드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인다는 게 재계 일각의 시선이다. 조준웅 특검이 임명 초기 시사한대로 ‘이 회장의 직접 소환’까지 점쳐질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특검팀 사무실이 이 회장 자택이나 태평로 사옥과 인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을 택했다는 점은 수사가 흐지부지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을 이끌어 내고 있다.

더구나 지금까지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들었다는 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예컨대, ‘X파일 사건’에서 불거진 불법정치자금 제공 의혹으로 집중포화를 맞는 가운데 발표한 ‘8천억 사회 환원 약속’이나 삼성공화국 논란 속에서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꺼내든 ‘임직원의 사회봉사활동 의무화 방침’, ‘구조조정본부의 축소?개편’과 같은 이벤트성 카드가 이번엔 다시 등장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 예인선의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까지 터져 나온 상황에서 여론 무마용으로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이 회장의 직접적인 공개 사과 발표밖에 없다’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현재로서 가능성이 낮은데다 그나마 시기도 놓친 상태다. 여론에게 먹혀들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이 회장 등 삼성그룹 최고위층의 도피성 장기 해외 외유도 이번에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상태이고, 이는 특검 수사 과정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은 지난 2005년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6개월간 해외 장기 외유길에 올랐고, 2006년9월에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 재판을 앞두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도피성 외유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호사가들은 또 다른 위기탈출 카드로 이 회장의 일선후퇴나 이학수 부회장을 포함한 핵심 최고위층의 퇴진을 입방아에 올리고 있다. 이미 시민단체들이 이 부회장 퇴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만큼 여론 봉합용으로는 이만한 카드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일 뿐,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는 친(親)기업적 성향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꾸릴 새 정부 출범을 이 회장의 마지막 카드로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검의 이번 삼성 비리 의혹 수사가 워낙 방대한 탓에 사실상 현 정부에서 마무리되기 어렵다고 본다면,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유야무야 수사의 수위가 낮아질 수 있지 않겠냐는 시선인 것이다.

더구나 특검 수사 대상자로 거론되는 황영기 전 우리은행장(삼성그룹 비서실 출신)과 지승림 전 삼성중공업 부사장 등의 삼성맨들이 잇달아 대통령직 인수위에 포진하면서 차기 정부 내에 ‘친삼성’적 기류가 조성되지 않을까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 한 몫 거드는 형국이다.

MB 등장에 해법 찾나

때문일까. 김 변호사의 폭로가 터져 나온 이후 대내외 행보를 완전히 자제했던 이 회장도 웃는(?) 얼굴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당선인이 주최한 경제인 간담회(2007년 12월28일)에 참석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1월19일 아버지이자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20주기 추모행사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이 회장은 간단하긴 했지만 이번 삼성 비리 의혹 사건을 의식한 듯 일종의 사과성 발언으로 주변 환기에도 나선 모습이다.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 자리였던 만큼 대중을 향한 공개적인 발언은 아니었지만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당선인에게 한 발언이긴 했지만 여론을 염두해 둔 일종의 제스쳐였을 수도 있다는 게 일각의 분석이다.

아무튼 이런 일련의 상황을 놓고 볼 때, 일각에선 이 회장이 굳이 먹혀들 해법 찾기에 힘들이지 않아도 흐름상 이번 사건의 데미지를 최소화하고 넘어갈 수 있지 않겠냐는 입방아도 나돈다. ‘경제 1순위’ 정책의 차기 정부로 칼자루가 넘어간 것이 이 회장으로서는 가장 안심할 수 있는 해법이 아닐까 하는 배경에서다.

초읽기에 들어간 삼성특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 낼지, 당분간 이 회장의 위기탈출 노림수를 둘러싸고 호사가들의 이런저런 얘기들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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