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희망밴드 미만 유력
박재욱 대표 공언대로 IPO 강행할까

박재욱 쏘카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쏘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쏘카
박재욱 쏘카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쏘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쏘카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상장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자신하던 쏘카의 IPO 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참패’ 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희망한 것보다 낮은 범위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4일과 5일 양일간 유가증권시장(KOSPI·코스피)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그러나 경쟁률이 100대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특히 참여한 기관 다수가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쏘카의 총 공모주식 수는 455만주(신주 100%),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3만4000원~4만5000원이었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1547억원~2047억5000만원, 시가총액은 1조2060억원~1조5943억원이다.

일찍부터 제기됐던 고평가 논란에 대해 박재욱 쏘카 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모빌리티 플랫폼 중 쏘카가 유일하게 올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또한 예심을 신청한 당시보다 (증시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조정이 많이 들어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결국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국내주식 시장이 최악의 상반기를 보내면서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고 있어 결국 쏘카도 IPO 일정을 변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해 상장을 철회했고, 이후 약물설계 전문기업인 보로노이도 지난 3월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면서 상장을 철회, 대명에너지도 같은 이유로 상장을 철회했다. 다만 양사는 공모가를 크게 낮춰 다시 상장에 도전했다.

5월에는 SK스퀘어의 자회사인 SK쉴더스, 원스토어가 상장을 철회했고, 태림페이퍼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증시 변동성과 불안성이 커 상장 철회를 결정했고,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상장 추진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남겼다.

상장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박 대표는 “현재 증시가 어려운 건 맞지만 모빌리티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중요한 시기를 놓칠 수 없었다”며 “공모를 철회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었다.

쏘카가 박 대표의 공언대로 IPO 절차를 강행한다면 오는 9일 공모가를 확정 발표한 후 10일부터 11일까지 일반청약을 진행한다. 8월 중 상장 예정이며 상장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 인수회사는 유안타증권이다.

공모는 전량 신주 발행을 통해 이뤄지며 일반 투자자들에게 할당된 주식은 364만주,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 비중은 전체의 16.28%다.

일각에서는 쏘카가 공모 물량을 줄이고 공모가도 더 할인해서라도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밸류체인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M&A와 신규사업·신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설립된 쏘카는 카셰어링 사업 및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 주차 서비스 등을 비롯한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 약 79%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쏘카의 대표 상품은 쏘카존(대여장소)에 주차된 차량을 쏘카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 제어해 최소 30분부터 10분 단위로 이용 가능한 ‘단기 카셰어링’이며, 1개월 단위로 구독하는 ‘쏘카 플랜’ 서비스도 제공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 외에도 전기자전거 공유 플랫폼 ‘일레클’, 온라인 주차 플랫폼 ‘모두의주차장’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쏘카는 끊김 없는 이동 서비스를 표방하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사업 전략을 토대로 슈퍼앱 전환을 통해 이동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올해 안에 쏘카 앱 내에서 KTX 예약을 연계하는 것을 시작으로 카셰어링과 전기자전거 서비스, 공유 주차 플랫폼은 물론 숙박 예약 기능 등을 연계해 다양한 소비자들의 이동 수요를 충족하는 슈퍼앱으로 진화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차량 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차량 관제 시스템(FMS)을 서비스화해 높은 마진의 신규 매출원도 확보한다. FMS를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전환해 차량 등 이동 수단(Fleet)을 운영하는 물류, 운송 기업 등에 솔루션 형태로 제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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