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등의 여파로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성폭력 관련 사건이 유독 빈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 어수선하고 각박한 사회상을 반영하듯, 갖가지 성폭행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경찰 사칭 성폭행범도 3월 31일 서울 동부경찰서는 한밤에 주택에 침입해 22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강간 등)로 정모(3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장물을 시중에 유통시킨 유모(50)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정씨와 김모(29)씨는 지난 12일 새벽 3시께 서울 자양동 김모(25)씨 집에 들어가 김씨를 회칼로 위협하고 현금 15만원을 뺏는 등2001년 9월부터 최근까지 22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360여차례에 걸쳐 7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4월 2일 부산 서부경찰서는 청원경찰 흉장을 가지고 다니며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을 사칭, 채팅을 통해 유인한 부녀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김모(25)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달 18일 오후 10시30분께 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박모(25)씨를 승용차에 태운 뒤 경찰흉장과 비슷한 청원경찰 흉장을 보여주며 성폭행을 시도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17명을 유인해 7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지난 24일에는 미성년자 이모(18)양을 유인, 집으로 찾아가 부모에게 '딸이 윤락을 하려했다'며 확인각서를 받는 대담함도 보였다. 김씨는 채팅을 통해 돈을 주겠다며 여자들을 불러낸 뒤 이중 마음에 드는 사람만 골라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4월 3일 부산 서부경찰서는 윤락행위단속 경찰관을 사칭해 미성년자와 여대생 등 70여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김모(35)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PC방을 돌아다니며 채팅으로 '돈을 줄 테니 성관계를 맺자'고 유인한 여성들을 상대로 '채팅 윤락행위 함정단속반'이라고 속여 성폭행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은 대학생, 학원강사, 회사원, 미성년자 등 확인된 사람만 2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4월 4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4일 등교하던 이모(11)양을 유인, 인근 빌딩으로 끌고가 성추행하려 한 박모(49)씨를 성폭력범죄법 위반(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모양의 어머니 이모(33)씨는 3일 오전8시께 딸을 등교시키던 중 박씨가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이양에게 접근, "길을 모르니 집을 찾아달라"고 유인, 인근 2층 빌딩으로 데려가자 수상히 여기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박씨가 빌딩 안으로 들어온 자신을 보고 도망치기 시작하자 500여m 가량 추격하다 마침 순찰차를 타고 지나던 경찰과 함께 박씨를 검거했다. 박씨는 조사를 받던 중 어머니와 함께 신고자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에 온 조양이 "맞아요. 저 아저씨예요"라며 2년 전 자신을 성추행한 박씨를 범인으로 지목하자 순순히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조양의 어머니 이씨는 2001년 10월 딸이 등교하다 박씨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매일 딸과 함께 등하교를 해왔다. 휴대폰 사진기로 사진을 찍기도 서울 강동경찰서는 부녀자를 납치한 뒤 성폭행 장면을 찍은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은 혐의로 이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는 지난 2월 11일 오후 1시쯤 그동안 사귀어 오던 주부 이모(31)씨를 끌고 다니며 자신의 휴대전화에 부착된 사진기로 찍어둔 성폭행 장면을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해 4차례에 걸쳐 모두 4천만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필리핀 등에서 카지노 도박을 해왔던 이씨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주부 이모씨는 최근 성폭행을 당하며 카메라폰에 찍힌 사진을 남편의 휴대폰과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범인의 협박에 4천만원을 건네줬다. 이씨는 경찰에서 "범인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될 것이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한편 창원에서는 여성만 사는 원룸과 단독주택을 골라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일삼은 30대에게 무기징역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최인석부장판사)는 9일 창원지역을 돌아다니며 혼자 자고 있는 부녀자 집에 침입, 상습적으로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37)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를 적용,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는 팔용동과 봉곡동, 반지동 등 창원지역 전역을 돌아다니며 부녀자 집에 침입, 강도행위를 하고 신고를 못하게 하기 위해 성폭행 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밝혀진 피해자가 10명이 넘고 김씨가 강도상해와 강도강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과가 있음에도 또다시 범행을 저질러 중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해 10월10일 새벽 귀가하는 장모(31)씨를 미행해 원룸에서 혼자 사는 것을 확인한 뒤 복면을 착용하고 침입, 장씨를 위협해 현금과 신용카드를 빼앗고 성폭행하는 수법으로 11명의 여성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4월 10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운전교습생을 성폭행하고 돈을 뜯은 혐의로운전학원강사 이모(33)씨를 구속했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교습생 29살 조 모씨가 아버지로부터 10억원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을 알고 접근해 함께 술을 마신 뒤 만취한 조씨를 성폭행하고 이를 동네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5천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는 뇌진탕으로 의식을 잃은 직장 부하 직원을 성폭행한 30대 직장인이 뒤늦게 붙잡히기도 했다. 4월 21일 경찰에 따르면 노모(38)씨는 지난 2월 7일 오전 2시께 술집에서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하고 나오던 중 여직원 차모(30)씨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머리를 부딪힌 뒤 정신을 잃자 인근 여관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한 혐의다. 노씨는 차씨가 이튿날까지 깨어나지 않자 병원으로 옮겼으며 차 씨의 뇌수술 도중 검출된 정액의 DNA 검사를 통해 범행사실이 드러났다고. 물론 이 사건은 당시 '단순 안전 사고'로 접수되었지만 경찰측이 '남녀가 같이 잤다'는 점을 중시, 피해자 측의 동의를 얻어 차씨의 질 내 체액검사를 국과수에 의뢰하면서 밝혀진 것이다. 조사 결과 회식 당시 자리에는 남자 직원 3명과 차씨 등 모두 4명이 같이 있었지만 다른 남자 직원 등 2명은 해외 출장 등의 일정이 있어 귀가하고, 노씨가 쓰러진 차씨를 인근 여관으로 데리고 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남녀 모두 의식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어 강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인 차씨는 올 가을 결혼할 예정이며 노씨는 기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노씨에 대해 준강간 혐의로 이날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준강간은 심신이 상실되거나 약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강제로 성폭행을 하는 것으로 강간과 비슷한 형량이 적용된다. 4월 21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연예인으로 데뷔시켜주겠다고 속여 연예기획사에 온 지망생들을 성폭행하고 돈을 뜯어온 혐의로 김모(3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 1월 서울 반포동 자신이 운영하는 기획사 사무실에서 최모(24)씨에게 연예인으로 데뷔시켜주겠다고 속인 뒤 성폭행하는 등 연예인 지망생 여성 3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또 지망생 오모(24)씨 등 13명의 명의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 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4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피해자들 중에는 여대생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면제 먹이고 성폭행 하려 했으나 실패 4월 22일 경기 성남중부경찰서는 대학 도서관에서 여대생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하려 한 문모(31)씨를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문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2시30분께 경기 성남시 수정구 K대 도서관에서 임모(23)씨의 물통에 미리 준비한 수면제를 넣어 임씨가 잠든 뒤 데리고 나가 성폭행하려고 한 혐의다. 문씨는 그러나 물을 마신 임씨가 졸기만 할뿐 별다른 반응이 없자 다시 휴게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구입, 수면제를 탄 뒤 마시라고 권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씨는 물을 마신 뒤 머리가 아픈데다 음료수에서 이상한 맛과 냄새가 나는 것을 수상히 여겨 문씨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요구, 친구에게 전화하는 척하면서 발신자번호를 남긴 뒤 이튿날 물통, 음료수의 성분분석요구와 함께 문씨의 전화번호를 경찰에 제출했으며, 문씨는 한달간에 걸친 경찰의 추적 끝에 붙잡혔다. 4월 23일 서울 중랑경찰서는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공익근무요원 배모(2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배씨는 지난 18일 오전 5시쯤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곽모(18)씨를 서울 중화동 모 여관으로 유인해 성폭행한 뒤 신고하지 말라며 사진을 찍는 등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6월부터 여성 20여명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4월 30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재미교포 음악가 행세를 하며 부녀자를 유인, 성폭행한 혐의(강간치상 등)로 이모(3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3시께 인터넷 채팅을 통해 회사원 권모(24)씨에게 "줄리어드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뉴욕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있는데 대학강의 때문에 한국에 왔다"고 속여 만나 술을 마신 뒤 서울 강남구 삼성동 I고시원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100만원을 빼앗는 등 같은 수법으로 20대 여성 5명을 성폭행하고 현금과 신용카드를 빼앗아 1억원 상당을 사용한 혐의다. 조사결과 이씨는 명품구두와 고급양복을 입고 "아버지가 미국에서 큰 사업을 한다"며 재력가 행세를 해 호감을 산 뒤 술을 먹이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중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이씨는 서울 이태원에서 술집종업원으로 일할 때 익힌 영어를 술자리에서 사용하며 재미교포 행세를 했는데 피해자중에는 영어강사와 영어를 전공하는 대학원생도 있었다"고 밝히고 "피해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폭행 사건과 관련, 조사과정에서 피해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않은 경찰관에게 특별인권교육을 받으라는 인권위의 첫 권고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4월 3일 성폭행 피해자 김모(37.여)씨가 경찰조사를 받던 중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진정한 인천 남동경찰서 소속 이모 경찰관에게 특별인권교육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특별인권교육은 일반적으로 실시하는 교육과 달리 인권위가 개별 사안에 맞게 마련하는 인권교육 프로그램으로, 권고대상자가 인권위 권고를 거부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설명해야 한다. 인권위는 경찰관 이씨가 성폭행 피해의 후유증으로 반혼수상태이던 김씨를 조사하면서 아무런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이씨가 극히 예외적으로 실시해야 할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대질 조사를 공개된 형사계 사무실에서 실시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모멸감, 불안감, 성적수치심 등을 느끼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씨의 이같은 조사가 경찰청의 '성범죄 수사시 피해자 보호에 관한 지침'을 위반하고, 헌법 10조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보장'을 침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을 성폭행했던 남성을 신고한 뒤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조사를 받아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현행 경찰청의 지침과 유엔총회가 채택한 '법집행관 행동강령'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는 수사과정에서 경찰관의 적극적인 보호와 배려가 없을 때 제2의 고통을 당할 수 있으므로 성범죄 수사담당자는 진지하고 정중하게 수사에 임해 신고여성이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매매춘이나 성폭행 등 성범죄를 일으킨 사람들 가운데 죄질이 나쁜 이들은 재범을 막기 위해 주소뿐 아니라 얼굴까지 공개된다. 청소년보호위원회(위원장 이승희)는 4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는 이름과 직업, 시·군·구까지의 간단한 주소밖에 알려주지 않아 자녀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 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이 많았다"며 "다음 번 신상공개 때부터는 재발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에 대해 통·번지까지 적은 자세한 주소와 사진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얼굴이 공개되는 성범죄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강간, 강제추행, 성매수 알선, 음란물제작 등이다. 그러나 이승희 위원장은 "범죄자 신상 공개가 이중처벌이라는 지적도 있어 청소년 성매수범 등 재범 우려가 낮은 이들에 대해선 교육을 한 뒤 신상공개를 면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소년보호위는 이날 네번째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643명의신상을 관보, 정부중앙청사 및 16개 시·도 게시판과 청소년보호위원회 인터넷홈페이지(youth.go.kr) 등에 공개했다. 신상이 공개된 이들 가운데는 교사, 교수, 목사, 회사 사장 등도 포함됐다. 또한 2002년 부산성폭력상담소 상담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2년 상담 접수 3081건 중 성폭력 상담이 1886건, 가정폭력이 781건, 청소년 상담이 414건이라고 한다. 전체 성폭력상담의 10.7%가 근친상간에 의한 성폭력으로 가해자는 아버지와 형제, 사촌 순으로 많았는데 대상자는 유아와 어린이가 가장 많았고, 성폭행을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경우가 62.7%에 육박한다. 특히, 피해자가 유아와 어린이 같은 경우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왜 늦게 말하냐", "그런 일은 남에게 말하면 안 된다" 등 여러 면으로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명확히 알 수가 없는데, 나이가 들어서 당시 정황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피해 여성 다수는 우울증, 분노, 불안, 자살충동 등 정신적, 정서적 피해 후유증을 앓거나, 임신, 낙태를 비롯, 심지어 가해자를 살해하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