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도 실용이지만 기초 도덕 질서 지켜야'

실용주의를 내세운 이명박 정권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참여정부 5년간 국민들은 경제실정에 실망해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으로부터 등을 돌렸고 한번 돌아선 민심은 ‘실용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서민들은 저마다 “먹고살기 힘들어 경제를 살려달라”고 아우성치고 있고,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잃고 방황하는 구직자들은 “일자리 창출로 사회양극화 극복 과제를 해결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또 “공교육을 반석위에 올려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해 달라”거나 “복지혜택을 늘려 선진복지국가로 도약을 현실화해달라”, “굳건한 안보로 다리 뻗고 자는 안보국가의 위상을 확립해달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BBK주가조작 연루의혹이나 각종 위장시리즈, 탈세, 차떼기 등의 단어로 얼룩진 ‘이명박 당선자’에게 국가운영을 맡긴 최대 이유는 무엇보다 ‘누가 뭐래도 BBK(도덕성)보다 BBQ(경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 또한 “국민을 섬기겠다. 경제를 살리겠다”며 “기대에 부흥하겠다”고 약속하고 있어 한번 믿어보겠지만 도덕적 논란을 말끔히 씻고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그 다짐과 약속을 부디 잊지 않기 바란다.

또한 이 당선자는 ‘화합 속의 변화’를 강조했다. 옳은 태도다. 이번 대선에서 그는 여러 계층에 걸쳐 고른 지지를 받았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민 통합을 이뤄내기 좋은 조건이다. 반면에 그를 믿을 수 없다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BBK 사건 등 의혹이 이어지면서 리더십도 큰 상처를 입었다. 이 당선자가 ‘겸손’과 ‘민주적 설득’을 다짐한 건 온당한 상황 인식이라 할 만하다. 그의 말대로 발전을 향한 국민의 에너지를 한곳으로 모아내는 변화는 이런 자세에서만 가능하다.

그는 경제의 선진화와 함께 ‘삶의 질 선진화’,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가는 신발전 체제’를 약속했다. 이런 약속을 구체화해 수치만의 성장이나 대기업 중심의 정책 집행, 잘사는 사람만 더 잘사는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걱정들을 씻어내야 한다.

경제를 살려달라는 서민들의 아우성은 비단 대기업 중심의 정책만을 실천해 육성하고 수출을 늘린다고 해서 또한 그것이 지표로 나타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은 갈증과도 같다.

이 당선자가 이번 대선에 대해 “이념 대신 실용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한 대목도 눈에 띈다. 그는 또 실용주의적 외교를 할 것이며, 남북관계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착오적인 이념틀을 내세워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송두리째 뒤집으려는 일부 보수세력의 강경론과는 다른 태도다. 구체적인 정책과 결정 과정에서도 이런 자세를 잃지 않기 바란다.

한미동맹도 기대된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21일 이 당선자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강화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에 탄탄대로 또한 눈에 선하다.

걱정되는 대목이 없을 순 없다. 당선자는 기초질서와 법질서를 바로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효율’도 강조했다. 이런 생각이 노동자의 파업권을 부인하고, 공권력을 사회 갈등의 해결수단으로 삼는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그가 강조한 화합과 통합은 불가능해진다.

실용을 내세워 결과만 중시한다면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온갖 갈등이나 부작용도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화합 속의 변화’와 거리가 멀다. 이 당선자는 경제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온힘을 다해 일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이 기대하는 바다. 그렇게 하면 된다.

아울러 선거과정에서 도덕성 논란에 시달린 이 당선자는 막판에 재산헌납 의사를 밝혔다.‘차떼기당’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정한 선거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대통령직인수위는 물론 청와대, 정부직 인선과 총선 공천을 놓고 자리다툼이 심상치 않다. 공기업과 사기업까지 새정부에 줄을 대려 술렁거린다고 한다. 인사, 공천을 둘러싼 로비와 불법자금 수수부터 근절해야 한다. 정권초기 이같은 모습을 다잡아 부패를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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