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 보수=우파 기회주의?

한국의 대표적 보수논객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문열(59)씨가 24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선 결과와 관련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첫 마디에서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고맙고, 기쁘다"고 했으며 “고맙다는 말에는 특별한 뜻이 있다"고 덧붙였다.

"내가 주제 넘는 연민이나 불필요한 걱정 같은 것으로 보수 논객을 자처하거나 혹은, 우파의 후원자를 자원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홀가분한 맘으로 원래 내 자리(소설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고맙게 느껴진다."

이명박 자녀 위장 취업…천민자본주의적 둔감
이명박 후보는 도덕성 조심 또 조심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른 요인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자녀 위장 취업 문제가 나왔을 때는 큰일이라고 생각했다”며 “그걸 대통령 후보가 2006년까지 하고 있었다니. 마비라 해야 할까, 주의 소홀로 보기도 어려운 도덕적 마비, 둔감 현상이었다. 그것도 참 천민자본주의적 둔감인데…. 이것이 이명박 정권에서 어떤 형태로 바뀌든, 또 나타나면 끝장이다. 이번에는 용케 용서받았고, 국민이 왜 용서해 줬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반복되면 끝이다. 이 당선자가 엄중하게 기억해야 할 거라 생각한다. 도덕성 부분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정말 깨어 있어야 한다. 조심 또 조심해서 가기 바란다."

또한 이회창의 등장으로 이미 개시된 '보수 내전'의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씨는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이 경선, 총선 과정에 많이 들어와 있다. 이걸 정리하는 과정에서 보수로의 회귀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프랑스 같은 경우도 극우파로 분류될 수 있는 세력이 15% 정도 있는데, 올 것이 왔구나 싶은 씁쓸한 기분이다."라고 대답해 이회창 세력을 ‘프랑스의 극우파’에 빗대었다.

‘진보 우파’ 가능, 보수적인 좌파도 많아.

이어 한때 세간에 화제가 됐던 ‘진보 우파’란 말에 대해 이씨는 “내용을 말한 것이 아니라 태도를 말한 것이”라며 진보라는 것은 ‘변화를 낙관하는 태도라서 “진보적인 우파, 진보적인 좌파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기본적 이념은 우파지만 그 태도는 진보적인 것”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와 달리 “좌파의 전통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40년, 50년 된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는 보수적인 좌파”가 한국에 많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따지고 보면 ‘진보 우파’란 말은 ‘실용주의적 태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실용주의’에 대해 말해 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이씨는 “실용주의의 대척점이 이념이나 이상일 것이다. 판단이나 결정을 내릴 때 이상이나 이념에 따른 선택은 현실적으로 나한테 손해나더라도 이상이 아름다우므로 이것을 한다는 것이다. 실용주의는 이상이 아름답더라도 현실적으로 불리하다면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터뷰에서 ‘진보 우파’, ‘실용 보수’ 등을 언급한 이문열씨의 이번 인터뷰 내용에 대해서 누리꾼들은 진보 우파는 우파 기회주의, 진보 좌파는 좌파 기회주의와 대체 무슨 차이가 있느냐며 논쟁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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