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재계 학자간의 舌戰 치열

다음달 12일 예정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25일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청회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융보험 계열사 의결권제한, 계좌추적권 등을 두고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를 각각 대변하는 경제학자들간에 치열한 설전이 펼쳐졌다. 그간 거듭돼 온 재계와 공정위의 의견대립과 공정위 국감에서 벌어진 여야간 설전에 이어 학자들의 이론으로 대립된 공청회였다. 이날 공청회에서 재벌개혁의 논리를 펼친 김기원 방송대 경제학과 교수와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박사, 반대입장인 재계측 안재욱 경희대 교수와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각자입장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폐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한도 축소 반대, 계좌 추적권 도입 반대 등을 거듭 주장했으며, 공정위측은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개정안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 및 폐지 안돼 임박사, “이미 출자총액제한 적용제외예외인정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와 성장잠재력 확충 등관련된 분야에 대한 타회사 출자는 한도에 관계없이 허용하고 있다” 우선 한국방송통신대학 경제학과 김기원 교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임원혁 박사는 각각 ‘재벌개혁과 공정거래법 개정’,‘공정거래법 개정안 관련 주요정책과 대안’이란 주제를 통해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방송통신대 김기원 교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현재로선 완화 및 폐지는 안되며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지배 차단과 단독주주권, 이중대표소송, 감사선임규정 변경 등의 방안이 마련된 후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출자총액제한에 관해 “이 제도에 너무 많은 예외가 설정되어 있고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을 다른 계열사로부터 출자 뿐아니라 내부유보, 채무, 주식발행에 의해서도 가능하다”며 “특정사업에 출자총액제한으로 곤란하다면 사업부로 두거나 합병해 버리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교수는 삼성전자에 대해 현재 주주분포를 볼 때 외국 자본이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삼성전자 이사의 시차임기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이 표대결을 해서 이기더라도 이사의 1/3만 교체할 수 있다고 밝히며 삼성전자에 대해 외국자본의 경영권 탈취론은 허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계열금융보험사의 의결권은 30%에서 15%로 줄여나랄 것이 아니라 0%로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아가 금융보험사를 계열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기본적으로 고객이 예탁한 자금으로 운용한 자산이므로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은 고객의 이익을 희생시켜 총수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이해상충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임원혁 박사는 출자총액제한 등으로 인해 투자를 못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박사는 “출자총액제한 적용제외예외인정을 통해 기업경쟁력 강화와 성장잠재력 확충 등관련된 분야에 대한 타회사 출자는 한도에 관계없이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4월 현재 18개 대상 기업집단의 경우 4월 기준 순자산의 25% 출자한도 중 10.4% 출자하고 있어 아직 14.6%의 출자여력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성장률의 저하가 잘못된 재벌정책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임박사는 “경제위기 이후 일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진 상황에서 재산권 침해 논란 및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어 경영권 방어수단의 추가적인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며 “성장잠재력 확충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타회사 주식매입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대기업규제 강화는 투자분위기에 역행 안교수, “독점은 정부의 인허가 등으로 진입규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진입규제부터 제거해야한다” 한편 재계측 대변자로 나선 경희대 안재욱 경제학과 교수와 삼성경제연구소 이상묵 상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공정거래법에 대한 의견’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개정안의 문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경희대 경제학과 안재욱 교수는 “최근 공정위의 대기업규제 강화시책은 투자분위기에 역행하며 그 결과 현재의 경기침체를 가속화시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교수는 “실제로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는 대기업들이 주도해야 하고 대기업들의 현금 보유도 풍부한 편이지만 출자총액제안제도 등 각종 규제로 신규투자를 염두에 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통과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안교수는 또 “개정안이 기업의 활동을 제한할 뿐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투자를 저해 시켜 국민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안교수는 “기업이 다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재산의 운용이고 재산의 운용에 관한 결정은 재산 소유자들의 권한”이라며 “따라서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기업들과 주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규제이며 재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산권 보장의 이유는 재산권이 경제성장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라며 출차총책제한제도의 경우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공정위가 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출자총액을 제한하려고 있다”며 “이는 독점의 원인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데서 비록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과 관련해 그는 “독점은 경제력 집중 자체로 발생하기보다는 정부의 인허가 등으로 진입 규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력 집중을 우려한다면 진입 규제를 제거할 일이지 기업의 활동을 규제할 일이 아니다”며 “이 같은 규제는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경제력 집중의 원인이 인위적인 진입장벽에 있었다면 이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 지적했다. 이와 함게 안교수는 “오히려 모든 사업을 한 기업 내로 내부화하는 것보다 법적으로 독립인 계열기업들이 나누어 수행하는 것이 도산 위험을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순화출자로 인한 연쇄도산 가능성은 도산 기업의 순자산 가치, 타계열 기업들의 지급보증 여부, 그리고 채권자의 대응 등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이 이 문제는 지난 98년 도입한 계열사간의 채무지급보증해소 의무화와 신규보증금지 등으로 해소돼 더 이상 이 같은 목적으로 제도를 존속시킬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상묵 상무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는 가공자본을 기초해 과도한 차입금으로 중복투자나 계열확장이 아니라 이익금을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차입금 상환에 우선하는 보수적 경영”이라며 “상황이 이렇다면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그 존립기반을 상실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전혀 새로운 목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무는 “이번 개정안은 또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행사 범위를 기존 30%에서 15%로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서 “제도 변경이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동안의 정책환경이 이러한 제도변경을 요구하는 쪽으로 변화했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는 “그러나 적대적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최근의 환경을 보면 그러한 위협이 증가한 것이 현실이지 감소했다는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면서 “이는 적대적 M&A와 관련한 정책 환경 측면에서 볼 때 금융회사의 의결권 행사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해야 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우리당은 기업투명성 강화라는 대의를 공정회 후 상임위 의결, 본회의 산정의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중 본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열린우리당 이근식 의원은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일부 세부항목에 대한 이견들이 있지만 대체로 원안 통과에 대한 당론이 집결된 상황”이라며 “다만 법의 취지에 공감한다 해도 경제현실을 도외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업의 사정을 더 들어보고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이번 공청회를 마련했으며, 앞으로도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안재욱 경희대 교수와 이상묵 삼성금융연구소 상무가 공청회에서 지적하는 방향처럼 극도로 침체된 경제여건을 무시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유지할 경우 기업투자가 더욱 위축돼 경기 악순환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공청회가 재계의 다급한 사정을 의원들에게 전달하는 장이 되도록 당 차원에서 재계의 현실을 반영한 대안들을 여당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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