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한 인사에 ‘뒷말’만 풀풀

국내 최대 패밀리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이하 아웃백)의 수장직은 가시방석인가. 지난 11월 초 정희련 사장이 돌연 사퇴했다. 아웃백에서는 정희련 사장의 사퇴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로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미국 본사의 간섭이 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3월 정인태 사장의 사퇴 이후로 1년8개월 동안 최세철, 박재홍, 캐빈 크리펜, 정희련 사장까지 무려 네 차례가 바뀐 이유에서다. 특히 뛰어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사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영에서 물러나자 사퇴배경에 대한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시사신문>은 한국 아웃백의 개국공신인 정인태 사장에서부터 최근 사퇴한 정희련 사장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사퇴배경에 대한 의혹을 추적해봤다.


최세철 사장 선임 2개월 만에, 박재홍 사장 쥐도 새도 모르게 사퇴(?)
정희련 사장 측근 사퇴배경에 “개인 아닌 본사와 갈등 있었다” 전언

▲ 최근 정희련 사장의 사퇴로 뛰어난 경영실적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사장의 잇따른 사퇴배경에 대한 의혹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사진/맹철영 기자>
아웃백이 국내 최대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기까지 정인태 사장을 빼놓고 얘기할 순 없다. 정인태 사장은 미국 본사의 투자를 이끌어내 합작투자 형식으로 1997년 3월 공항 1호점을 오픈했다.

이후 2006년 3월14일 사직할 때까지 9년 동안 76개의 매장을 보유, 2005년에는 2천2백8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 한국이 가장 큰 해외시장으로 성장한 셈이다.

정인태 사장 함구 “예의 아니야”

때문에 항간에는 아직까지도 정인태 사장의 사퇴배경을 두고 의혹의 꼬리를 물고 있다. 당시 정인태 사장의 사퇴는‘후배 양성을 위해 물러났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었으나 사퇴 발표 당일까지 회사 직원들조차 사퇴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것은 의문이 생길만한 대목으로 충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센티브 지급을 놓고 정인태 사장과 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소문이 돌았다. 한국 아웃백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던 미국 본사가 높은 인세티브로 정인태 사장과 계약했으나 뜻밖의 사업성과로 인해 본사에서 곤란해 했다는 얘기다.

정인태 사장은 이 같은 사실확인 여부에 대해서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웃백에서 나온 지 7개월 만에 한식 고기구이 전문점인 ‘불고기 브라더스’를 선보이며 컴백한 정인태 사장은 “예의가 아니다”는 이유로 전 직장인 아웃백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나 해명도 하지 않았다.

정인태 사장의 사퇴 이후 최세철 운영담당 이사가 지난해 3월 초 수장자리에 올랐다. 최세철 사장은 “내실을 다져 한국에서 아웃백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방침”이라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으나 취임한지 2개월만인 5월15일 사퇴, 원래 직분으로 돌아갔다. 최세철 사장을 대신해 박재홍 재무팀장이 그 뒤를 이었다.

정인태 사장 사퇴 이후 2개월 만에 최세철 사장마저 사퇴하자 아웃백의 인사 처리는 업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소문 중에는 미국 본사에서 최세철 사장에 대한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최세철 사장을 대표로 선임한다고 발표했으나 사업자등록상의 공식 대표로는 등재돼 있지 않았다는 것.

당시 업계의 무성한 소문 중에서 가장 설득력을 얻었던 것은 ‘미국 본사의 직접 경영을 위한 수순’이다. 정인태 사장이 보유하고 있던 20%에 가까운 지분을 미국 본사가 사면서 한국 아웃백과 미국 본사의 파트너십이 깨지고 일종의 종속관계를 성립하게 됐다는 해석이다.

많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한국 아웃백을 미국 본사에서 직접 관리하기 위해 정인태 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세철 사장 대신 미국 본사는 박재홍 사장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재홍 사장의 취임 소식은 최세철 사장의 공식적인 선임 발표와 달리 조용히 진행됐다.

CEO 실적 좋아도 아웃(?)

아웃백은 박재홍 사장과 최세철 사장이 사실상 공동대표 업무를 수행해왔기 때문에 취임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업계에 뒷말을 낳았다.

선임될 때와 마찬가지로 박재홍 대표는 퇴사할 때조차도 ‘몰래’ 이뤄졌다. 박재홍 대표의 사퇴 이후 정희련 사장이 선임되기 전까지 아시아 지역 총괄 담당인 케빈 크리펜이 임시로 한국 아웃백을 경영한 것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 정희련 전 아웃백 사장.
정희련 사장은 아웃백이 외부인사로서 처음 선임한 사례다. 아웃백은 한국코카콜라보틀링 영업총괄 부사장과 해태음표 대표이사를 지낸 정희련 사장을 지난해 9월25일 대표로 선임했다. 정희련 사장의 선임으로 아웃백은 비로소 정인태 사장 이후 6개월 만에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여 졌으나 최근 수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웃백은 정희련 사장의 사퇴에 대해 “개인적인 이유”로 밝히고 있지만 이번에도 역시 업계의 반응은 상반된다. 정희련 사장은 취임 이후 ‘100호점 돌파’와 ‘3천억원의 매출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며 열정을 보여 왔던 터라 쉽게 납득이 안 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정희련 사장은 1년여 만에 10개 매장을 확장하고 한국에서 만든 한국식 쇠고기 스테이크 메뉴를 미국과 영국, 일본으로 역수출한 성과를 거둬들였다.

그뿐이 아니다. 남다른 직원들의 배려로 정희련 사장은 사내 평가 또한 높았다. 정인태 사장만큼은 못 미치지만 정희련 사장의 성과도 훌륭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때문에 정희련 사장의 사퇴배경에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정희련 사장의 측근은 “한국적인 특성을 본사에서 이해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며 본사와의 갈등을 시사했다.

신임 사장 선임 여부 업계 관심

한편, 아웃백은 정희련 사장이 물러나자 다시 케빈 크리펜이 경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아웃백의 신임 사장 선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장이 잇달아 사퇴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웃백이 신임 사장을 선임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 된다”면서 “아웃백이 신임 사장을 선임한 후 안정화를 되찾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 아웃백 “정희련 사장만 사퇴한 것”

아웃백은 1년8개월 새 수장이 네 차례 바뀐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박했다. 최세철 사장과 박재홍 사장은 각각 상무와 대표로 아웃백 경영 현직에 있는 것만큼 사퇴의 의미로 보긴 어렵다는 것. 캐빈 크리펜 역시 현재 임시로 대표직을 맡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 총괄 담당자인 만큼 항상 함께 하는 의미로 봤을 때 정인태 사장의 사퇴 이후 정희련 사장만 사퇴한 것이 옳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웃백 관계자는 취재에 대한 직답은 피하며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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