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절반을 허니문으로

화창한 1978년 가을. 이제 막 결혼식을 올리고 제주도 바닷가를 찾은 따끈따끈한 신혼부부 갑돌(21·가명)과 갑순(19·가명)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눈만 마주쳐도 ‘불꽃’이 튀겼다. “나 잡아봐라~”를 외치며 꿈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던 두 사람은 어느날부터 집과의 연락이 두절되고 급기야 ‘신혼부부 실종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신문에까지 나게 됐다. 1978년 제주도를 들썩였던 ‘신혼부부 실종사건’. 사랑에 빠지면 “온세상을 다 얻는 것” 같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은 너무했다. 사건을 재구성했다.

눈빛만 마주쳐도 불꽃튀는 신혼
방위 복귀 날짜 무시한 '허니문'

조용한 섬마을에 스캔들이 터졌다. 19살 처녀 갑순(가명)과 21살 총각 갑돌(가명)이 스캔들의 주인공. 갑돌이의 열렬한 애정공세로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가던 두 사람은 마침내 검은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하기를 맹세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시작은 좋았으나…

1978년, 이제 막 식을 올린 갑돌부부의 고향 제주도. 신혼여행을 앞둔 갑돌과 갑순에게 시부모의 당부가 한창이다.

“며늘아~ 재미있게 잘 놀다 오거라.”
“갑돌아! 자신있냐?”
“아버지도 참, 당연하죠.”
“갑돌이 너 부대복귀 날짜 잊어버리지 말고 와야 한다.”
“알았어요. 걱정마세요.”

당시 갑돌은 방위병으로 군복무를 하던 철부지 새신랑이었다. 부모님의 당부 속에 신혼여행길에 나선 두 사람, 바야흐로 깨가 쏟아지는 신혼의 서막을 올렸다. 그렇게 갑돌과 갑순의 달콤한 허니문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신혼여행의 첫날밤, 갑돌은 첫날밤을 앞두고 급몸만들기에 한창이다. 샤워를 마친 갑순의 기척에 쏜살같이 침대에 누워 준비태세를 갖췄다. 그리고 그의 앞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수줍은 새색시 갑순이 등장했다.

“시원해?”
“네~”
“꾸물대지 말고 얼른 이리와.”
“부끄러워서...”

부끄러워하는 갑순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갑돌은 아무말 없이 갑순을 침대에 눕히고 무사히 첫날밤을 치렀다. 황홀한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마주앉은 두 사람은 더 이상 애정표현에 거칠것이 없었다.

“여보야~ 나 오른손으로 먹을까? 왼손으로 먹을까?”
“편한손으로 드세요.”
“싫어 싫어, 그러지 말고 그럼 자기가 먹여줘.”
“왜 이래요. 사람들이 다 보잖아요.”

막무가내 신랑의 앙탈에 갑순을 결국 목이기는 척 밥을 먹여준다. 인생 최고의 순간 갑돌은 갑순에게 인생이 끝나는 그 날까지 함께 할 것을 다시한번 약속한다.
두 사람의 공식 허니문이 끝난 바로 다음날 사건은 터지고 말았다. 갑돌과 갑순이 허니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이었다.

사건은 이제부터

당시 갑돌이 근무하던 동사무소에는 헌병까지 출동해 조사를 벌였고 동료 방위병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갑돌이 없다고 동사무소 문 닫는것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야.”

이 시각 갑돌은 돌아가려고 짐을 챙기는 갑순을 꼬시는데 여념이 없었다.
“여보~ 그냥 같이 있자. 나 동사무소 나가기 싫단 말이야.”
“안되니까 얼른 짐 챙겨요.”
“나 여보야랑 같이 있고 싶어. 딱 하루만 더 있다 가자. 응?”
“그러지 마세요. 제발 철 좀 들어요. 부모님 걱정하세요.”

생각했던 것보다 완강한 갑순의 반응에 당황한 갑돌은 배가 아프다고 꾀병을 부려 갑순의 마음을 돌리려는 계략을 세우고, 순진한 새색시는 갑돌의 꾀병에 속아 넘어가고 만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신혼 부부는 그렇게 또 다시 황홀한 밤을 보낸다.

하지만 행복한 허니문은 거기까지였다. 허니문이 연장되는 바람에 여행 경비가 바닥난 두 사람은 패물을 팔기에 이르고, 철없는 갑돌은 패물을 팔면서도 나중에 다이아몬드를 사주겠다고 큰소리를 뻥뻥쳤다.

무모한 허니문이 계속되면서 가난한 신혼부부는 여관과 여인숙을 전전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갑돌의 고향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신혼부부를 걱정한 갑순의 시부모가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돌아오지 않은지 8일이 넘었다구요?”
“어떡하면 좋아요. 헌병대가 날마다 와서 난리에요.”
“무슨 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요?”

하지만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또 며칠이 지나도 신혼부부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찌된 영문일까.
그 시각 여행경비가 모두 바닥난 신혼부부는 집에 돌아갈 차지 한푼 없이 노숙자 꼴을 하고 차를 얻어나기 위해 도로변에 나와있었다. 이젠 갑돌을 원망하는 것조차 시간낭비라고 생각한 갑순은 이를 악물고 미인계로 위기탈출을 시도했다. 치마를 슬쩍 들어올려 차를 잡으려 한 것이다.

바로 그때, 저 멀리 차 한대가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그들 앞에 서서히 멈춰서는 차는 다름아닌 경찰차였다. 경찰차에서는 경찰, 헌병을 비롯해 갑순의 시부모까지 타고 있었다. 두 사람을 잡으러 각 분야 사람들이 떼로 몰려온 것.

결국 벼랑까지 몰린 두 사람의 무모한 허니문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복귀 날짜까지 어기고 무려 15일 동안 허니문을 즐긴 방위병 갑돌은 허니문에서 돌아온 후로 3년의 군복무를 더 해야 했다. ‘신혼부부 실종사건’은 사랑의 이름으로 장기간 동안 허니문을 즐긴 못말리는 신혼부부의 황당 헤프닝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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