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책의 달인 이현재 중기청장 직격 인터뷰


“이번에 발표된 중소기업 「가업승계 지원 방안」에 대해 청장님의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

지난 10월1일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 앞으로 온 편지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발신인은 경북 구미시 경운대 창업센터(Business Incubator Centre)에 입주해 있는 중소기업인 박명진.

박씨는 편지에서 “이번에 발표한 개선안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기업인들도 일자리 창출 및 투자를 늘려 사회적 책임완수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며 중소기업청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근 중기청으로 이와 같은 고객의 감사 편지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5년 126통에서 올해 11월 30일 기준 479통으로 늘어났다. 정부 21개 부처 민원 만족도 평가에서도 지난해 12위에 불과했으나 올해 4위로 뛰어올랐다. 중소기업정책을 총괄 집행하는 중소기업청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괄목상대라 할 만큼 달라지고 있다.

▲ 5일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소기업인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현재 청장이 중소기업정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시사포커스>는 지난 5일 생산성본부 건물 12층 KPC 직무실에서 ‘중소기업청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현재 청장을 직접 만나보았다.

충북 보은 출신인 이 청장은 청주고(41회)와 연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이 청장은 서울대 행정대학원에 진학해 졸업, 1976년 국무총리실에서 특채돼 공직을 시작했다.

1987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를,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경제학 명예박사를 받았고, 충북 영동대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통상산업부ㆍ산업자원부 ‘산업통’ 요직을 두루 거치며 참여정부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냈고 지난해 3월 중기청장으로 부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청장 취임 이후 고객들의 만족도 등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들었는데.

중기청장이 되기 전부터 중소기업 문제를 고민해왔다. 일반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기업별로 특화한 맞춤현 지원전략을 추진하여 중소기업의 수익성 제고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따라서 중소기업 정책 전담기관인 중기청의 역량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 행정업무의 혁신을 꾀하기 위해 도입한「CEO 미션제」와 「고객직접평가제도」란?

「CEO 미션제」는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애로사항을 각 본부장이나 지방청장에게 ‘CEO 미션’으로 부여하고 달성도를 인사에 반영, 이를 청장이 직접 관리한다. 예를 들면 ‘창업절차 50% 감축’ 등 미션 139개를 설정했다.

또한 각 본부장별 300인 중소기업이 본부장의 혁신과제 성과를 직접 평가하게 했으며 그 결과를 인사에 반영 ‘인사권을 중소기업에게 넘긴다’는 각오로 일한다.

▲ 중소기업 현장을 발로 뛰어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2007년 들어 정부 최초로 고객담당최고책임자제도(CCO : Chief Communication Officer)를 도입, 간부 회의는 중소기업인과 함께 하는 현장대책회의로 바꿨다. 대구경북(3월), 광주전남(4월), 충북(8월) 등 지역별로 5회 실시했다.

또한 직원 한 명이 50개의 지역 중소기업을 맡아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중소기업 한가족제도」을 운영하고 있다. 그간 이메일 접수는 30만 건에 육박하고, 현장방문은 1천6백회를 상회했다.

▲ 가업승계 중소기업 상속세 감면과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유명하다. 추진 배경은?

오래된 공력(功力)에 기반한 가업승계 기업은 고유한 경영노하우, 높은 책임감 등으로 고용기여도가 크고, 일반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구현하고 있다. 예컨대 독일 주가상승률을 보면(뉴스위크, ‘93~03’) 일반기업 47%에 가업승계기업은 206%를 기록했다. 가업승계기업이 67%를 차지하는 독일은 세계선도 500개 기업 중 400개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100년 이상의 경영노하우를 계승한 약 1만5천개의 중소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중소기업 가업승계에 대해 고유기술 전수, 고용유지 등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의 대물림’이란 부정적 인식이 더 강했다. 지난해 6월부터 독일, 일본에 직접 출장을 가서 가업승계 정책을 살펴보았다.

문제는 한국인들의 인식의 전환이었다. 악재도 겹쳤다. 한화 폭행사건 등 일부 대기업의 후계자 자질문제, 부정 승계 등으로 가업승계에 대해 여론은 극도로 악화돼 있었다.

중기청은 가업승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신문기고, 강연회와 토론회 개최, 전담반까지 편성하며 공감대를 형성토록 노력했다.

지난 1년3개월간 가업승계 지원을 위해 노력의 결과가 재정경제부를 움직여 9월 「가업승계 지원을 위한 상속세제 개편」으로 탄생했다.

▲ "현장에서 정책이 나온다"는 평소 소신을 강조하고 있는 이현재 중소기업청장 ⓒ 시사포커스
▲ 가업승계 세제개편안의 주요내용은?

가업상속 공제액 1억원을 대폭 확대했다. 기초공제를 최고 30억원까지 확대했다.

기존 연부연납 제도를 2~3년 거치기간 신설로 세금납부 현금부족을 해결하고 그 기간은 납세자의 선택에 따라 운영하는 ‘납세자 맞춤형 제도’로 운영하게 된다.

또한 세제지원 외에도 ‘사회적 인식개선 로드맵’을 마련해 가업승계에 대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가업승계 표준매뉴얼’을 마련, ‘우수승계기업 인증과 포상제도’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 최근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에도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조치로 어떤 효과를 볼 수 있나?

영세가맹점의 수수료율이 2.2%로 조정되면, 이․미용실은 39~46%, 세탁소는 39%, 자동차정비는 32~39%, 안경점은 30~39%, 서점은 26~39%, 제과점은 19~39%, 문구점은 19~39% 정도 인하된다. 단적인 예로, 연매출이 4,800만원이고 카드매출이 50%인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4.05%에서 2.2%로 인하되면 수수료부담은 81만원에서 44만원으로 줄어든다.

▲ 「중소기업도우미 SPi-1357」시스템에 대해 고객의 입에서 ‘단비가 내리는 것 같다’는 탄성이 나올 만큼 호응이 좋다. 이 시스템의 주요 성과는?

미국 중소기업의 경우 정책정보 검색에 매년 80억 시간이 낭비된다. 우리는 지난해 7월부터 온․오프․유라인(On․Off․U-Line)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범정부적 맞춤형 정책정보․고충상담 시스템” 「SPi-1357」을 구축 운영해 왔다. 서비스한 지 1년여 만에 월평균 27만건, 총이용자수가 492만 건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정책정보는 인터넷에 다 모아놓았다(www.spi.go.kr). 이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길 바란다. 중소기업인들은 전화로 간편하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1357'만 누르면 정책지원담당과로 자동연결된다. 중소기업 관련 법률상담, 세무상담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인들은 이 시스템을 잘 이용하면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스템의 도입돼 국민경제적 기여도도 상당하다. 매년 정보 수집 검색비용 1,460억원이 절감되며, 1,390억원의 신규 부가가치가 발생된다.

2006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 공동선언문에 21개국을 대표하는 모범적인 정책혁신 사례로 반영됐다. 인도네시아․베트남․멕시코 등 「SPi-1357」 시스템 전수를 강력 희망하고 있다.

▲ 충북 옥천의 '진합'에서 기업인들의 애로 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이현재 중기청장, 고향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 청장은 지역경제활성화에 각별한 노력을 들여왔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듣고 싶다.

우리 청은 충북지역 중소기업과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올해 자금, 인력, 연구개발, 재래시장 등에 전년대비 12.5% 증가한 2.6조원을 지원했다.

특히 담보력은 부족하나 기술성 사업성이 우수한 창업초기 기업에 신용보증 지원을 강화했다. 전년비 1.2% 증가한 1.2조원을 투입했다. 2006년에는 오송단지와 연계하여 바이오산업 집중지원을 위한 전문투자조합인 『바이오토피아 벤처투자조합』결성을 지원했다.

충북 재래시장에 국비지원 규모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06~08’, 3년 간 충북지역 24개 시장에 국비 260억을 투입하여 시설현대화를 추진했다. 이는 전국 대비 최고다.

또한 대학의 지역혁신 거점기능과 기술창업활성화를 위해 작년 충청대학에 이어 올해 영동대 창업보육 확장건립비에 13억을 지원했다. 도내 11개 창업센터에 매년 3.6억원 규모의 운영비를 지원해왔다.

특히, 취약지역인 보은, 옥천, 영동 남부3군의 정책수혜 확대를 위해 중소기업청 남부출장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9월말 현재까지 정책자금은 77개 업체 총 99억원을 지원했다. 이는 전년비 2배를 넘었고, 신용보증 지원 역시 전년비 3배 가까이 증가, 중소기업의 정책수혜율이 현저히 높아지는 등 고향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 중소기업의 정책을 주도하는 입장에서 평소 소신이 있는가?

현장을 뛰어라. 현장에서 구하라. 현장에서 정책이 나온다.

▲ 청장은 직접 발로 숱한 중소기업을 누볐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인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충고를 한다면?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세계 1등기업을 만들려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자체적으로 끝없이 혁신해야 한다. 기업은 적극적으로 정부의 기업정책 정보를 검색하고 이를 최대한 할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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