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만이 살 길... '스스로 무얼 할건가' 설왕설래

최근 재계는 간담회를 갖고 경제살리기를 위해 부품소재 육성, 해외 자원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최태원 SK(주) 회장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0월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원로자문단은 이건희 삼성 회장 초청으로 삼성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소재 '승지원'에서 이뤄진 만찬간담회를 통해, 2시간 여에 걸쳐 경제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런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최근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재계 총수 모임이 된 이 간담회에서는 부품소재 산업 육성, 시장경제교육 강화, 기업도시 건설 참여, 고학력실업자 해소 방안 등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참석자들은 밝혔다. 현명관 전경련 상근 부회장은 기자브리핑을 통해 "지금까지는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불만스러운 얘기가 주종을 이뤘으나 오늘 회의에서는 재계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이란 한 단계 높은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현 부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카자흐스탄·러시아 방문으로 석유자원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개발에 많은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민간차원의 해외자원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만찬을 호스트 한 이 회장은 "돌아가며 이런 기회를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인사말을 했으며, 원로자문위원 자격을 참석한 남덕우 전 총리는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기업이 새로운 각오로 분투를 하면 회생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며 건배를 제의했다. 10월 월례 회장단회의를 대신해 열린 이날 간담회에는 강신호 회장과 현 부회장을 포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박용오 두산 회장 등 회장단 회원 13명과 김각중 (주)경방 회장 등 원로자문단 6명, 전경련 고문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총 21명이 참석했다. 특히 회장단 회원이 아닌 (주)SK 최태원 회장도 참석, 손길승 전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SK그룹의 회장단 자리를 이어받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현 부회장은 "삼성 이 회장이나 전경련에서 공식적으로 참석을 요청하지는 않았으나 최 회장이 경제계 원로들에게 인사드리는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참석이 이뤄졌다"고 밝히고 "SK측에서 최 회장을 손 전 회장 후임으로 공식 추천하면 회장단 멤버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 '빅3'로 참석여부에 관심을 모은 LG그룹 구본무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경련은 당초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월례 회장단회의와 간친회를 가질 계획이었으나 이 회장의 참석이 변수가 되면서 장소를 승지원으로 옮겨 회장단뿐 만 아니라 원로자문단, 고문 등이 함께 참석하는 자유간담회로 열었다. '최 회장, 그룹총수로 인정받는 건 시간 문제' 한편 최태원 SK(주) 회장의 모임 참석을 계기로, "SK그룹의 대표로 인정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재계로부터 나오고 있다. 물론 SK측은 "이 자리가 월례 회장단회의 대신해 열리는 간담회이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지난 해 구속 사태로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최태원 SK(주)회장이 그룹을 대표하는 여러 행사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펼쳐왔다는 점에서 전경련 모임의 참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청와대 초청 행사에 전경련 회장단과 함께 참석한 적은 있지만 전경련만의 모임에 참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종현 전 그룹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91년 SK상사((주)선경의 전신)에 입사했던 최태원 회장은 96년 SK㈜ 상무, 97년 같은 회사 부사장, 98년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그룹의 총수는 손길승 회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해 SK글로벌(현재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과 손 회장의 구속사태에 이어 최 회장 자신도 구속되는 시련을 겪으면서 그룹의 총수는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 전경련 모임에는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이 참석해 왔다. 악화된 그룹 이미지와 자신의 신병 문제 때문에 외부 행사 참석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최 회장은 지난 2월 '신입 사원과의 대화' 자리에 그룹 최고경영자 자격으로 참석했고 청와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각종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는 지난 9월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물류서비스, 금융 등 59개 전 계열사의 상무 이상 간부 330여명과 3차례에 걸쳐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오는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그룹 CEO세미나를 주재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의 활동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또 지난 8월 해외에서의 열리는 공식행사인 '제1회 베이징 포럼'에 참석했고 9월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도 동행, 전경련 회장단과 자리를 함께 하는 등 대외적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14일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 참석하는 것도 러시아 방문기간 중 다른 그룹 회장들과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최 회장의 행보와 재계의 반응으로 볼 때, "최태원 회장이 그룹의 총수로서 인정을 받는 것도 시간 문제가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