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기독교의 '익명적 폭력성'은 '정크(허섭쓰레기)문화'


한국교회언론회는 11월 23일 오후 3시 연동교회에서 「교회 밖과의 대화」의 일환으로 '안티 기독교와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패널로는 호주 시드니 사랑방교회 지성수 목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 세계와 기독교변혁연대 정강길 연구실장, 반기독교시민연합(이하 ‘반기련’) 이찬경 회장이 참석, 토론회는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본격적인 토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박봉상 목사는 ‘한국 교회는 사회 곳곳에서 새로운 정신을 불어 넣었고 삶의 질에 변화를 가져온 종교’라고 전제한 뒤에 ‘안티 기독교를 표방하는 분들이 기독교에 대한 오해나 일방적 주장만을 내세우지 말고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시민운동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날의 치열했던 공방을 발제 자료와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패널들의 핵심쟁점을 이해하기 쉽게 재구성한 것이다.)

▲ 실천신학대학원 조성돈 교수
조 교수는 발제문에서 안티기독교가 제기하는 문제들 중에서 먼저 '교리적' 측면을 열거했다. ‘성서의 모순성과 기독교의 태생적인 폭력성’을 언급한 뒤에 개신교의 '태도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열거했다.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과 공격성 ▲지나친 전도 ▲사회와의 친화성을 거부하는 반사회성 ▲개신교회의 분열상 ▲교회건축의 추구와 헌금 강요 ▲교회의 비민주성 ▲양산된 목사.

조 교수는 이에 대해 ‘성서는 기독교인들의 믿음과 신앙의 논리에 의해서 이해되는 책’이므로 ‘현실의 논리로 이해하려 한다면 심각한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조 교수는 이어 기독교의 태생적인 폭력성은 인정하나 거기에는 한계를 둬야 한다며 그 근거로 신약은 구약과 달리 ‘전쟁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밝혔다.

안티기독교 진영이 지적한 개신교의 태도적 부분에 대해 교회의 ‘반사회적 행동들이나 윤리적인 잘못들이 동반된 것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반성과 사죄를 하고 싶다’고 말한 뒤 조 교수는 ‘한국사회 특유의 감성주의가 한국교회에 반영되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고 말하며 개신교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교수는 이어 기독교가 반사회적이라는 안티측 주장에 대해서는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기구, 해비타트, 컴패션 등이 대표적인 개신교 정신에 입각한 구호단체들’의 활동을 언급하면서 안티기독교의 비판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했다.

다음 “이 사회에서 기독교가 더 이상 패악질을 일삼지 못하도록 기독교를 박멸”하겠다는 구절이 담긴 반기련의 창립선언문을 언급한 조 교수는 인터넷 매체를 이용한 안티들의 공격성과 익명성을 들어 ‘허접쓰레기(정크문화)’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 반기독교시민연합 이찬경 회장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찬경 반기련 회장은 <안티기독교를 표방하는 이유>란 발제문에서 ‘기독교의 폐해’부터 비판했다. “입으로는 사랑을 외치면서 뒤로는 물질에 혈안이 되고, 영적인 평화를 내세우지만 단지 말 뿐이고, 결국 물질적인 축복과 기복을 파는 종교업자들이 수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예수천당 불신지옥으로 협박하고, 천당에 대한 환상과 지옥에 대한 공포심을 번갈아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공룡화한 교회의 건축 비용을 위해 수십 개의 헌금과 신도수에 집착하고 있으며 신유치료를 빙자한 기도원은 사업 아이템’으로 전락한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기독교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로 다른 문화와 종교를 멸시하고 폄하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이 회장은 ‘기독교의 죄악사를 반성하지는 못할 망정 불상을 파괴하고 단군상을 부수고 장승을 훼손’하는가 하면 ‘부산에 있는 모든 사찰이 무너지라고 수만의 신도가 모여서 통상기도를 하’는 맹목적인 배타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회장은 기독교에 ‘자정 능력이 과연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끝으로 <크리스천투데이>의 아무개 기자가 ‘종교 소멸적 시각을 가진 이들과의 대화에서 건설적인 토론이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점을 논박했다.

“자신의 종교 이외에는 모두 우상이고 사탄이며 마귀로 치부하면서, 심지어 사찰이 무너지라고 공개적인 장소에서 군집한 수만의 군중이 통성 기도를 하는 ‘종교소멸적’ 시각이 건설적인지 엄숙하게 되물으며‘ 이 회장은 발제를 마쳤다.

▲ <세계와 기독교변혁연대> 정강길 연구실장
세 번째 발제자로 나온 ‘세계와기독교 변혁연대’ 정강길 실장은 <기존기독교, 안티기독교, 대안기독교>란 발제문에서 ‘안티기독교의 발생과 형성’은 ‘기존 기독교의 폐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 보수기독교와 안티기독교 사이의 연결고리를 드러내려 노력했다.

정 실장은 안티기독교가 기독교의 폐해를 경험한 사람한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해방구 노릇’을 하는 그 점이 바로 안티기독교 활동의 ‘존재의의이자 한계’라며 기존 기독교가 ‘무조건 믿으’라고 강요한다면 정 실장이 보기에 안티기독교는 ‘기독교는 무조건 망해라’라는 관점에서 비슷한 폭력성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결국 ‘안티기독교는 기존의 보수기독교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고 비판한 뒤 <대안기독교>을 제시했다. 이는 포월적 유신론, 깨달음의 기독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 ‘또 다른 제안으로서의 기독교’로서 ‘새로운 기독교조차 <오류>와 <비극>을 보일 경우 얼마든지 해체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

▲ 호주 시드니 사랑방교회 지성수 목사
호주 사랑방교회의 지 목사는 '자극성이나 선정성'을 본다면 안티기독교는 '성경 19금 운동'이 아니라 '안티기독교 사이트 19금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게 낫다며 '욕설과 저주'의 시민운동이 아니라 '대승적인 안티기독교'가 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기련의 이 회장은 대안 또는 진보기독교에 대해서 이들이 ‘종교 서비스업인 기독교의 특성과 형질을 일부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소비자 혹은 공급자의 역할을 하려는 분들’이라고 규정한 뒤 ‘오물 속의 팝콘도 세척만하면 먹을 수 있다는 소리’라고 강한 저항감을 표현했다.

이 회장은 ‘허구로서의 기독교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한, 있지도 않는 천당과 지옥과 영생과 구원을 그대로 판매하는 한 기독교는 그냥 기독교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한국교회언론회에서 개최한 이날의 열띤 공방전은 안티기독교와 기독교 진영 사이의 현격한 인식차를 보여준 귀중한 자리였다.

궁극적으로 기독교 자체가 ‘허구’라고 논증하는 안티기독교와 기독교의 현실적 선과 가능성을 믿는 신앙인들 사이에 벌어질 사상과 신앙의 투쟁은 서서히 일기 시작하는 ‘종교법인법’ 제정 움직임과 더불어 한국사회에 미증유의 파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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