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유괴범은 길치 아빠?”

1990년 전라도 광주의 한 파출소 느닷없이 뛰어들어온 한 남자가 아이들이 유괴당했다고 신고 했다. 남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광주로 드나드는 길목을 막고 긴급차량 수배에 나섰다. 트럭운전사인 길몰라(가명)씨의 신고내용은 은행 앞에 자녀 3명을 태운 채 트럭을 주차한 뒤 30분쯤 후에 돌아와 보니 트럭과 아이들이 통째로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곧 차가 발견되었지만 그 안에 있던 아이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절망한 길씨는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놀랍게도 아이들은 아내와 함께 집에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일까. 사건을 재구성했다.

1990년 1월30일 전라도 광주에서 한꺼번에 세 아이와 트럭을 싹쓸이 해간 간 큰 유괴사건이 발생했다.

애들이 없어졌어요

전라도 광주의 한 파출소. 느닷없이 들이닥친 길몰라씨는 다짜고짜 자신의 아이들이 유괴당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니까 아그들이 언제 어떻게 유괴됐는지 차근차근 말 해 보드라고”

경찰의 말에 아이를 잃어버린 길씨는 그날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길씨에 따르면 사건 당일 길씨는 세 아이를 트럭에 태우고 은행에 볼일이 있어 집을 나섰다. 그는 아이들을 차 안에 두고 내리면서 “아빠 은행 댕겨올랑게 빨빨거리고 돌아댕기지 말고 차에 앉아 있어라”고 차 밖으로 나오지 말 것을 신신당부했다.

평소 어른스러웠던 첫 째는 “동생들을 잘 돌보고 있을테니 얼른 다녀오라”고 말했고 30여 분 후 은행 볼일을 마치고 길씨가 돌아왔을때 트럭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과연 어떤 간큰 유괴범이 세명의 아이를 한꺼번에 유괴한 것일까.

길몰라의 설명을 들은 경찰은 유괴범이 아이들을 태우고 광주를 빠져나갈 것을 염려, 광주의 길목을 통제하고 시내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한편 없어진 트럭을 수배했다.

이날 광주 시내는 세 남매의 유괴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고속도로를 통제하는 등 경찰의 유괴범 검거작전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고 바람처럼 사라진 얼굴없는 유괴범은 이렇다할 단서도 남겨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길몰라는 더욱 지쳐가고 있었다.

“혹시 주변에 원한 살 사람은 없었나요?”
“지는 지 나름대로 착하게 살았다고 생각 하는구만이라.”
“그렇다면 집에서 나올때 뭔가 특별한 점은 없었나요?”
“글씨요… 아, 맞다!”

길몰라는 몇일 전 아이들의 등살에 값비싼 나이스 운동화를 사줬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비싼 나이스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을 본 유괴범이 아이를 유괴한 것 같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부티나 보여서 우발적으로 아이들을 유괴했다. 이런 뜻인가요?”
“아… 근디 저 화장실 좀 댕겨올께요.”

사건에 대해 진술하다가 화장실에 다녀온 다던 길씨는 시간이 흘러도 돌아올 줄 모르고 10분, 20분, 5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애 아빠까지 유괴된 것일까. 1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낸 길몰라는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근데 여기는 길이 뭐 이렇게 복잡하다요? 화장실 한번 댕길라면 너무 멀어서 형사 양반들 오줌보 다 터지것소.”

트럭만 덩그러니 …

화장실을 바로 옆에 두고 무슨 소리인가 했지만 바로 그때 문제의 트럭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경찰과 기자들은 일제히 현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이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트럭만 덩그러니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트럭만 버리고 아이들과 함게 도주했다고 판단,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일이 이렇게 커지자 길씨는 초조함에 죽을 맛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대체 어디 간 거여~”
“근데 집에는 말씀 하셨어요?”
“안되라. 우리 마누라 알면 큰일 난당께요.”
“그래도 알려야 하지 않겠어요?”

아내가 알면 충격 받을까봐 알리지 않고 경찰에 신고먼저 했던 길씨는 기자의 말에 용기를 얻어 아내에게 전화 해 아이들의 유괴 소식을 알렸다.
“여보~ 우리 아그들이 유괴되버렸어. 미안하구만.”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 아이들의 유괴소식을 들은 아내는 놀라기는 커녕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이 양반이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는겨 아그들 지금 나랑 같이 있고만…”
“아빠, 어디야? 빨리와.”

수화기 넘어에서 들려오는 영롱한 아이들의 목소리. 길씨의 아이들 목소리가 확실했다.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아이들을 두고 은행에 다녀왔다는 길씨. 여기까지는 길씨의 기억이 맞다. 하지만 평소 길치였던 길씨는 은행에 다녀오면서 자신의 트럭이 주차된 곳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아빠가 돌아오지 않자 당황한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어른스러운 첫째가 엄마에게 전화해 아빠가 길을 잃어버린것 같다는 사실을 알리고 데리러 나오라고 한 것. 아빠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평화롭게 귀가했다는 이야기다.

“아따 우리 아그들 집에 와있다는디요?”
“뭔 소리여 시방. 그럼 유괴당한게 아니잖여.”
“아니 제가 원채 길눈리 어두워서라. 죄송해서 어쩐다요.”
“아니 긍께 자기 차를 못찾아서 아그들이 유괴됐다고 난리를 친겨?”

1990년 광주시내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간 큰 유괴범은 길치 아버지였다는 웃지못할 사건이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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