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사랑’이라는 소중한 감정이 맺어준 두 사람이 있다. 누구에게도 빌려준 적 없는 어깨를 내어주고,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안겨보는 그들은 이제서야 세상이 붙여주지 않았던 이름을 갖게 된다. 이제 그들은 누군가의 ‘엄마’와 ‘아들’이 됐다.

▲ 또 한번의 연기변신을 시도한 김혜수(아래)와 눈물연기가 압권인 아역배우 김영찬(위).
너무 외로워 강해져야만 하는 아이와 너무 힘들어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여자가 있다. 누군가의 친구도, 아들도, 엄마도, 아내도, 그 무엇도 되어본 적 없는 두 사람. 너무 다른 열 한 살 소년과 서른 셋 여자는 그들의 마음 속 생채기가 깜짝 놀랄 만큼 닮아있는 것을 깨닫게 되고 힘든 삶의 무게는 두 사람 사이에 피어나는 따뜻한 애정을 막지 못한다.

김혜수, 그녀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타짜>와 <바람 피기 좋은 날>, <좋지 아니한가>로 이어지는 최근의 필모그라피는 주·조연에 상관 없이 파죽지세로 자신의 연기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배우’ 김혜수의 위상을 대변한다.

‘이상한 엄마’ 김혜수

언제나 당당하고 쿨한 매력으로 사랑 받아왔던 김혜수가 <열한번째 엄마>에서 변신을 시도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 욕설도 서슴지 않는 ‘이상한 엄마’ 캐릭터는 김혜수의, 김혜수를 위한, 김혜수에 의한 역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훌륭하게 잘 해냈다. 이러한 김혜수의 파격적인 변신은 화려함을 걷어낸 외양적 변화만을 뜻하지 않는다. 수 많은 감정과 사연을 담고 있는 김혜수의 드라마틱한 눈빛이 벌써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김혜수의 ‘파격적인 변신’과 ‘감성연기’는 11월29일 개봉, 초겨울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예정이다.

<열한번째 엄마>의 힘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날 너무 가슴이 아파 밤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라는 김혜수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열한번째 엄마>는 말초적인 웃음과 자극적인 사건 대신 진실된 스토리와 따뜻한 감성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다. 김혜수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대표 어머니인 김지영과 연기파 배우 류승룡 역시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읽은 후 단번에 출연을 결심했다. 이렇듯 제작 전부터 한국 최고의 배우들을 감동시킨 <열한번째 엄마> ‘시나리오의 힘’은 살아있는 리얼리티, 생동감 넘치는 대사, 그리고 진폭 큰 감동으로 올 겨울 극장가를 찾는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여기에 수백대 1의 오디션을 통해 ‘재수’역을 차지한 김영찬은 <열한번째 엄마> 촬영장에서 ‘손만 갖다 대도 운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눈물 연기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아직은 학교를 빠지고 촬영장에 가는 것이 즐거운 어린 소년이지만, 연기에 대한 재능과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영찬이 보여줄 눈물과 웃음은 올 겨울 극장가를 찾은 관객들에게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다시 ‘엄마’와 ‘아들’

“참 많이 힘들어요~ 정든 그대 떠나가기가~” 이승철의 슬픈 발라드를 흥얼거리며 재수의 집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가진 것도, 갈 곳도 없는 그녀의 텅 빈 눈동자가 열 한 살 소년의 동그란 눈동자와 마주친다. 마지못해 꾸뻑 인사를 하는 아이의 눈빛에는 여자만큼이나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하다.

고사리 손으로 척척 밥을 해 내오고, 혼자서 집안 살림을 다 꾸려가는 아이는 기특하기보단 징글징글하다. 틈만 나면 여자에게 너무 많이 먹는다, 잠 좀 그만 자라, 보일러 온도 좀 내려라… 잔소리를 늘어놓는 통에 안 그래도 애가 질색인 여자는 피곤해 죽을 지경이다.

이미 열 명의 새엄마를 거쳐온 아이의 안쓰러운 경력(?)을 알게 된 여자. 갑자기 나타나 아이를 두들겨 패는 아빠를 보다 못해 두 팔 걷어 붙이고 나섰다가, 결국 아이와 서로 다정히 파스 붙여주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싹튼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이 조금씩 커져갈 무렵, 슬픈 이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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