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데이비스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

미 대선을 앞두고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마저도 각종 매체에서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될는지는 이제 미국이라는 나라의 국지적인 문제가 아닌, 전세계 곳곳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구촌'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 그렇다면 과연 이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무지막지한 힘을 과시하는 '골목대장'의 실체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미국인들이 그토록 기치를 내세우는 '정의롭고 순수한' 정신의 집결체에 가까울까? 이처럼 '미국의 실체'에 대해 관심이 쏟아지고 있을 시기에 등장한 케네스 데이비스의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는 미국의 현실과 과거에 대해 통렬하게 파헤치는 분석서는 아닐지라도, 개괄적으로나마 우리가 모르고 있는 미국의 '진실'을 조금씩 조금씩 훑어내어 주는 흥미로운 서적이다. 미국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띠어, 그들이 지니고 있는 딜레마와 정서적 공황상태 등을 살풋이나마 엿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콜럼버스의 미대륙 발견으로부터 911 사태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국사의 '사건의 내막'이 어떤 식으로 들춰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콜럼버스에 대한 이야기. 케네스 데이비스는 이 책에서 콜럼버스가 정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인물인지를 묻는다. 결국 그가 낸 답변은 '꼭 발견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발견 비슷한 것을 했다고는 할 수 있다'. 콜럼버스 이전에도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사람들은 많았고, 그들의 발견에 대한 문서 역시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오기 전에도 아메리카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콜럼버스가 인디언이라고 이름 붙인, 인도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 책은 계속해서 이런 식으로 미국사가 지니고 있는 '신화'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다. 인디언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 이야기는 그녀가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스미스의 자서전에 근거한 것일 뿐,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스미스는 제임스타운에 영국 식민지를 건설하는 데 앞장선 식민정책 옹호자였으며, 포카혼타스는 결국 존 롤프라는 다른 영국인과 결혼하여 영국으로 건너갔다가 천연두로 사망했다. 이 여성의 이야기를 놓고, 기막힌 '신화'를 새로 창조해낸 것일지 모른다는 이야기. 얼핏 '역사 선정주의'로도 비춰질 수 있는 내용이며, 미국 내에서만 150만부가 팔려나간 초대형 베스트셀러였다는 점에서 이런 '의혹'이 어느 정도 당위성을 얻는 듯도 보이지만, 사실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는 센세이셔널리즘으로 보이는 일들이 '정론'에 가까운 사실이었음을, 그리고 이를 날조한 역사가 얼마나 쉽게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졌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와 관련된 대중심리학의 일면을 보는 재미도 추가시키고 있다. 재치있는 문답식 서술과 흐름이 명쾌하게 잡혀있는 깔끔하고 거침없는 구성, 의외로 균형잡혀 있는 시각의 일관성, 흥미도를 절대 놓지 않는 김장감 넘치는 문체 등,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는, '잘 팔리면서도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교양서란 과연 어떤 식으로 기획되고 씌여져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 혼란스런 시기,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흥미로우면서도 날카로운 관점을 새롭게 '습득'해 보는 것도 좋은 독서체험이 될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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