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은 사회적 문제 우려

지난 12일 재정경제부 국정감사로 과천청사 안으로 감사현장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청사 밖에서는 2만여명 이상의 대규모 시위로 떠들썩했다. 노동조합은 지난해 8월 ‘선진금융겸업화를 통해 보험소비자에게 이익을 준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방카슈랑스의 2단계 시행에 대해 생명보험 종사자들은 대량 실직할 수밖에 없다며 도입 철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함께 재경부 국정감사에 나선 의원들이 내년 4월로 예정된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에 “2단계 시행으로 은행에서 생명보험사의 보장성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을 판매할 경우 보험사의 경영위기, 보험설계사 대량 실직 등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 방카슈랑스 단계별 도입으로 피해최소화 정부는 지난해 5월 방카슈랑스 도입에 대한 보험업법 개정법률안을 공포했다. 1977년 이후 개정된 보험업법에 따라 은행, 증권, 상호저축은행, 특수은행(기업·산업은행), 신용카드사에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보험대리점영업을 허가했다. 따라서 자산규모가 2조원이 넘는 대부분의 시중은행과 증권사, 일부 상호저축은행은 점포 내 보험창구를 만들어 고객을 상대로 보험상품을 팔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방카슈랑스의 주무부서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은 방카슈랑스 도입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보험판매 혼란과 중소형 보험사와 보험설계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판매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2007년까지 3단계를 걸쳐 도입해 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또한 방카슈랑스를 도입하면서 “보험사는 새로운 시장개척이 가능하고 은행은 수익성을 높일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금융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질 높은 보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부의 방카슈랑스 도입 1단계는 은행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보험상품을 개인·일반연금, 양로보험 등 저축성 상품과 단체신용생명보험으로 판매 제한하고 2단계로 2005년 4월부터 생명보험들의 대표 상품인 보장성 보험과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등 모두 가입대상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2단계에서는 웬만한 보험상품에 모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 3단계인 2007년 4월부터는 퇴직보험, 해상보험까지 포함해 모든 보험을 은행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게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해 9월 1단계가 도입된지 1년이 지난 지금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된 1년치 생명보험 건수는 47만2500건에 초회보험료(매월 납입 보험료 중 첫번째 분)는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3조1545억원에 달했다. 방카슈랑스 철회 한목소리 지난 12일 재정경제부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우제창 의원은 “방카슈랑스 시행 이후 은행의 보험 판매실적은 2304% 증가한 반면 중소형 보험사의 판매는 20%가 감소했다” 며“호주의 경우 방카슈랑스 시행 4년만에 보험설계사가 68%로나 감소했다” 밝혔다. 이에 2단계 보장성 보험 판매 허용시 보험사의 존폐위기와 보험설계사의 대량실업 가능성을 일축시켰다. 특히 ‘호주’의 사례를 통해 보험사 및 외국계를 중심으로 보험시장이 재편돼 토종 보험산업의 몰락할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와함께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금융의 통합화.겸업화라는 세계적인 추세, 정책의일관성.신뢰성 차원에서 예정대로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시행은 바람직하나 보험설계사의 대량실업에 대한 해결방안이 시급히 모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의원은 또한 "생명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가 확대되는 내년에는 은행이 전체 보장성보험 판매의 42%를 차지하고 3년 후에는 52%까지 잠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될 경우 내년에는 국내 생보사 10개중 절반이 부실화되고 3년후 6개사가 경영난을 겪게돼 보험업계 전체 도산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도 "방카슈랑스 확대 실시에 따라 발생할 폐해 가능성에 대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방카슈랑스 2단계 실시를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의원은 "방카슈랑스 도입 초기 은행들은 보험료가 15% 정도 낮아진다고 강조했으나 인하효과가 전혀 없었다" 특히 “은행들이`저렴하고 편리하게 보험상품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론 대출상품과 끼워파는 ‘꺽기' 등 문제을 발생시키고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양수 의원은 "지난 1년간의 방카슈랑스 1단계 시행에서 보여준 은행의 시장잠식을 고려할 때 2단계 보장성보험 시장이 개방될 경우 2006년까지 보험종사자의 38%에 해당하는 7만명의 축소가 불가피하며 2007년엔 10만명이 일자리를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의원은 보장성보험이 개방될 경우 방카슈랑스의 급격한 시장잠식으로 신계약의 유입이 급감해 보험사의 경영여건이 악화되면 6년 후 보험사 8개 정도가 퇴출되면서 공적자금 소요액이 10~2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제세 의원은 “금감원이 2004년 6월 보도한 방카슈랑스 운영실태 점검결과 보도자료에서 보험끼워팔기 등 2가지 사항에 대한 지적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오의원은 “지난 3월 금감원에서 실시한 방카슈랑스 운영실태 점검에 의하면 2003년 9월부터 2004년 1월까지 11개 보험사 및 9개 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과정에서 나타난 ‘꺽기’의 문제점이 드러나 있는 반면 6월 보도자료에는 불공정제휴와 불완전판매에 대한 사항만 나와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단계 방카슈랑스에서 가장큰 문제로 드러난 보험끼워팔기 등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독소홀과 이를 누락한 의혹을 밝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여야의원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던 재경부 국감 첫날과는 달리 은행에게만 유리하고 보험설계사들을 대량 실업자로 내모는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시행을 철회하라는 일관된 주장을 보였다. 또한, 은행의 ‘꺽기’와 ‘끼워팔기’ 등 방카슈랑 스와 관련한 은행들의 횡포를 부각시켰다. 재경부, 방카슈랑스 2단계 강행하겠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시행에 대한 재경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개방체제에서 경쟁하려면 국제적인 움직임과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며 “절대 불변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방안으로 예정대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정부가 당초일정을 정해 발표한 것을 문제점이나 시행결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하고 2단계 방카슈랑스를 강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방카슈랑스를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으며 애가 아직 걷지도 못했는데 10살까지는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면서 “다만 보험설계사들의 대량실직 사태를 막을 수 있도록 사전에 실태조사를 실시해 관련대책을 충분히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재 49%로 정해진 은행의 특정 보험사 상품판매 비중을 과감히 조정하고 방카슈랑스의 각종 문제점과 현안을 금융감독위원회에 조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 부총리는 "(방카슈랑스)취급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취급 이후 보험시장 규모도 커졌다"고 설명하고 "중소형 보험사도 (시장규모가)1천862억 규모에서 5천여억원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신동혁 은행연합회장은“(은행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꺾기’는 내부 교육과 감사를 강화해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러나 금융의 통합화.겸업화는 세계적 추세인데다 소비자 이익을 생각해야 하고, 이미 국내외에 약속한 일정이므로 2단계 방카슈랑스를 일정대로 추진하되 보험모집인의 대량실직 등에 대해서는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설계사, 실직하면 책임져라 이날 오후 재정경제부 국정감사가 열리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산하 전국생명보험노동조합 소속 노조원과 생명보험설계사 등 2만여명은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 저지를 위한 총력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재경부를 더욱 압박했다. 참석자들은 “보장성보험의 은행판매를 허용할 경우, 3년 만에 설계사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내년 4월로 예정된 2단계 방카슈랑스 계획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강력게 요구했다. 이날 참석한 김모(38,여)설계사는 “가뜩이나 서민생활이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2단계 방카슈랑스의 도입으로 결국 직장을 잃게 될 것 아니야”며 “도대체 민생안정 가계안정을 말하는 정부가 도리어 서민생활의 불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정부를 비난했다. 이날 보험업계도 내년 4월 시행되는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보험 확대 판매에 대해 도입중단을 요구하는 등 강영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지난 1년간 방카슈랑스로 은행만 살찌우면 중소보험사들을 도산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방카슈랑스 시행에 대해 토로했다.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를 통해 작년 9월부터 올 5월까지 거둔 저축성상품의 초회보험료(최초 납입보험료)가 전체 저축성상품 보험료의 65%에 이르지만 보험료 인하효과는 당초 기대치(8∼12%)에 훨씬 못미친 0.7∼0.8%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이는 또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과 중소보험사들의 도산 위기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비용절감과 수입원으로 둔갑한 “방카슈랑스”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전국생명보험산업노동조합은 “방카슈랑스 1단계 허용은 시행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문제점만 양산하는 제도로 전락하였다”며 “결국 방카슈랑스는 은행의 비용절감과 수입원으로 둔갑했다”고 지난 9월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노동조합은 우리나라 보험종사자 20여만명중 14만명은 실직이 예견되며 이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니냐”며 “대량실업 촉발하는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확대는 전면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조합은 특히 “보험사 부실에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의 몇 배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며 이는 전체 국민의 부담과 피해를 초래하는 처사”라며 “정부와 감독당국은 그간의 발생된 폐해와 불공정행위를 즉각 강력하게 단속 제재하여 시정 조치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량실업을 촉발하고 보험산업의 붕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증대되며 보험소비자의 권익이 철저하게 왜곡되는 방카슈랑스 시행은 전면 재조정되어야 하며 20만 보험산업 종사자는 방카슈랑스 2단계 확대시행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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