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보유세 철회 여지 내비친 李…野 김은혜 “여론조사 수치에 반응하는 건가”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김은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자신이 내세웠던 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해 “국민 동의를 얻는 전제로 추진할 것이고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한다”고 발언해 또다시 여론 동향을 의식한 끝에 철회 여지를 열어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앞서 지난 15일만 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국민 90%가 수혜 보는 기본토지소득세, 누가 반대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라”고 글을 올리며 강력한 추진 의사를 표명했었지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11명에게 실시한 국토보유세 찬반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적절하다는 답변은 36.4%에 그친 반면 적절치 않다는 비율은 과반인 55%로 나오자 29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증세는 국민들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한 발 물러선 자세를 취했다.

여기에 같은 당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 문제는 정책본부 차원에서 검토했다. 세금을 자꾸 만들어서 부담도 있고,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자는 입장도 있는 등 내부에 찬반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무조건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지난번 전국민 방역지원금처럼 현실적으로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정책본부장인 김성환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들이 싫어하는 걸 밀어붙일 장수가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종부세가 이미 국토보유세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어 다주택자에 대한 누진과세를 포함해 종부세를 국토보유세로 전환하고 부족한 부분을 일정 보완하면 늘어나는 종부세의 세수 일부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쓸 수 있다”며 종부세 일부를 국토보유세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임을 내비쳤는데, 한때 ‘1호 공약’이냐 아니냐 논란이 일었던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말을 아낀 적이 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진정으로 철회하려는 게 아니라 선거 전인 만큼 일단 여론을 의식해 일시적 후퇴 모양새만 보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난 24일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만 해도 “민주당에 압도적 다수 의석을 주신 건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야당이) 반대하면 반대 뚫고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라고 권력과 권한을 부여했으니 권한을 최대치로 행사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현안을 최대한 책임지고 신속히 처리해내야 한다”고 외치며 강행 돌파를 불사할 것을 주문했던 데다 29일 광주에서 가진 전국민 선대위 회의에서도 재차 “국회를 바꾸겠다”고 역설했던 만큼 이처럼 갑작스러운 변화는 당장 여러 해석이 나오게 만들고 있다.

이 후보와 맞서고 있는 국민의힘에선 양준우 대변인이 30일 논평을 통해 “이 후보는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 관련해서도 제1공약이 아니라 자기부정을 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음식점 총량제나 주4일제 같은 설익은 공약을 들고 와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며 “지난번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란에서도 슬그머니 발을 빼더니 이번에도 여론 반대에 (국토보유세 관련해) 꼬리 내린 것이다. 일단 질러놓고 논란이 일면 철회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게 정상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양 대변인은 “대선이 대국민 포퓰리즘 수용도 테스트인가. 이 후보의 갈지자 행보와 공약 번복의 원인은 오롯이 후보 본인에게 있다”고 꼬집었으며 같은 당 김은혜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 번복 발언을 겨냥 “누가 반대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라며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 극언한 때가 불과 보름 전이다. (국민이) 반대하면 안 하겠다니 그럼 후보는 악성언론, 부패정치세력과 손잡겠다는 건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대변인은 “정치인이란 여론에 따라 정책을 수정할 수 있으나 국가를 다스리겠다고 나선 지도자가 바꾸면 안 되는 것은 소신과 양심”이라며 “이 후보가 4년 전부터 국민 앞에 한 약속을 대선 백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손바닥 뒤집듯 바꿨는데 이 후보의 소신이란 여론조사 수치와 유·불리에 촌각을 다투며 반응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 세금도 표 계산하는 여당 후보, 국민들은 불안하고 무섭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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