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DJ의 필요성 절감

DJ-이부영 무슨말 오갔나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은 13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의 역할론과 관련, “나라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상의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 의장이 “미 대선후 신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한반도에 전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겠다”면서 “어느정도 기초작업을 하고 깊은 상의를 드리겠다. 방향을 잡아달라”고 요청하자 이같이 말했다고 우리당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전직 대통령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정권이 중요하다”면서 “북한도 나와 합의해서 책임질 수 없고, 현 대통령과 약속해야 책임있게 해나갈 수 있다”고 말해, 남북 및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한미 관계와 관련, “우리는 현시점에서 미국에 두가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미국은 성실한 동맹국으로 서로 의심없이 함께 가자는 것과, 한반도 평화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6자회담이든 뭐든 북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안전보장 및 경제제재 해제에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나도 힘 닿는 데까지 노력하겠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면담에서 이 의장은 전날 관훈토론회에서 자신의 `DJ특사' 발언이 오해를 빚은 데 대해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시했으며,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은 “한 두번 나온 얘기가 아니라서 관계없다”고 말했다. 이 의장의 취임 후 처음인 이날 동교동 방문에는 배기선(裵基善) 문희상(文喜相) 정장선(鄭長善) 의원이 함께 했다. 현 한반도 정세상 ‘DJ역할론’ 떠올라 현 한반도 안보 정세로 볼 때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났고 노벨 평화상을 받은 DJ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당 입장에선 DJ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상ㆍ하 의원에서의 북한 인권법 통과, 김일성 주석 10주년 조문 방문단 방북 좌절, 노무현 정부 들어 계속된 탈북자들의 대거 입국 등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경색된 상태다. 북핵 6자회담도 미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지배하고 있어 미 대선 이전에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1월초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DJ는 13일 이부영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 대선이 끝나면 누가 되든지 한반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 구한말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주변 4국과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중요하다"며 한반도 주변정세의 심각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당, DJ역할 필요성 절실히 느껴 특히 열린우리당은 누구보다 DJ의 '역할'을 절실히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의 남북 경색국면 타파를 위해선 DJ가 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찬 총리, 정동영 통일부장관, 이부영 의장 등 여권 고위관계자들은 북한에 대해 계속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한 적극적 의사 표시를 해왔다. 이에 북측은 정상회담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직접 공식적 입장을 표명하거나 아니면 특사를 파견해 공식 요청해 올 경우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북측이 신뢰하고 있는 DJ의 지원 필요성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DJ는 이부영 의장에게 "전직 대통령이 중요한 게 아니라 현직의 대통령이 중요하다"며 대북특사 제안은 우회적으로 거절했지만, "미국과 성실한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한반도 평화를 굳건히 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며 "힘닿는데 까지 나도 (내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사실상 '측면지원 역할'만 하겠다고 밝혀 열린우리당을 애타게 만들었다. 우리당 정치적 열세로 DJ 끌어안기 열린우리당이 DJ를 연일 찾아가는 또 다른 이유로 우리당의 정치적 열세를 들 수 있다. 국내 정치적 상황이 DJ를 붙잡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 가고 있다. 여당이자 원내 과반을 차지하는 열린우리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 그 누구도 확실하게 정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DJ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열린우리당의 판단이다. 열린우리당의 'DJ 끌어안기'는 지난해 민주당과의 분당 과정을 겪으면서 흩어졌던 지지 세력을 재결집 시키겠다는 의도이며, 최근 차갑게 식고 있는 호남지지층의 재결집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선거법 위반 등으로 내년 4월 대거 재ㆍ보선을 치루면서 과반수 정당자리를 내놓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민주당과의 당 대 당 통합 필요성까지 일각에선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열린우리당의 구애에 대해 김 전대통령은 아직 화답하지 않고 있으나, 일부 ‘정치적 방향’에 대해 조언은 해주고 있다. 퇴임 이후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해 노코멘트 해오던 DJ도 최근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에 대해 "1980년 신군부가 나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선고를 내렸다. 악이 멸하고 정의가 승리했다"며 간접적으로 폐지 입장을 밝혔고, 과거사규명 등과 관련해서는 "옳은 일인데 국민이 안따라 오면 서서 기다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무리한 일추진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3개국 순방과 6월 중국을 방문했던 김 전대통령은 본인이 조만간 해외 순방에 나서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대통령은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국가의 초청을 이미 받아 놓은 상태다. 비록 본인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그의 역할이 우리나라 정세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으로 볼 때 DJ의 행보는 앞으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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