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앙된 이낙연 지지자들, 여론조사에서 “국힘 후보 뽑겠다”…宋사퇴 靑 청원도

송영길 민주당 대표(좌)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송영길 민주당 대표(좌)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선후보로 확정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결과에 대해 이낙연 전 대표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의 감정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으면서 지도부가 기대했던 ‘원팀’ 결집이 이뤄지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당무위 개최 전부터 노골적으로 이 지사 측에 힘을 실어주던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급기야 이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당원들을 겨냥 “일베와 다를 바가 없다”고 지적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자충수가 됐는데, 비록 그가 YTN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해당 발언 취지는 “일부 몇 사람이 아주 악의적으로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하는 행위”라고 극소수로 한정한 비판이었으나 그간 ‘이심송심’ 논란 속에 쌓여온 송 대표에 대한 불신이 폭발하는 단초가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송 대표는 이 전 대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을 향해서도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 그의 발언을 꼬집어 “국민의힘 대변인처럼 하면 안 된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이 점잖게 한번 지적했는데 그런 말이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그렇지 않아도 지난 11일 “사사오입 철회하라” 등의 팻말을 들고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까지 가졌던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결선투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는데 지지후보 캠프를 지도부까지 압박하자 송 대표 사퇴 청원까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비록 경선 결과를 수용하긴 했지만 이 전 대표 캠프 인사들 역시 송 대표의 ‘일베’ 발언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을 감추지 않았는데, 이 전 대표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광진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4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민주당에서 10년 가까이 정치했는데 당 대표가 패배한 후보의 선대위원장에게 ‘국민의힘 대변인처럼 한다’고 하거나 지지자들을 ‘일베 같은 상황’이라고 말하거나 당 수석대변인이 자당 정치인 상대로 논평 내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그런 형식으로 대응하는 게 정말 원팀이나 합심에 도움 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뿐 아니라 정운현 공보단장도 전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송 대표가 이낙연 지지자들을 일베에 비유하고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원팀을 하자는 건가? 아니면 깨자는 건가? 당 대표의 언행이 이리도 감정적이고 배타적인데 어찌 단합을 이뤄내겠는가”라며 “이재명 측에는 한없이 관용적이고 편을 드는데 이게 과연 당 대표의 올바른 처신인가? 일각에서 송영길 탄핵론이 나오는 건 다 이유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민주당 권리당원인 김진석씨는 14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사오입 부정경선을 반대한다. 유사 사례나 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을 봤을 때 당 최고위원회와 당무위원회는 옳지 않은 결정을 했다”고 주장한 뒤 대선후보 경선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는데, 이에 현근택 전 이재명 캠프 대변인이 페이스북을 통해 “가처분 신청은 각하 또는 기각될 것이 명백하다. 지지자들의 자발적 행동이라고 놔둘 게 아니라 자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고 촉구하자 정 공보단장도 SNS로 “이낙연 후보나 캠프가 나서서 이걸 자제시키라는데 주제도 넘거니와 무례하기조차 하다. 이재명 후보는 도발하는 현근택의 언행부터 자제시키기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또 김 전 정무비서관도 “어제 가처분신청 관련해서 법원 비용 준비하는 데 30분 만에 2000명 넘는 분들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선거라는 게 후보 혼자만 주인공이 아니고 유권자는 이 선거와 관련한 당사자로서 본인들이 집단으로 하든 개인이 하든, (소송)하는 것은 유권자로서의 사법부 법에 보장된 권리기 때문에 그걸 강제하거나 문제 삼을 수 없다”며 “너무 비난조로 보지 말고 이분들도 마음을 추스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고 과정”이라고 강조했고, 이 전 대표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인 김종민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모든 행동을 다 누르거나 덮을 수 없는 일이다. 이분들 마음을 이해하고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는데 이재명 후보의 역할도 많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격앙된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이 전 대표의 경선 결과 수용 발표를 페이스북에 ‘승복’이라고 표현한 것만으로도 분노해 조 전 장관의 저서인 ‘조국의 시간’을 찢거나 불태우는 ‘훼손 인증’ 사진을 SNS에 올리는 등 경선 후폭풍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데,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유권자 2027명에게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고 응답한 604명 중 내년 대선 때 이재명 지사에게 표를 주겠다고 답한 비율은 최소 13.3%에서 최대 14.2%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왔다.

비록 이 조사는 이 전 대표가 경선 결과 수용 입장을 내놓기 전에 이뤄지긴 했지만 민주당 경선 당시 이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응답자 중 국민의힘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오면 40.3%는 이 지사가 아니라 윤 전 총장에 투표하겠다고 답했고, 만일 홍준표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나올 경우 29.9%가 홍 의원을 찍겠다고 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여당 후보를 지지하던 이들이 반대편인 제1야당 대선후보에 표를 주겠다고 할 만큼 ‘원팀’은커녕 차기 대선에서 이 전 대표 지지층의 이탈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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