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국가가 식습관까지 규제하나”

지난 1일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풍산개 새끼 7마리와 함께 찍은 모습. ⓒ문 대통령 페이스북
지난 1일 문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풍산개 새끼 7마리와 함께 찍은 모습. ⓒ문 대통령 페이스북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유기된 반려동물 관리체계 개선 관련 보고를 받은 뒤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정부는 오는 30일 개고기 식용금지 관련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청와대에서 토리, 마루, 곰이 등의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반려동물 등록률 제고, 실외 사육견 중성화 사업 추진, 위탁 동물보호센터 전수점검과 관리·감독 강화, 민간 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동물보호관리시스템 내실화 등에 대해 보고 받은 뒤 이런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었는데, 다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로 치솟는 등 보다 중요한 사안이 산적한 와중에 나온 발언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무 7조란 상소 형태의 글을 올려 문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지적했던 진인 조은산은 같은 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인생은 타이밍, 정치도 타이밍’이란 글을 통해 “영화 판도라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원전 폐기를 지시했던 문 대통령이 이번엔 김정은이 하사한 풍산개 7마리에 감격했는지 돌연 개 식용 금지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나도 개 예뻐하는 사람으로서 반감은 없지만 한 가지 묻고 싶은 건 왜 하필 지금이냐”라며 “감정이 그리도 풍부하신가”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조은산은 “코로나로 인한 집합 금지 덕에 자영업자들은 지금도 생사를 오가고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들도 여럿이다. 개고기가 혐오스럽고 창피한 야만 문화라 치부해도 그들 역시 우리 국민이고 고통 받는 자영업자의 일부”라며 “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만큼은 그들에게 힘이 돼줘야 하지 않겠나. 왜 하필 자영업의 존망이 걸린 이 시국에 끄집어내는 건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이 정권은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못 맞춘다. 코로나 확산으로 전국의 의료진들이 방호복에 갇힌 진물이 됐을 때도 의료개혁을 선포해 의사 총파업 사태를 야기했고, 백신 수급이 가장 시급한 문제였을 때에도 윤석열 수급 한 번 따보겠다고 그 난리 쳐서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 수준의 백신 접종률을 기록했다”며 “뭐 같은 정책을, 게다가 시기까지 잘못 맞춰 더 욕을 먹은 경우도 있다. 하필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한창일 때 남북경협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는 망언으로 더 욕을 먹게 된 대북정책이 바로 그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번 ‘개고기 금지’ 발언 이전에도 소위 타이밍 맞지 않는 행보를 보여 빈축을 산 바 있는데,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가 낳은 강아지 7마리를 지자체에 분양하겠다고 SNS에 올렸다가 당시 정부와 보건의료노조 간 협상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시점에 부적절한 행태였다는 지적을 받자 도리어 청와대에선 “언제 사진을 올리든 또 비판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널리 이해해 달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초점은 다르지만 문 대통령의 개고기 발언을 비판한 이는 조은산 뿐만이 아닌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양준우 대변인도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개고기 식용을 국가가 원천금지하자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가가 개인의 취향이나 식습관까지 규제할 권리는 없다”며 “같은 논리면 민트초코 금지법, 탕수육 찍먹법도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는데 감정적 요소를 빼고 본다면 얼마나 황당한 규제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양 대변인은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최근 개고기를 꺼리는 분이 많아진 것은 분명하고 그 결과가 바로 국내 개고기 시장의 자연스러운 축소”라며 “이런 시장의 작동을 외면하면서 ‘다수가 원하니 국가가 개입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중영합주의다. 우리는 그걸 포퓰리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는데, 반면 여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께서 개 식용금지 검토를 관계부처에 지시했는데 당연한 조치이고 크게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으며 추미애 전 장관도 자신의 SNS를 통해 “개 식용 금지 검토할 때란 말씀은 참 반갑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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