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사용 후 핵연료’ 17톤 분실

고리, 영광 등 국내 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사용 후 핵연료’ 재고량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수작업 장부 기록보다 29다발(약 17.4t) 적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수원은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에도 자체 전산기록만 고쳤을 뿐 현장조사를 통한 원인규명이나 과학기술부 등 상급기관에 보고도 하지 않아 은폐 의혹마저 사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산자위 이성권(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5월 방사성 폐기물의 사후처리 비용관리를 전산화하기 위해 원전폐기물 재고량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용 후 핵연료가 수작업 장부에 기록된 1만6백74다발보다 29다발이 적은 1만6백45다발인 사실을 확인했다.
사용 후 핵연료는 핵무기의 원료가 될 수 있는 플루토늄과 우라늄 등을 다량 함유, 매월 변동량이 IAEA(국제원자력기구)에 보고될 정도로 생성, 이동 및 처리가 철저히 통제되는 물질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요망되는 원료다. 하지만 한수원의 원료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현재 재고량과 장부의 수치가 확연하게 다른 것이다. 발전소별로 고리2호기가 1천26다발로 장부보다 44다발이 적었고, 고리3호기는 4개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울진 3, 4호기는 각각 13다발과 1다발, 영광3, 4호기는 각각 1다발, 4다발이 장부보다 많았다.
이와 함께 한수원 자료에는 원전 종사자들이 입는 작업복이나 장갑, 덧신 등 중·저준위 폐기물의 경우 지난해 재고량이 장부보다 무려 1천2백19드럼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수원의 원전폐기물 관리 전반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전산화 작업 이전인 2003년까지 핵폐기물 수량을 수기로 기재하면서 발생한 기록착오일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사용 후 핵연료가 분실됐거나 전용됐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수원측은 수량 차이가 없는 월성원전 한 곳만 현장 확인하는 이상한 사후처리를 했다”며 “핵물질 관리가 이렇게 허술한 것도 큰 문제지만 실제 핵물질이 없는 것인지 진짜 원인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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