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 법무팀장 폭로

재계 서열 1위의 대그룹사인 삼성그룹이 임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관리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29일 <한겨레21>이 단독 보도한 '삼성 전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그것이다.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10월27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이 자신명의의 계좌로 우리은행 삼성센터지점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은닉해 왔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는 관련 기록과 실상을 전부 공개했다.

자신도 모르는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이자소득세 납부기록 등을 바탕으로 추정해보면 은닉 비자금의 규모가 50억원 안팎이라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대응 방침을 세웠다. 삼성 관계자는 "카더라식 보도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당시 삼성 임원 중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관리하던 돈을 김 변호사의 동의를 통해 계좌를 개설해 운영해오던 것으로 보인다"고 반박했다.

한편 김 변호사의 주장에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 힘을 싣고 있어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 변호사가 직접 찾아가 양심고백을 한 것으로 알려진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29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인의 번뇌로 처리할지, 사회적인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과 함께 성찰할지 고민했다"면서 "그러나 사회적인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과 함께 성찰하는 길을 택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삼성과 검찰의 태도에 따라 고소고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논평은 통해 삼성이 한점 의혹 없이 사건의 진상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운영 의혹에 대해 삼성그룹은 단순히 임원 한 명의 개인적인 자금운영에 따른 것이고, 삼성그룹과 관련없는 사적인 자금이었을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공개된 자료와 정황을 보았을 때 이 같은 해명은 믿기 어렵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의 비자금이나 불법자금의 관리방식의 일각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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