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행장 후임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 최종 선정

만만찮은 진통을 겪었던 국민은행 차기 행장 후보로,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상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10월 8일 국민은행은 8일 이사회를 열고, 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에 따라 오는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 김정태 행장 후임 후보로 강정원(54) 전 서울은행장을 결정했다. 강 전 행장은 오는 29일 열릴 국민은행 임시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김 행장에 이어 통합 국민은행의 2번째 행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경영능력 인정받은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 미국 다트머스대 출신인 강 전 행장은 미국 플렛처대 대학원에서 국제법과 외교학을 전공했고 씨티은행 뉴욕본사와 한국지점, 뱅크스트러스트그룹 한국대표, 도이체방크 한국대표, 옛 서울은행장 등 국내외 금융기관을 두루 거쳤다. 또한 마지막 서울은행장을 맡아 1천100여명의 직원을 구조조정하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하나은행으로의 매각을 성공시켜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행추위는 지난달 10일 김 행장이 회계규정 위반으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문책 적 경고를 받아 연임이 불가능해진 이후부터 본격적인 차기 행장 후보 선정 작업에 착수, 강 전 행장을 최종 후보로 이날 이사회에 추천했다. 행추위는 1차로 압축된 20여명의 후보들 가운데 ▲ 검증된 금융회사 경영능력 ▲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신념과 실행 용기 ▲ 통합은행 문화 정착 능력 ▲ 강력한 리더십 등의 선정 기준에 가장 적합한 강 전 행장을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경쟁률 100대 1, "못 끼면 팔불출" 국민은행 행장후보 추천위원회의 주도로 이뤄진 국민은행 차기 행장 후보 선정 작업은 비공개로 진행돼 후보군 압축 과정 등에서 많은 얘깃거리를 남겼다. 지난달 10일 김정태 행장에 대한 금융감독위원회의 징계 직후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언론 등을 통해 거론된 인사는 100여명에 달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부총재, 심훈 부산은행장, 박철 한국은행 고문, 하영구 한미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등 전·현직 금융기관장을 비롯, 금융계에서 웬만한 인사들은 거의 모두 거명돼 "여기에 끼지 못하면 팔불출"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들이 모두 국민은행 차기 행장직을 희망했던 것은 아니지만 경쟁률로 따지자면 100대 1에 달해, 국내 최대 은행장직에 걸맞은 경쟁이 펼쳐진 셈이다. 선정 방식은 다르지만 지난 2월 공모를 통해 이뤄진 우리금융지주회장의 15대 1보다 훨씬 높은 경쟁률. 하지만 100여명에 달하던 후보들은 행추위가 헤드헌터회사를 통해 후보군을 40 여명으로 선정하면서 상당수가 허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40여명의 후보군은 지난달 추석 연휴 직전 20여명, 추석 연후 직후 10여명으로 각각 압축됐고 이 달 들어 6~7명, 4~5명, 2~3명 등으로 줄어들었다. 혹시 김정태 행장의 '마음' 개입? 행추위는 후보를 압축하면서 대상자들에게 후보 선정을 통보하는 과정에서 고사하는 대상자들이 많아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후보군에는 현직 금융기관장들이 상당수 있었고 특히 지금의 자리로 옮긴 지 얼마되지 않은 인사들은 대부분 후보를 사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막판까지 강력한 후보였던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간접적으로 고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언론을 통해 계속 후보로 거명되자 후보 선정 발표 당일 행내 게시판을 통해 "국민은행장으로 가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하 행장 외에 이강원 굿모닝신한증권 사장, 홍석주 증권금융사장, 심훈 부산은행장, 이덕훈·김종창 금통위원, 전광우 전 우리금융 부회장 등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조직통합 등 쉽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한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과의 신뢰 문제도 있기 때문에 현직 최고경영자들 고사의사를 밝힌 것"으로 분석했다. 특기할 것은 행추위가 확대 개편되고 김 행장이 부행장들에게 "적당한 후보가 있으면 추천해보라"고 한 것.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문제는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국민은행 노조도 "김정태 행장이 현직 행장을 최종 후보로 강력하게 추천하면서 행추위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행추위는 "어느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행장 후보를 선정했다"고 강조, 외부 입김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들도 "무슨 오해를 받으려고 제재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있었던 은행의 최고경영자 선정과정에 개입하겠느냐"며 "민간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임은 해당 금융회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 지부는 이날 "행추위의 차기 행장 후보 선정 작업이 밀실에서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행동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만만치 않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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