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창의문에서 북악 스카이웨이길따라 쭈욱~

하늘이 더욱 파래지고 희디흰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이맘때쯤이면 괜시리 마음이 싱겅생겅해지고 까닭 없이 어디론가 떠나 보고픈 마음이 간절하다. 하지만 바쁜 몸과 마음이 허락하질 않는다. 이럴 때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조금만 발품을 판다면 서울시내에 조용하면서도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숲길과 잘 조성된 산책로를 찾을 수 있다.

잠시만이라도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짧은 서울 여행을 이곳으로 떠나보자. 이 여행은 가족이 필수! 또 꼭 필요한 친구를 동반하시라. 바로, 소중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줄 카메라!

서울시내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을까 할 정도로 호젓하면서도 깨끗한 산책로가 숨어 있다. 바로 북악산길 산책로. 종로구 창의문에서부터 시작하여 북악 스카이웨이길을 끼고 멀리 성북구 여성회관까지 조성된 산책로 길이는 무려 6km. 완만한 경사에다가 산책로 주변엔 나도송이, 털별꽃아재비, 며느리밑씻개 등 들꽃들과 복자기, 모감주나무, 소나무, 칡넝쿨, 다래와 머루 넝쿨 등 가지각색의 자연의 친구들을 볼 수 있다.

이 산책로를 걷다보면 팔각정을 만나는데 이 곳 전망은 그야말로 최고. 흡사 지리산 성삼재에 온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주변 풍경과 산세가 정말로 근사하다. 뒷 편 산세를 배경으로 찰칵! 해 보시길 권한다.
앞쪽으로 북한산 비봉과 사모 바위, 보현봉 등 산 마루금이 또렷하게 보이고, 뒤편으론 남산, 관악산 등 조망이 좋다. 운 좋으면 북한산에서 시작하는 단풍을 볼 수도 있다. 이 곳 팔각정에 주차한 후 창의문 쪽 산책로나 성북구 쪽 산책로로 자유로이 걸을 수 있다.

중간 중간에 벤치가 있으므로 간식이나 요기, 휴식이 가능하다. 운동화를 신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어보자. 몸 안에서 기가 팍팍 솟아오름을 느낄 수 있다. 단, 22:00~다음 날 04:00까지는 산책로 통제.

▲ 중랑천 뚝길
성동구 한양대 앞 중랑천 뚝길(송정제방길)은,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다. 이곳엔 수양버들, 은행나무, 소나무, 무궁화와 복자기, 단풍나무가 다양하게 자라고 있다. 이 산책로엔 특히, 사열을 하듯 은행나무가 차렷 자세로 뻗치고 있어 풍경이 아주 그만이다.

느릿느릿 산책을 하며 자녀들과 그간 하지 못했던 얘기 들을 나눠 봄직도 하다. 산책로에 벤치가 있어 편안하게간식을 들어도 좋을 듯하다. 산책로 위쪽엔 자전거 도로와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시설들이 갖춰져 심심하지 않다.

빽빽이 자라고 있는 은행나무 사이로 가을 햇살이 비쳐 질 때면 손색없는 가을 풍경화 한 폭이 그려진다. 더욱이 가을이 깊어가 노란 은행잎이 길에 뿌려질 즈음엔 그야말로 황금색의 길이 만들어져, 이 장면을 놓치기 싫은 아마추어 사진 작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철 눈이 많이 쌓인 나무들도 좋은 사진 소잿감.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의 입소문으로 요즘 이 곳을 찾는 작가들이 많다. 왕복 약 2km, 1시간 소요

이 곳을 산책하면서 꼭 건너봐야 할 다리가 있다. 바로 사적 160호인 살곶이다리!. 1483년(성종 14년)에 만들어 진 이 다리는 이 곳 저 곳 보수를 했지만, 지금도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조선 초 매 사냥을 유달리 좋아했던 태조 이성계가 인근 응봉산으로 매사냥을 나가 활로 매를 쏘면, 매가 떨어지는 곳이라 하여 ‘살곶이’란 명칭이 붙어 자연스레 다리 이름도 ‘살곶이다리’라 전해졌다고.

▲ 강서습지 생태공원
방화대교 밑 강서 습지 생태공원도 숨겨진 명소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자녀들과 함께 가면 더욱 소중한 체험이 될 수 있는 곳. 한강과 접해 있는 이 곳은 전형적인 강변의 습지 모양을 하고 있다.

공원내 곳곳에는 요새 한창 물이 오른 물억새가 사람 키보다 크게 자라 장관이다. 흔들리는 물억새를 소재로, 햇빛을 마주 보고 찍으면 나도 손색없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담수지를 끼고 조성된 목재 보행 데크와 자연관찰로를 걸으며 길 주변에 자라는 물억새, 붉은 여뀌, 층층이꽃, 으아리, 개망초 등 요즘 한창인 들꽃들을 보며 가을 정취를 만끽해 보자.

들꽃들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새 조류 전망대에 이른다. 운이 좋을 경우 바로 앞 한강을 노니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검은댕기해오라기, 개개비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 철새들이 놀라지 않도록 울타리를 쳐 놓았으므로, 구경은 조심조심 조용조용! 산책로를 걷고 조류를 전망할 경우 1시간 정도 소요. 여기에 성이 차지 않으면 공원측에서 유료로 제공하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려보자. 자전거를 1시간 정도 이용할 수 있다.

접근은 승용차를 이용하여 88올림픽도로 방화 대교 부근에서 ‘한강시민공원 강서지구’ 팻말을 보고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된다. 주차장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이 곳에 와 산책과 조류 전망, 그리고 물억새 사진을 찍고 다시 돌아가도 좋다.

▲ 용산가족공원
용산 국립 박물관을 찾는 시민들이 원체 많은 탓에 가려진 명소가 있다. 박물관에 인접한 용산 가족공원이 바로 그 곳! 이 즈음 용산 가족공원은 파란 하늘과 푸른 숲이 잘 어우러져 멋진 가을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공원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초지의 외곽을 도는 산책로는 그야말로 산책의 정수로 한 점 모자라지 않는다.

초지를 지나면 숲 속 길로 연결이 된다. 숲에는 단풍나무와 꽃사과, 느티나무 등이 고루고루 자라고 있어 산책할 맛이 저절로 난다. 초지 덕분에 눈 또한 맑고 청명해 지는 느낌! 산책로 길이는 약 1.5km. 조금 짧다는 생각이 들면 대여섯 바퀴를 돈 후, 공원 구석구석을 구경해도 좋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맑은 물을 담고 있는 연못이 있고, 연못 주변엔 수양버들과 갈대가 연못의 정취를 더욱 고조시켜 그 운치를 한층 더해준다. 물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청둥오리를 보며 소중한 사람과 벤치에 앉아 잊지 못할 시간을 만든다면 금상첨화.

용산 국립 박물관이 바로 인접해 있어, 박물관 바깥에 있는 문화재 등을 구경할 수도 있다. 공원내 주차장이 있어 차량을 가져가도 좋다.

▲ 우장산 산책길
비둘기 울듯이살까보아
해종일 구름밭에우는 비둘기

다래머루 넌출은 바위마다 휘감기고
풀섶 둥지에 산새는 알을 까네

비둘기 울듯이살까보아
해종일 산너머서우는 비둘기.
(박목월 님의 ‘구름 밭에서’) 산책로 입구 나무판에 새겨진 시

강서쪽에도 명품 산책로가 있다. 이름하여 우장산 산책길! 야트막한 우장산에 명품 산책로가 깔끔하게 닦여져 있다. 산책로 입구부터 예사롭지가 않다. 포장도로에 우레탄을 입혀 걷기에 매우 푹신푹신. 걷는 기분이 정말 좋다.

그 옆엔 들꽃들을 무더기로 심어놓아 눈이 즐겁다. 구절초, 수호초, 노루오줌, 비비추, 벌개미취, 맥문동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아직 이른 탓인지 잎이 떨어지지 않지만, 숲 터널에서 들리는 사그락사그락 소리가 가을임을 실감케 해 준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보기드문 쪽동백 군락지가 일품이다. 소나무와 잣나무 숲도 있다. 신갈나무 갈참나무도 보인다. 산책하는데 동행해 주는 나무 친구들이 많아 결코 외롭지 않다.

서울시내에도 이렇게 자연적이면서도 호젓한 산책로가 있음을 진작에 알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절로 든다. 숲길이 1km 남짓해 짧다는 생각이 들지만, 산책로 입구부터 따지면 2km 조금 넘는다. 더욱이, 산책로 곳곳에 서정적이고도 아름다운 시가 새겨진 나무판이 있어 한 편 한 편 읽으며 산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산책로 정상에 맨발의 거리도 있어 이용해도 좋을듯하다. 다만, 접근이 불편한 점이 흠이라면 흠. 지하철 5호선 우장산역 1번 출구로 나와 05번 마을버스를 타고 강서 구민회관에서 내리면 된다.

▲ 낙산공원
종로 이화동 부근 낙산공원도 산책과 휴식하기 좋은 곳. 무엇보다도 이 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서울 시내 전망이 최고. 가까이 남산에서부터 인왕산, 북한산의 보현봉과 인수봉, 수락산, 불암산, 도봉산의 오봉, 그리고 날씨가 좋을 경우 멀리 양수리 주변 수종사를 품에 안은 운길산까지 보인다.

다소 경사가 있기 하지만, 공원내 성곽을 한 바퀴 돌며 서울시내 주변을 바라보는 재미도 매우 쏠쏠하다.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걷는다면 약 1시간이면 돌 수 있다. 성곽 산책로 주변엔 앙증맞은 들꽃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빼어난 자태를 선보인다. 재수가 좋으면 가끔씩 나뭇가지에 앉아 조금 거칠긴 해도 색다른 음조의 직박구리도 볼 수 있다. 산책 후 김밥 등 가볍게 음식을 들어도 괜찮다. 물론, 쓰레기 등은 준비된 분리 수거통에 넣으면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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