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된장국과 절묘한 하모니를 자랑하는 배초향



‘배초향’ 에서 풍기는 어감은 여성적이다. 실제로 향을 맡아보면 여성스런 부드러움과 고귀함이 느껴지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배초향처럼 민물고기 요리에 들어가는 제피가 강렬하고 진해서 야성미가 느껴지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제피가 무게감이 느껴져 뇌를 자극한다면 배초향은 가벼워 살랑살랑 코끝을 간지럽힌다.

배초향은 학명 상 이름일 뿐이고 실제로는 방아잎이라 부른다. 마치 자장면이 표준어지만 실생활에선 짜장면이라 부르듯 배초향도 방아잎이라 불러야 더 식물미가 느껴진다. 주로 경상도에서 그리 부르고 전라도 일부에서는 ‘방애잎삭’ 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5월 중순 경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서 생기롭게 자라고 있는 방아잎을 보았다. 주로 민가 옆이나 밭 가에서 자라고 있다. 맛객은 그동안 방아잎 말만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다. 언뜻 보면 깻잎으로 착각 할 수도 있지만 잎이 끝으로 갈수록 급하게 뾰족해지는 차이가 있다. 또 줄기를 보면 박하처럼 네모진 게 특징이다.



이 방아잎을 시골에 사는 지인이 2주 보내왔다. 산에서 흙을 퍼와 화분에 옮겨 심었더니 며칠 후 생기를 되찾는다. 이제부터 너는 내 친구다! 상대의 의사도 묻지 않고 친구묵기로 해 버렸다. 이로써 하루 종일 혼자서 생활하는 맛객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울적해질 때 방아잎을 보면 금세 편안해지니 이보다 멋진 친구가 어디 있으랴. 손으로 잎을 살살 건드려 향기를 맡으면 그 순간 스트레스와는 작별을 고한다. 신경안정제가 따로 없구나 생각된다.

방아 잎을 보내준 지인이 이번에는 잎을 한 주먹 따서 보내왔다. 귀하디 귀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당장 된장국을 끓여 맛있는 식탁을 차려야겠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 해남에서 만든 된장을 풀었다. 죽순, 호박, 양파, 풋고추도 들어가니 구수한 냄새를 폴폴 풍기며 팔팔 끊기 시작한다.

얼마 전에 만들어 놓은 달래장으로 마지막 간을 한 후 무언가를 손으로 갈기갈기 찢어 된장국에 넣었다. 그게 그대의 눈에 방아잎으로 보인다면 나의 마법은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포기하랴. 냄새를 맡아보고 그래도 방아잎이라면 다시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음미를 해 보라. 이 순간 눈을 감아도 좋다. 자 어떤가? 그래도 방아잎인가?



“아니오! 당신이 넣은 건 향기였군요. 마음의 안식처 같은 향기, 고향 어머니 냄새 같은 향기였어요.”

그렇다. 방아잎에서는 어머니의 냄새와 같은 그리운 향기가 난다. 눈을 감으면 잡힐 듯 말듯한 고향의 냄새에 아련함이 함께하는 냄새다. 그게 구수한 된장국을 만나니 더욱 더 큰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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