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만 첫 스크린 도전 이태란

연기 잘 하는 씩씩한 선머슴 같은 연기자 이태란(32). 지난 1997년 SBS 톱 탤런트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연예계에 입문했다. 데뷔 초부터 영화에 대한 욕심도 많았지만 유독 영화와는 인연이 없었다. 브라운관에서 꾸준히 연기 실력을 쌓았고 지난해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로 그 해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그런 그가 연기데뷔 10년 만에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 여주인공 ‘희수’로 돌아왔다. 이태란은 이번 작품에서 노출도 처음, 베드신도 처음, ‘공사’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그 속사정을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 시사회장에서 들어봤다.

“베드신이란 게 정말 만만한 게 아니더라. 정말 영화를 꼭 하고 싶었고 잘할 자신도 있었는데 막상 촬영하려니 난감했다. 조금만 하려 해도 민망스럽고 망설여지던지… 다행히 감독이 같은 여성이었고 이미연씨가 옆에 있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모든 게 처음, 그래도 행복

▲ <사진제공/펜엔터테인먼트>
영화 ‘어깨너머의 연인’은 32살 독신녀 정완(이미연)과 럭셔리 미시족 희수(이태란)를 통해 바라본 30대 여성들의 사랑과 섹스에 관한 이야기다. 작품의 특성상 다수의 베드신과 노출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결코 야하지만은 않다. 단지 32살 노처녀 여성들이 겪는 결혼과 사랑, 그리고 성에 대한 수다를 답답하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냈을 뿐이다.

이태란은 극 중 출산 전 기념으로 세미 누드사진을 찍는가 하면 적나라한 노출은 아니더라도 가슴 선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굴곡 있는 몸매와 몇 차례의 베드신을 선보였다. 나름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그동안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베드신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태란은 감독이 남자였다면 촬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극 중 ‘희수’는 결혼을 ‘안.심.보.험’으로 생각하고 남자는 단지 쇼핑의 물주일 뿐이라 여기는 ‘나오미족’ 여성이다. 전 작품 ‘소문난 칠공주’에서 늠름한(?) 여 군인의 모습을 선보인 그가 과연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유부녀 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었을까.

“극 중 캐릭터는 남편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치마 속을 보여주는 여자다. 남자에게 기대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여성이다. 나라면 그렇게는 안 산다. 실제 내 모습과 정반대의 캐릭터라 고심이 많았지만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차차 역할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토록 염원하던 영화 첫 주연 출연이기에 이태란은 진짜 ‘희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남편의 돈으로 자기 관리에 철저한 ‘희수’처럼 화려한 패션 스타일을 익혔고 태보로 몸매 관리를 하면서 하루에 한 잔씩 와인을 마시며 피부 관리를 했다.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였기에 생활방식이라도 닮아보려고 애썼고 이번 영화 출연에 입김(?)을 넣어준 이미연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했다.

“어느 날 문득 이미연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영화를 하는데 ‘잘 할 자신이 있느냐’고 묻기에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내게 영화 출연의 계기를 마련해준 이미연씨에게 고마울 따름이고 믿어준 이언희 감독에게도 감사하다.”

결혼은 마흔쯤으로 생각

▲ <사진제공/ 펜엔터테인먼트>
이태란은 스크린 첫 데뷔라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였다. 이미 지난해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여러 차례 개봉 일정이 연기 됐다. 당시 2006년 하반기로 내정됐던 개봉 날짜는 결국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10월18일로 확정됐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시사회장에서 눈물의 소감을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태란은 “스크린에 내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정말 기뻤다”며 말을 잇지 못해 울먹이더니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건가요. 탤런트도 좋지만 영화배우라는 소리도 듣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된 이태란은 그동안 일본어 공부도 해오며 영화 홍보를 준비했다. 이번 작품은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때문에 현지 시장 공약을 목표로 삼은 탓에 매번 개봉 일정이 정해질 때마다 일본 팬들을 위해 간단한 일본 회화를 공부해 왔던 것이다.
“계속 개봉 일정이 바뀌니 일어를 외우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이젠 진짜 개봉이 확정된 만큼 다시 열심히 일본어 회화를 공부해야겠다.”

이제 배우라는 이름에 한 발짝 내딛은 그는 당분간 결혼생각은 없다고 한다.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결혼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하고 싶다고. 그래서 ‘소울 메이트’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서른아홉이나 마흔쯤에 짝을 만나 결혼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연기 생활을 해오면서 평생 바람이었던 ‘영화 출연’ 과제를 풀어낸 이태란. 과연 관객들은 그가 제출한 과제물에 어떤 점수를 줄지, 또 그는 어떤 모습으로 다시 우리 앞에 설지 이태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st52@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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