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텐리, 배럴당 61달러 전망

국제유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이 사상 초유의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다시 에너지 비상에 들어갔다. 이번 유가 급등은 미국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피해 여파가 주원인으로 이라크 사태와 베니수엘라 정정불안 만큼 장기적 요인에 의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석유재고 감소로 이어지면서 유가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하반기 한국경제에 다시 큰 악재로 등장해 가뜩이나 내수 침체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과 경상수지 악화, 성장률 하락 등 주요 경제지표의 동반 악화가 불가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장담해 온 올해와 내년 5% 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되면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유가상승 배경 28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 11월물 선물가격은 49.90달러를 기록했는데 장중에는 한때 배럴당 50.47달러까지 치솟아 전문가들은 사실상 '유가 50달러 시대'를 연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 멕시코만에 불어닥친 허리케인의 피해로 현지 석유생산시설의 가동 차질이 장기화되고 이에 따라 미국의 주간 석유재고가 2주 연속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 유가 급등의 원인이다. 지난달의 경우 이라크와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이 주요인으로 중동산 두바이유를 비롯해 전 유종이 고른 상승세를 보인데 비해 이번에는 허리케인과 나이지리아 내전 영향으로 두바이유보다는 WTI와 브렌트유를 중심으로 유가가 오른 것이 특징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주 미국 주간 석유재고는 원유의 경우 지난주 대비 380만 배럴, 중간유분은 130만배럴, 휘발유는 160만배럴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같은 재고감소는 1-2주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과 함께 석유 소비량이 많은 겨울철로 이어져 유가의 고공행진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유가 어디까지가나 상당수 분석가들은 최근의 상황을 감안할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선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유가가 최고 배럴당 61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유가의 장기적 가격흐름은 이미 상승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의미 있는 수준의 원유선물 매도로 유가급락이 발생하기 전까지 결국 61달러선까지 뛸 것”이라고 관측했다. 와코비아증권의 제이손 셴커도 “석유재고가 지난 3개월 계속 크게 줄어들고 있다”며 “동절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고유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단기적으로는 60달러가 최고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국제 원유수급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80달러까지 갈 것이라는 매우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의 유가에는 상당한 거품이 기어 있고 시장의 불안을 초래하는 악재들이 해소 된다면 급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가급등의 원인이 공급부족이 아니라 시장성 투기로 악재가 해소된다면 투기세력의 이탈로 유가가 급락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 5% 성장 가능한가?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던 이달 초 “국제유가가 40달러대까지 올라가지 않는 이상 올해 경제성장은 5%대로 판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평균 유가는 배럴당 31∼33달러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연초 경제운용 계획을 세울 때 예상했던 배럴당 24달러보다 무려 10달러 가까이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민간 전문가들은 “올해 5% 성장률 달성의 최대 변수는 유가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스테크플레이션’ 우려 심화 무엇보다도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이 현실화하느냐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한 보고서를 통해 내년 중 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대로 높아질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은은 브렌트 유가가 50달러대에 이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 내외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브렌트유는 28일 47.07달러까지 올라 조만간 5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업계의 반응 국제 유가가 다시 폭등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업들은 고(高)유가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너지 절감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생산비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전체 비용 가운데 유류비 비중이 가장 큰 항공업계 등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비상 경영’에 들어갔고 이런 움직임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 중 항공업계는 전체 비용 가운데 유류비 비중이 가장 커 일부 기업에서는 이미 ‘비상 경영’에 들어갔고, 비상 경영 체제는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유가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 배럴당 30달러로 예상하였으나 하지만 유가 폭등으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대한항공은 ‘유가 위기관리 대응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연간 2,500만달러, 아시아나항공은 1,300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해운업계도 유가 급등에 따른 경영 악화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한진해운은 연간 260만t의 연료를 사용하는데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연간 300만달러의 추가 부담을 떠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전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근로자 작업 시간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시하고 있다. 화섬업계는 원료 가격 추가 인상에 따른 생산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화섬업계는 올해 들어 나일론과 폴리에스테르 제품 가격을 20%가량 올렸지만 30∼40%나 치솟은 원료 가격이 추가 상승하면 공장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일부 기업들은 70~80% 가동률을 낮추고 있는 낮추고 있다. 한편 전기·전자업계는 운송비 상승이 원가상승 부담이 되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전화를 비행기로 수출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항공 운임 상승이 원가 상승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LG전자는 중동산 두바이유가 배럴당 35달러에서 45달러로 오르면 가전제품 부문의 재료 구매비가 2%, 55달러면 4%, 65달러면 6%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업계는 유가 상승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가격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고, 철강업계는 이미 전사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나 비용 절감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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