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선대위 출범 막전막후

▲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하는 선대위가 발진했다. 이 선대위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고문으로, 당 내·외 인사 8명이 공동선대위장으로 나섰다. <맹철영 기자>
한나라당이 이명박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한 대선체제를 갖추고 D-day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국민성공시대 출정식’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선대위는 박근혜 전 대표를 고문으로 8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이 참여했다.

‘脫여의도’를 주장하며 안산시에서 출정식을 가진 선대위는 그 조직 또한 기존의 선대위와는 다른 모습이다. 8명의 선대위원장 중 6명이 외부 인사라는 점과 모든 체제가 이 후보를 향하고 있다는 것. 의원들은 지방으로 배치시키고 본체는 능률적으로 짠 이명박표 선대위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주식회사’라는 말도 떠돈다.

정치권은 선대위 출정식에 친박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이들이 이 후보를 돕게 된 점은 당내 분위기가 ‘정권 교체’를 위해 하나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청신호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문직을 맡게 된 박 전 대표가 “고문직 수락은 사실상 백의종군”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이회창 전 총재가 “외곽에서 돕겠다”고 고문직에 고개를 저은 것은 ‘제3후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추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10일 ‘국민성공시대 출정식’을 통해 선거대책위 ‘대한민국 국민성공캠프’를 본격 가동시켰다.

“국민성공시대 열겠다”

‘국민성공시대’의 출정식은 이날 오후 경기 안산시 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이명박 대선후보와 공동선대위원장, 강재섭 대표 등 주요 당직자와 국회의원, 당원 1천5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나라당은 이날 ‘실천하는 경제대통령’ ‘실천정부’ ‘국민성공시대’를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선대위의 출정을 알렸다.

이 후보는 이날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민생현장과 정책중심의 선거를 통해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정권만이 아니었다.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룬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자신감과 희망마저 잃어버렸다. 무책임하고 무능, 무지한 3무(無)정권을 유능한 집권세력으로 교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만하지 말고 더 낮은 자세로 노력해야 한다. 우리에게 결코 대세론은 없다. 12월19일 투표 마감시간 직전까지 우리에게 대세는 없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자칫 ‘대세론’으로 인해 느슨해질 수 있는 당원들을 다그쳤다.

강재섭 대표도 “멸사봉공과 사즉생의 각오로 죽음을 무릅쓰고 독립운동하는 자세로 정권교체 70일 투쟁에 나서겠다”며 “우리의 최종목표는 정권교체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국태민안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것이다. 정권교체 대장정의 출발을 선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는 “국정파탄세력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이미 끝났고, 준엄한 심판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공작정치에 대한 한방의 추억도 이제 착각이고 오만일 뿐, 아예 꿈조차 꾸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현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8인 체제 ‘이명박 주식회사’

이날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대한민국 국민성공캠프’는 8명의 공동선대위원장이 이 후보를 지원하는 형태를 지녔다. 강재섭 당 대표를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분야별 선대위원장단이 꾸려지게 된 것.

유종하 전 외무장관(외교안보),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교육과학기술), 배은희 전 리젠바이오텍 대표(미래신산업), 김성이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가 외부 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으며 안상수 원내대표은 국회 담당 선대위원장으로 뛰게 됐다. 단 농·어업과 체육·청소년 2개 분야 공동위원장은 차후 발표된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문화예술 분야 공동위원장으로 영입됐지만 “현직 대학 총장이 특정 후보의 선대위원장 직함을 갖는 게 부적절하다”며 고사해 선대위원장급인 문화예술정책위원장을 맡게 됐다. 핵심 기구인 경제살리기 특위 위원장은 이 후보가 직접 맡았고 국민통합 특위 위원장은 이윤구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맡았다.

‘이명박 주식회사’의 특징은 슬림한 조직구조와 후보 중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국민성공캠프’에 대해 과거 중앙선대위의 경우 10여 개가 넘는 방대한 본부체제였던 것을 크게 전략·홍보와 정책중심으로 단순화해 의사결정의 집중력과 전문성, 효율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한다.

이에 따라 모든 조직은 이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 후보가 선대위의 한 조직을 직접 맡았을 뿐 아니라 모든 보고 체계가 이 후보에게 전달된다는 것. 시·도 선대위도 이 후보 지시로 움직인다.

슬림해진 조직과 외부 인사들의 영입으로 갈 곳을 잃은 듯 보이던 의원들도 지방에서 지원사격을 펼친다. 서울에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맹형규,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 3선 의원과 배성동 헌정회 정책위의장이 임명됐다. 부산에는 김형오, 권철현, 김무성, 정의화, 정형근 의원 등 중진 5명이 포진했다.

대구에는 박종근, 안택수 의원이, 경북은 권오을, 김광원, 임인배 의원 등이, 인천에는 이윤성, 이경재, 황우여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기에는 김영선, 이재창 의원과 고흥길 의원, 전용원 전 의원 등이 위원장으로 발탁됐다.

한나라당 선대위에는 새로운 시도가 녹아 있다. 이번 인선 작업을 맡은 당직자는 “선대위원장들은 각 분야에서 명망있는 이들을 모셨다”며 공동선대위원장단에 외부인사가 6명이나 포함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한다. 또 시·도선대위에 여러 본부와 위원회를 둬 당원 및 직능인사 등 국민 참여의 폭을 넓혔다는 점도 조직동원선거를 막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위험성도 함께 내포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적이다. 선대위의 모든 보고가 이 후보를 향한다는 점은 후보에게 많은 짐을 지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또한 성과를 중심으로 한 선대위의 구성 자체가 조직간 경쟁과열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꼽는다.

박근혜·이회창 소극적 손길

선대위 출정식에는 김무성·김영선·김재원·문희·박종근·심재엽·안홍준·엄호성·유기준·이계진·이규택·이진구·최경환 등 친박 인사들이 대거 참석, 당내 분위기가 ‘정권 교체’를 위한 합심으로 모아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 중심에 서 있었어야 할 박근혜 전 대표는 지방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선대위의 고문직을 수락한데 대해 “상임고문직은 전직 대표로서 맡을 당연직 같은 것 아니냐”며 “백의종군이나 마찬가지”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이는 이 후보와 거리감을 두는 한편 선대위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

정치권은 선대위 출정식을 전후로 드러난 박 전 대표측의 움직임에 “당내 분위기는 안정모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는 끝나지 않았다”며 조심스런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박근혜 재기설’을 제기하는 이들은 이 후보와의 만남에 대해 “그럴 일 없다”며 단호히 선을 그은 박 전 대표의 태도를 주시한다. 이러한 태도는 박 전 대표가 ‘때’를 살피며 이 후보와 만나거나 도움을 주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분석.

더불어 “범여권이 후보 선출에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를 이 후보로 굳히고자 하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범여권의 한 수에 쓰러지게 됐을 때 박 전 대표나 ‘제3후보’로 교체할 수 없게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설에 대비해 ‘히든카드’로 몸을 움츠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후보의 낙마에 대비해 숨을 고르고 있는 이는 박 전 대표 뿐이 아니다.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의 선대위 고문직 요청에 “밖에서 도울 일이 있으면 얼마든지 돕겠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그는 고문직 요청과 관련, 이 후보가 “이 전 총재에게 선대위 고문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 적 없다”고 말하자 “대통령이 될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되겠느냐”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정치분석가는 “내부 조직은 정비됐을지 모르나 도움세력은 보이지 않는 칼을 들고 이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와 이 전 총재의 움직임이 이 후보의 대선행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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