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손해배상소송 패소 흑과 백

SK텔레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4일 법원이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통신업체의 의무를 강조하는 첫 판결을 내린 이유에서다. 법원은 과도하게 청구된 무선인터넷 요금에 대해 “이동통신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소송을 제기한 자사 고객 9명에게 이미 납부된 이용요금 1천3백여만 원을 소비자피해보상금액으로 지불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법원 판결이 확정돼 소비자 소송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경우 SK텔레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비자 승소 판결 ‘자신만만’, SK텔레콤 ‘심사숙고’
소비자들의 추가 소송 가능성에 업계 긴장감 돌아

▲ SK텔레콤은 소송을 제기한 자사 고객 9명에게 이미 납부된 이용요금 1천3백여만 원을 소비자피해보상금액으로 지불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14단독 원종찬 판사는 지난 4일 SK텔레콤을 상대로 소비자 피해 소송을 청구한 9명의 소송사건에 대해 미성년자 명의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전부 승소, 성인의 명의로 된 휴대전화 경우에는 50%의 과실 상계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SK텔레콤 거짓말로 탄로된 셈”

일단 이번 소송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무선데이터 정보이용에 대한 계약당사자의 확인 여부다.
SK텔레콤은 참고서면을 통해 “당사자가 콘텐츠를 구입할 당시에 콘텐츠 제공회사가 표시돼 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는 계약당사자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요금대행만을 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는 참고서면을 통해 “어떤 콘텐츠 제공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는지 계약체결당시에도 애매한 상태이며 상세내역서를 떼어 보아도 콘텐츠 제공회사에 대해 전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피고인 SK텔레콤이 당사자라고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적어도 SK텔레콤의 주장대로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공회사의 이름과 연락처가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제시돼야 한다는 논리다.
두 번째로 쟁점이 된 것은 정보이용계약 시 미성년자의 동의절차다. SK텔레콤은 “휴대전화 가입 계약 시 법정대리인이 미성년자의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포괄적 동의와 서명을 했고, 성인의 경우 약관 등을 보고 정보이용료 부과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사리분별이 미약한 미성년자로서는 상당한 양의 재화와 용역을 제공받음으로써 그 대가가 고액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때문에 미성년자인 소비자는 정보이용계약을 체결할 당시 개별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한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소비자가 지적한 SK텔레콤의 서비스 이용에 대한 설명의무다. 서킷, 패킷, 도수 등의 개념은 전기통신사업분야에서의 전문적인 개념으로 일반 소비자들로서는 이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주장이다. 때문에 무선인터넷을 이용해 재화와 용역을 제공받을 당시 사후에 어느 정도 요금이 부과되는지 사전에 예측하기가 어려워 과다요금이 나올 수 있도록 SK텔레콤이 방조했다는 설명이다.
상반된 의견으로 대립하던 소비자와 SK텔레콤에게 법원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부가 서비스인 데이터 통신 서비스의 계약 당사자도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라며 “SK텔레콤이 정보이용료의 요금수준과 데이터전송료 등에 대해 소비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에 따라 사전 설명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과도한 요금이 나왔을 경우 100% SK텔레콤의 책임이며 성인의 경우는 본인 과실도 인정, 50% 과실상계했다.
원고 대리인으로 소송을 진행한 김보라미 변호사는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그 동안 SK텔레콤은 물론 다른 이동통신사들의 주장이 거짓말로 탄로된 셈”이며 “1년 소송을 진행하는 동안 SK텔레콤이 제대로 된 입증자료를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결정된 사항 아무것도 없다”

SK텔레콤은 법원의 1심 판결에 항소 의지를 밝혔다.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법원판결문을 받아보지 못한 상태로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때는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사항들은 왜곡되거나 확대되어 있다”며 “원고 대리인이 일방적인 주장으로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이번 판결에 항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추가 소송 가능성이 있는데다 자칫 다른 서비스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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