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초비상 걸린 내막

최근 증권가에 비상이 걸렸다. 대기업 SK증권 과장 임모(35)씨가 1백억원대의 고객 투자금을 날렸다가 경찰에 붙잡히면서 증권사를 향한 고객들의 불신의 눈초리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피해자 장모(70)씨는 임씨가 자신의 투자금 1백억여 원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수익금이 발생한 것처럼 속여 회사로부터 성과급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K증권의 입장은 다르다. 조사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의견을 밝히기 조심스럽지만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상당부분 다르다는 주장이다. 베일에 가려진 증권사 과장의 1백억원대 고객 투자금 날린 내막을 <시사신문>에서 좇아봤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0월9일 SK증권 과장 임씨에게 특가법상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백억 원대 투자금 날려?

수사가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5월 피해자 장씨의 진정을 받은 직후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와 임씨의 만남은 장씨의 아들(37)에 의해서였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장씨의 아들은 지난 2004년 5월 지인의 소개로 임씨와 처음 알게 됐다.
이듬해 6월 투자할 곳을 찾고 있던 장씨에게 임씨는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주식선물거래에 투자하면 월 6%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를 권유한 것이다.

고심하던 장씨는 1억원을 임씨에게 투자했고 한 달 뒤 임씨는 ‘운용수익’이라며 1백20여 만원을 장씨에게 보내왔다. 이후 임씨가 1년여 간 꼬박꼬박 운용수익을 보내오자 장씨는 지난해 10월까지 총 17억여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투자를 한 만큼 운용수익이 점점 커지자 장씨는 아버지에게 투자를 권유했고 재력가인 장씨의 아버지는 아들을 믿고 올해 4월까지 95억여 원을 임씨에게 맡겼다. 2005년부터 올해 4월까지 장씨 부자가 임씨에게 투자한 금액은 1백13억여 원에 이르는 큰 액수다.

아들의 설득에 막상 투자는 했지만 장씨의 아버지는 내심 불안했다. 임씨를 잘 모르는 데다 지나치게 고수익이라는 점도 미심쩍었다. 결국 장씨의 아버지는 지난 5월, 임씨에게 투자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날벼락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장씨 일가가 투자한 돈 1백13억여 원 중 남아있는 돈은 13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이다.

장씨의 아버지는 임씨가 고액의 투자금을 운영하면서 위험성이 크고 수수료도 수 십 배 비싼 투기성 옵션에 투자해 1백억여 원을 날린 점 등을 들어 경찰에 진정을 넣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임씨는 거액의 고객 투자금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10억여 원은 개인 유흥비로 사용했다. 또 거래실적으로 증권사가 16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얻자 회사로부터 4억여 원의 성과급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또 장씨 가족이 투자금 중 일부로 모 증권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 필요한 주식을 구입해 달라고 요청하자 투자금을 날린 것을 숨기기 위해 주식을 매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금융감독원에 보고, 허위로 공시한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강서경찰서는 “고객의 1백억대의 투자금이 손실되는 동안 증권사 내부에서 알지 못하고 있었고 금융감독원이나 거래소에서도 허위 공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인정, 사실과 다른 점 많아”

하지만 SK증권의 주장은 달랐다. 경찰과 일부 언론에서는 SK증권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임씨와 장씨는 2005년 투자 당시부터 올해 초까지 상의과정을 거쳐 선물옵션에 투자 했으며 올해 초 주가가 폭락하기 전까지 1년간은 실제 수익이 발생했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금이 발생한 것처럼 속였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임씨에 대한 회사 측의 성과급 지급도 그와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1년간 투자한 ‘선물옵션’의 수익 발생으로 실제 회사도 수수료 이익을 얻었고 때문에 임씨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 주가의 급락으로 장씨의 아버지가 투자한 거액의 투자금이 손실됐고, 거액의 투자금이 손실되자 장씨의 아버지가 진정을 넣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SK증권은 “증권사 내에서는 ‘증권사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투자자들의 매매상황을 항시 모니터링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하루 손실률이 커지거나 주가가 급락하는 등 투자시장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매매정지 조치를 취하고 해당 직원도 근신 처리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올해 초 장씨 아버지의 투자 주식에 이상 징후가 발견돼 고객의 투자금 보호 측면에서 즉각 매매정지 조치했으며 그때그때 잔고통보도 이뤄졌다는 것이다.

SK증권은 “물론 고객의 투자금에 거액의 손실을 입힌 점과 허위공시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경찰과 장씨 아버지가 주장하는 허위공시 부분에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임씨의 허위공시는 장씨의 아버지가 모 증권사의 주식을 매입해 공시해 달라는 부
탁을 통해 이뤄졌다. 공시에 올리려면 주식의 5%를 매입해야 하는데 당시 장씨의 아버지가 소유한 주식은 4.7%에 불과했다. 때문에 5%를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공시한 점은 허위공시로 인정된다. 또 일개 직원이 공시를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차원의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증권사에서 2년 동안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허위공시와 투자자의 거액의 손실 등 직원관리의 문제점은 분명히 인정해 올해 초 임씨를 영업정지 시켰고 지난 달 중순 경, 내부조사를 거친 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그후 금융감독원의 지시에 따라 임씨를 퇴사 조치했기 때문에 이번 사안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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