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BMW판매에 효성은 벤츠로 맞대응

고합당진공장·EL·타이어 등 사사건건 부딪혀 자산 총액 기준으로 재계 21위인 효성과 26위인 코오롱이 자존심을 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고합 당진 공장 인수전뿐 아니라 수입 자동차 판매, 스판덱스(신축성 소재), 타이어코드(타이어용 특수섬유) 등 모든 사업분야에서 코오롱과 효성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코오롱과 효성은 지난 50년 동안 사업분야에서 라이벌 기업이다. 코오롱은 지난 54년 고 이원만 회장이 설립했고, 효성은 지난 57년 고 조홍제 회장이 창업했다. 두 그룹은 사업군이 섬유·화학·무역 등 사업전체의 80% 정도가 서로 겹칠 정도로 비슷했다. 지난 96년엔 한국카프로락탐이란 회사를 놓고 인수 경쟁을 하다가, 법정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두 그룹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코오롱 이웅렬 회장과 효성 조석래 회장 간에 자존심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첨예하게 대립=코오롱과 효성은 고합의 당진공장 인수전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두 기업이 싸운 탓에 당진공장은 미국업체인 하니웰사(社)로 넘어갔다. 입찰에 참여했다가 떨어졌던 하니웰만 재미를 본 셈이다. 지난해 9월 채권단이 공개입찰을 통해 가장 비싼 가격을 써낸 코오롱을 당진 공장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당진공장은 식음료 포장재인 나일론 필름을 생산 중이다. 입찰에서 탈락한 효성은 코오롱이 당진 공장을 인수하면, 국내 나일론 필름 시장을 독점할 것이라며 공정위에 코오롱을 제소했다. 공정위는 코오롱이 당진공장의 생산라인 2개를 모두 인수하면 독과점이 생긴다고 판단, 2개 생산라인 중 1개 생산라인을 제3자에 매각하라고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효성은 ‘당연히 매각되는 1개 라인은 효성의 몫’이라며 ‘공정위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코오롱 이활용 전무는 “누구에게 팔든 그것은 코오롱이 결정할 문제이며, 효성과는 가격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고 반박했다. 효성 엄성용 상무는 “코오롱의 당진공장 인수는 분리매각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코오롱이 임의로 하니웰에 공장을 팔 수 없다”며 공정위에 ‘시정명령 불이행 신고서’를 제출했다. ▲벤츠 대 BMW 맞대응 =현재 코오롱은 독일 BMW를 판매하는 국내 최대 딜러이다. 효성은 코오롱과 경쟁하기 위해 지난달 말 메르세데스 벤츠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겠다고 발표했다. 효성은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수입차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하지만, 업계에서 BMW를 판매하는 코오롱을 압박하기 위해 벤츠 판매를 맡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달 초에는 코오롱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중 하나인 유기EL 사업에 9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자, 효성은 무기EL에 투자하겠다고 맞대응했다. 효성과 코오롱 간 경쟁은 중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효성이 중국 자싱(嘉興)시에 1억3000만달러를 투자해 연간 1만4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스판덱스 공장을 증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코오롱은 4000만달러를 투자해 중국 난징(南京)에 타이어코드 공장을 짓는다고 맞대응을 했다. 현재 타이어 코드분야에서 세계 1위인 효성으로선 코오롱의 추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창업주 세대부터 기업 문화와 사업영역에서 서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아 앞으로도 ‘영원한 라이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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