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유출 심각

한국에서 부유층에 속하는 이혜영 씨(32)는 자신의 미래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씨 부부는 그래서 최근 서울에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를 50만달러(약 5억6000 만원)에 팔고 이달 말부터 캐나다 뉴브런즈윅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 관련 기업에 다니는 남편은 평생직장 개념은 차치하고 언제 자리를 떠나야 할지 불안해하고, 자녀 두 명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학교 시스템에 노출돼 있다는 생각에 한국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15일 이혜영 씨 사례를 들며 한국의 부유층 자본이 '대탈출(exodus)' 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노(親勞) 성향과 젊은층 갑부들에 반감 뉴스위크가 최신호에서는 '한국 자본의 대탈출이 시작됐다' 라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미국 교포사회에 쏟아져 들어오는 한국 자본의 실태와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분석을 싣고 있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최신호(20일자)에서 "한국의 일부 부유층이 상류층에 대한 대중영합적인 공격을 부추겨 온 노무현(盧武鉉) 정부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돈을 싸들고 한국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특히 기업인들은 노 대통령의 친노(親勞) 성향이 기업 활동을 위협한다고 인식, 해외 이주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경기의 침체와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젊은층들이 부자를 '썩은 계층' 으로 보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해외로 떠날 수 없는 이들은 노후대비 수단으로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상하이 등지에서 부동산 투기에 나선다. 해외 정착을 위해 올 상반기 한국을 이탈한 돈은 8억 6700만달러로 1년 사이 24%나 늘었다. 해외 친지에 보낸 송금액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 증가한 58억 달러다. 이는 단지 공식 통계수치에 반영된 유출액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다. 미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한 통상전문 변호사는 지난 한달 동안 한국인이 출자한 '유령회사(paper company)' 15개를 만들어 줬다고 밝혔다. 합법적으로 수십억원씩 들어오지만 자금의 사용처는 알 수 없다고 전하면서 직원이나 기업활동이 전무한 '유령회사' 가 동부지역에서 급증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일부 기업인의 경우 대외 자본이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유령회사를 통하거나 가명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A 한인타운 집값 껑충 뉴스위크에 따르면 해외로의 자본유출은 미국 내 주요 한인타운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주변의 주유소나 주류 판매점 같은 상점 및 주택 가격은 지난 3년 동안 두 배로 상승했다고 전했다. LA 오렌지카운티에서 피부미용업을 하는 한 교포는 "최근 수영장이 딸린 100만달러 이상의 고급 주택을 산 사람은 십중팔구 한국인"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 임대를 주거나 빈집으로 놔둬 주변의 빈축을 산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놀고 있는 돈은 3000억달러(350조원)로 알려졌다. 증시는 힘을 못쓰고 금리는 낮기 때문에 해외 부동산은 '최상의 선택' 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내 가장 큰 한국계 부동산업체 켈리포니아 '뉴스타' 는 올해 연평균 15% 성장했으며 17억달러에 이르는 계약실적을 올렸다. 계약건 중 상당수가 고국에 있는 한국인과 맺은 계약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주식시장의 부진과 사상 최저 수준의 채권금리로 인해 3000억달러(약 350조원)의 유휴자금 소유자들이 해외 부동산을 대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올 상반기 중 해외로 불법 이전된 금액을 12억 달러로 추산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배나 늘어난 금액이다. 국세청의 고위 관계자는 "합법적 자금 이전도 그에 앞선 축재과정을 조사하면 국내에서의 탈세나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가 드러나게 마련" 이라며 강력한 단속의지를 드러냈다. 뉴스위크는 각국 정부가 자산가치를 높여 소비를 촉진시키는 정책을 펴는 것과 달리 한국정부는 서민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장에 개입, 부동산 값을 묶어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소득세와 금리를 낮춘 것은 국내경제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당국의 인식을 반영하지만 국내 수요를 살리려면 사회주의적 사고방식을 넘어서 시장의 원래 기능을 회복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꾸로 가는 한국 뉴스위크는 또 '거꾸로 가는 한국(Korea Marches out of Sync)' 이라는 제목의 다른 기사에서 한국은 90년대 말 외환위기 이래 소비와 수출 성장률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극도로 취약한 경제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모두 중앙금리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에 매우 민감한 한국은 오히려 금리를 내렸고 삼성과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은 높은 임금으로 다른 나라 일자리 창출에만 도움이 돼 한국 실업률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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