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 작업이 1998년 8월 이후부터 추진돼 왔으나 무산됐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주공·토공 통합위원회’를 열고 두 기관의 통합 추진을 완전 중단하고 대신 두 기관의 기능 조정 및 경영합리화 작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을 포기한 것은 두 기관의 반발이 큰 데다 통합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철도와 발전 부문의 구조조정 후퇴에 이어 이번 결정까지 나옴으로써 전반적인 공공개혁이 크게 뒷걸음쳤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더 이상 공공부문 구조개혁이 노무현 참여정부 중에는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통합 백지화 배경=건설교통부는 주공과 토공의 통합을 추진할 당시엔 두 기관의 기능이 다소 줄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개성공단 조성, 수도권 신도시 건설, 행정수도 이전, 국민임대 100만 가구 건설 등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려면 두 기관이 각각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으로 두 기관의 기능을 조정해 주공은 △공공주택 건설 및 공급 △도시정비 △국민임대주택단지 조성 및 공급 △30만평 이하 중소규모의 택지개발 등을 맡도록 할 방침이다. 또 토공은 △중대규모의 택지개발과 신산업단지 개발 △신행정수도 △경제특구 개발 △지역균형개발사업 △개성공단 조성 등 대북(對北)사업을 책임지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정안이 정부 기대대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상대적으로 이윤이 많이 남는 택지개발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깊이 얽혀 있는 사안이어서 쉽지 않은 문제이다. ▲공공부문 개혁 무산될 가능성 있어=현 정부 출범 이후 철도 민영화는 이미 포기했다. 대신 공사화(公社化)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실제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대중 정부에서 민영화하기로 결정한 11개 공기업 가운데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곳은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3곳이다. 하지만 한전의 남동발전소 민영화는 주요 입찰예상자인 SK가 최근 분식회계 사태로 입찰 참가를 포기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또 지역난방공사도 언제쯤 민영화작업이 진행될지 요원하다. 더욱이 현 정부가 이들 3개 공기업에 대한 민영화작업 자체를 재검토하고 있어 공기업 논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봉흠(朴奉欽) 예산처 장관도 지난 2일 “민영화가 안 되고 있는 3개 공기업은 모두 망(網)사업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며 “민영화만이 최선인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포기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기업 민영화가 반드시 옳은 방향인지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낙하산 인사’, 역대 정부의 정책방향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경제전문가들은 각종 공공개혁 후퇴가 대내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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