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시선이 담긴 영화제 개최

▲ 제5회 기독교 영화제 포스터(이샛별님의 작품)


계절의 제왕 10월 1일 저녁 7시 대학로의 동숭교회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 Amazing Grace>가 상영을 앞두고 있다. 문화선교연구원(www.cricum.org)이 주최하는 제5회 기독교영화제는 이 장편개막작을 비롯해서 5일 동안 모두 장편 9편, 단편 21편, 애니메이션 17편을 보여줄 예정에 있다.

007 시리즈 <007 언리미티드>와 조디 포스터 주연의 <넬> 등을 연출한 마이클 앱티드 Michael Apted 감독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18세기 영국에서 노예 제도 폐지 운동에 앞장섰던 윌리엄 윌버포스의 생애를 그린 영화다. '어메이징 그레이스’(한국 제목은 '나 같은 죄인 살리신')는 윌리엄 윌버포스의 영적인 스승이었던 존 뉴턴 목사가 작사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찬송가로서, ‘놀라운 은총’이란 뜻. 여타 종교에 비하여 신과의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는 기독교 영화제의 개막작에 걸맞는 작품이다.

이 영화제의 폐막작은 2006년 사전제작지원 시스템으로 만든 우리 영화 <이웃>이다. ‘가족’과 ‘방과 후 옥상’ 등의 장편영화에 조감독으로 참여하고 꾸준하게 단편영화를 제작해 온 이도윤씨가 메가폰을 잡았다. 신앙의 본질에 천착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비기독교인이라도 흥미를 가질 만한 장편 영화도 함께 소개된다. “편안함은 떨어지는 늪이었다.”고 말하는 예레미야 목사가 흑인 슬럼가에 세운 교회의 철거에 맞서며 토로하는 메시지가 인상적인 영화 <두 번째 기회 Second Chance>는 2006년 크리스천 위지위그 영화제 수상 작품이다. 이밖에도 민병훈 감독의 <포도나무를 베어라>에서 알랭 레네의 <마음>, 우디 앨런의 <비행과 범행>, 특이하게도 흑인 예수의 삶을 그린 <사람의 아들 Son of Man>, 그리고 중산층의 허위의식과 할리우드의 위선을 표현하는 데 특출난 재능을 보였던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프레리 홈 컴패니언> 등도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도 '나름과 다름‘ 경선에 오른 21편의 단편영화야말로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이란 영화제의 표어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제목만으로도 흥미가 이는,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소재를 다룬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참조 : 단편 경선 작품들
<경선 1>
만남 A Reunion Dir_ 홍성훈 2007, 20min, 35mm, color
버려진 어떤 날 Some day Dir_ 백정현2005, 9min, 16mm, color
민요삼총사 Young-Gil's Angels Dir_ 이호경2007, 14min, Super16mm, color
소년은 자란다 Growing Boy Dir_ 배성근 2007, 26min, Super16mm, color
어떤 상실 My Womb Dir_ 김현성 2006, 7min, 16mm, color
수다쟁이들 Everyone, Shut Up! Dir_ 고태정2007, 16min, Super16mm, color

<경선 2>
쌍둥이들 TWINS Dir_ 문제용2007, 26min, 35mm, color
준비된 인생 A prepared life Dir_ 강원석 2006, 23min, 35mm, color
엉덩이 Blue Hip Dir_ 김선아2006, 9min, 35mm, color ,
동사무소 가는 길 On My Way Home Dir_ 서민수2007, 19min, 35mm, color
불타는 김대리의 밤 Mr.KIM's Burning Night Dir_ 공부성 2007, 17min, 35mm, color

<경선 3>
미드나잇 Midinight Dir_ 김기진2007, 8min30sec, DV, color
난.쏘.공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지 않은 공) NAN SO GONG Dir_ 이승훈2007, 14min,
귤 귀신 Mandarin Ghost Dir_ 이정국2006, 17min, DV, color
상상치도 못한 일 Something Unexpected Dir_ 김아영 2007, 18min, Beta, color
불을 지펴라 Light My Fire Dir_ 이종필 2007, 30min, HD, color

<경선 4>
열정 가득한 이들 Passionate People Dir_ 유승조 2007, 16min, HD, color
수퍼맨의 하루 CHOCOPIE Dir_ 이은천 2007, 20min, HDV, color
하늘나들이 Picnic to the Sky Dir_ 안재홍 2007, 15min, DV6mm, color
도시비둘기 The Dove in the City Dir_ 김세연2007, 26min, DV, color
자야한다 I need some sleep Dir_ 김주리 2007, 19min, HD, color

총 17편이 상영될 애니메이션 섹션은 1회 때부터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애니메이션 장르 고유의 예술성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올해는 특히 이미지와 사운드의 여러 실험적 기법들이 주제와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관점에서 선별적으로 모아놓은 작품들이다. <소년과 흰 기러기>, <불사조> 등 게일 토마스 Gayle Thomas 의 대표작들과 <쥬크바>, <마음의 풍경>, <부끄러움 Shyness>, <상자>, <올빼미와 갈가마귀> 등이 애니메이션 팬들의 기대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채로운 부대행사 가운데, 10월 4일 오후 1시 동숭교회 ‘나무나라’에서 「기독교 영화 제작 및 배급 활성화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포럼은 생산적이다. 서울기독교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인 이신정씨의 사회로 CJ엔터테인먼트 전략기획팀 부장 임상진씨, 민병훈 영화감독, 한남대 신학과 겸임교수 최성수씨가 참여하여, 기독교적 가치를 표방하는 영화를 대중영화의 틀 안으로 확대 이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토의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영화 후 관객과의 씨네토크에서는 CBS 방송인 신지혜씨는 케노시스 대표 정혁현씨와 <사도 The Apostle>를 본 후의 대담이 마련되어 있다. 하이퍼텍 나다에서도 우디 앨런의 <범죄와 비행>의 씨네토크를 영화 평론가 오동진씨가 진행하게 된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보시니, 참 좋았다.’로서 기독교의 유일신이 자신의 창조물을 보고 거푸 감탄하였듯이 이 세상을 긍정하고 아름답게 보자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고 한다. 여타 필름페스티발에 비하여 규모는 작지만 매년 시나브로 내실을 더해가는 이런 영화제를 통하여 경제적 양극화 못지 않게 심각한 종교적 분열상의 가닥을 잡아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김성경 기자 electoxic1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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