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철씨 7년만에 또 구속수감..`20억 수수혐의'

`20억 사용처' 계좌추적..`정치인자금제공의혹' 구속과정 자해...영장심사중 '통곡' 문민정부 당시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가 7년여만에 또다시 검찰에 구속됐다. 현철씨는 과거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지 이틀만에 97년 5월17일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 등 기업인 6명으로부터 32억7천여만원을 포함, 66억1천여만원을 받고 증여세 등 12억여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그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으나 구속 6개월만인 11월 항소심에서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99년 7월 징역 2년이 확정됐으나 같은해 8.15 특사때 잔형집행 면제를 받았다. 재판 당시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에게 맡긴 대선잔여금 70억원에 대해 사회헌납을 약속하며 `재산권 양도각서'를 제출하는 등 반성의 뜻을 충분히 보여준 것이 조기석방과 사면되는데 주효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가였다. 잔형면제를 받은 현철씨는 곧바로 조동만씨에게 보관을 의뢰했던 비자금 70억원을 돌려받았으나 약속과는 달리 이 돈을 전액 헌납하지 않고 43억원을 벌금과 추징금, 세금 납부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주철현 부장검사)는 11일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0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구속 수감했다. 이충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그러나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 대해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조씨에게 이자를 요구할 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고 김씨가 이득을 챙기지 않은 점이 참작된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 유치돼있던 현철씨를 구치소내에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이로써 현철씨는 97년 5월 비리 의혹으로 구속된 이후 7년여만에 또다시 구금 생활을 하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현철씨는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17대 총선을 앞두고 김씨를 통해 조씨로부터 9차례에 걸쳐 영수증 처리없이 15억원을 받은데 이어 5억원을 추가로 요구해 정치자금 20억원을 받은 혐의다. 김기섭씨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2월 조씨에게 "현철씨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는데 선거를 도와주자"고 요청, 선거자금으로 15억원을 받은데 이어 지난해 여름 "선거자금이 부족한데 20억원까지 밀어주자"며 5억원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특히 현철씨가 받은 돈을 지역구 관리에 사용한만큼 조씨에게 맡긴 70억원에 대한 이자가 아니라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철씨가 김기섭씨와 연명으로 서명해 작성한 재산권 양도각서에 대해 이같은 각서의 존재는 물론 70억원에 대한 포기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영장심사중 `통곡'..검찰과 설전도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는 이날 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판사 앞에서 끝내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현철씨와 김기섭씨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이충상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조씨로부터 받은 20억원이 이자인지 불법 정치자금인지 여부를 두고 검찰과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을 벌였다. 검찰은 "이들은 97년 6월 대검 중수부 수사를 받으면서 70억원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는 각서를 쓰고도 각서를 쓴 사실마저 부인하고 있다"며 "70억원 중 20억원은 그나마 김기섭씨가 이자없이 맡겨둔 돈이었음에도 이들은 20억원에 대해서도 이자를 받았다고 거짓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기섭씨는 "각서를 쓴 일을 기억을 못하고 있었을 뿐이고 각서의 내용도 재판을 포기한다는 것이 아니라 헌납한다는 뜻"이라며 "20억원은 지난 95년 지자체 선거이후 현철씨에게 줬고 그 이후 분명히 이자를 받았다"고 응수했다. 현철씨는 돈을 받은 경위에 대해 "어느날 김기섭씨가 `조씨가 돈을 많이 벌었다는데 이자를 받는 것이 어떠냐'고 제의했지만 김씨가 `안풍'에 연루돼 구속되는 바람에 흐지부지됐다"며 "이후 김씨가 석방된 직후인 2001년 8월 갑자기 2억원이 든 검은 가방을 들고 와 `조동만씨가 이자를 줬다"고 해서 받았다"고 말했다. 현철씨는 "항상 테러위협을 느끼며 불안하게 살아왔는데 돈을 받아 딸의 캐나다 유학비와 생활비 등에 썼다"며 "조씨를 만난 것은 내 인생에 딱 두 번 밖에 안되며 그나마 한번은 이자를 받기 시작한 이후"라고 강조했다. 현철씨 변호사는 "검찰은 조씨로부터 다른 정치인에게도 돈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돈이 건너간 시점은 공소시효를 넘기거나 시효가 임박한 시간으로 계산하고 현철씨에 대해서는 2001년8월부터 받았다는 우리의 주장을 무시하고 작년 봄 이후라고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발끈한 검찰이 현철씨에게 "돈을 받은 다른 정치인을 안다면 그들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현철씨가 당황하며 "언론을 통해 다른 정치인이 있다는 내용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기섭씨 부인이 3차례 김씨를 대신해 돈을 운반했다"고 주장했고, 김씨는 "아내가 대신 운반한 것은 한번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전날 현철씨의 자해 소동에 대해서도 양측은 좋지 못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현철씨 변호인은 "현철씨는 지금까지 정확히 시간을 지켜 검찰에 출두하고 조사에도 성실히 응했지만 검찰은 전날 저녁때까지 현철씨를 석방할 것처럼 속이다 갑자기 긴급체포했다"며 "현철씨는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낀 나머지 정말 죽고 싶은 마음에 자해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언성을 높여 검찰을 질타하자 "인신모욕적인 발언은 삼가해달라"고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변호인은 "법정에서는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맞서기도 했다. 한편 7년전 이권개입 등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출두해 기자들 앞에서 통곡한 바 있는 현철씨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도 결국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현철씨는 "지난번 혹독한 처벌을 받아 놓고도 또 제가 이렇게 잘못을 저지르겠습니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힘들게 살아가던 중 가장 믿고 지낸 김기섭씨가.."라고 말하다 결국 말을 잇지 못하고 엉엉 울었다. ▲현철씨 검찰서 자해소동 현철씨가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해를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조치를 받는 소동을 겪었다. 자해소동을 벌인 것은 10일 밤 11시20분쯤. 김현철씨는 이날 한시간 전쯤 긴급체포된 뒤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당시 현철씨는 서울 구치소 입감을 위해 변호인 접견을 마치고 가족과도 통화한 뒤 서울 중앙지검 10층 특수 1부 검사실에서 서성이던 중이었다. 이때 현철씨는 갑자기 책상위의 송곳을 집어들고 복도로 뛰쳐나가면서 자신의 배를 여러차례 찔렀다고 현장 직원들은 말했다. 현철씨는 직원들이 제지하고 나서자 "죽어 버리겠다"며 잠시 저항했으나 곧바로 강남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김현철씨는 복부에서 피를 흘렸고 복부 2군데에 깊이 1cm, 3군데에 깊이 0.3mm 가량의 상처가 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현철씨를 치료한 의사는 "구치소에 입감시키는데 무리가 없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이에따라 검찰은 11일 새벽 2시쯤 김현철씨를 서울 구치소로 입감시켰다. ▲`20억 사용처' 계좌추적...`정치인 자금제공의혹'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받은 20억원의 구체적인 사용처 추적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지역구 관리자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개인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을 진행중"이라며 "필요하다면 현철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씨가 현철씨 외에 여야 정치인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는 첩보에 대해서는 계좌추적 등을 통해 면밀한 확인작업을 거친 뒤 본격수사 여부를 결정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소환조사 등 본격 수사를 할만큼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전 구속영장이 기각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 대해선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한 뒤 영장을 재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결과 김기섭씨는 현철씨를 위한 정치자금 20억원 외에 지난해 2월께 개인 생활비조로 조씨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조씨가 `선의에 의해 자발적으로 자금을 제공한' 점을 감안, 법적으로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한편 현철씨가 수감 직후 끼니를 네 차례나 연달아 거르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철씨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직후인 지난 12일 아침부터 13일 오전까지 네 끼를 잇달아 굶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환경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며 “13일 점심부턴 단식을 풀고 죽을 먹기 시작하는 등 상태가 호전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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