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 설킨 ‘혼캑’ 대해부 - 재벌가

최근 상류층 혼맥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유명인사가 대표로 있는 모 결혼정보업체에서 내놓은 상류층 혼맥 프로그램인 이른바 ‘333클럽’ 논란이 그것이다. 업체 측은 ‘연봉 3억원 이상, 자신 재산 30억원 이상, 부모님 재산 3백억원 이상’인 상류층을 대상으로 최적의 이상형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을 내놨고, 이에 대해 ‘비뚤어진 황금만능주의 마케팅’이라는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정치인, 기업인 등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략적인 이해관계에 얽힌 혼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재벌들이 혼사의 대상으로 꼽는 집안은 어떤 부류일까. <시사신문>은 민족명절 '한가위'를 맞아 재벌가의 얽히고 설킨 혼맥을 조명해 봤다.


재벌가 대부분 최고위 권력층과 혼연으로 혈맹관계 형성?

삼성·한화·SK·LG 등 재벌가문, 권문세도가와 백년가약


우리나라 재벌가 혼맥은 몇 해 전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30대 재벌을 근간으로 한 ‘한국사회 지도층 혼맥도’를 공개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정경유착의 고리와 정략결혼이란 이른바 ‘혈맹관계의 형성’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 혼맥도를 보면 이런 의문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예컨대 재벌이 권력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라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권력 역시 재벌가와의 혼사에서 안정적인 자금원 마련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손해 볼 것 없다는 시각이 높다. 일례로 지난 1992년 정부가 이동통신사업권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SK그룹에 주기로 한 결정에 대해 ‘정경유착에 따른 특혜’라는 반대여론이 빗발친 적이 있다.

그렇다면 권력층과 인연을 맺은 재벌가는 어떤 곳이 있을까. 혼맥도의 흐름을 위해 인물들의 현재 생존여부와 해당 기업의 존재여부는 생략한다.


정권+재벌=정경유착형?


30대 재벌 안에 포함되는 곳 중 정치권과 가장 많은 인연을 맺은 곳은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회장은 서정화 전 국회의원의 큰딸과 지난 1982년 혼인했다. 아울러 김신 전 교통부장관과도 이어진다.

한화가는 또 박정희 정권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천하의 권문세도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 사돈관계를 형성했다. 김 회장의 누님인 영혜씨가 이 전 부장의 장남인 동원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SK그룹 역시 정권과 밀접하긴 마찬가지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는 사돈관계다. 최종현 창업주의 형인 최종건 회장의 막내딸 예정씨가 이 전 부장의 막내며느리다. 때문에 한화그룹과 SK그룹은 ‘가깝고도 먼’ 사돈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또 노태우 전 대통령과도 사돈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종현 창업주 맏아들인 최태원 SK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장녀 소영씨와 혼인했다. 이를 따라가면 전직 국회의원을 지낸 김복동씨(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오빠)와 연결된다. 김씨의 둘째 딸은 한일그룹 창업자인 김한수 회장 다섯째 며느리다. 따라서 최종현가와 김한수가는 줄사돈지간이 된다.

풍산그룹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맺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IMF 때 몰락한 벽산그룹 김인득씨 집안과 사돈지간이다. 박 전 대통령의 셋째형인 박상희씨의 딸 설자씨가 김씨의 둘째 며느리다. 이를 따라가면 자민련 총재를 지낸 김종필씨와 연결된다. 설자씨가 김 총재의 처제다.

풍산그룹은 또 박 전 대통령과 직접적 사돈관계를 맺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둘째딸 근영씨가 지난 1982년 유찬우 회장의 장남 청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순탄치 못해 6개월도 안돼 갈라서고 말았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도 이른바 권문세도가와 인연을 맺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인은 홍진기 전 내무장관이다. 이를 따라가면 노신영 전 총리와 인연이 닿는다. 홍 전 장관의 딸이 노 전 총리 집안에 시집을 간 탓이다. 또 홍 전 장관 가문은 김복동가와 연결돼 있다.

현대가 역시 노신영 전 총리와 사돈지간이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의 큰딸이 노 전 총리의 큰며느리다. 이 때문에 삼성가는 현대가와 직접적 성혼은 없었지만 한 다리 건너 사돈지간으로 얽혀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6남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도 김동조 전 외무장관과 ‘장인과 사위’란 연을 맺고 있다. 정 의원의 부인이 김 전장관의 막내딸인 영명씨다.

코오롱그룹과 풍산그룹도 사돈지간이다. 이 관계의 중심엔 김종필씨가 있다. 이원만 코오롱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인 동보씨가 지난 1974년 당시 공화당 정권의 2인자였던 김종필씨의 큰딸 예리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들의 결혼은 당시 육영수 여사가 이씨 집안과 대통령 조카사위인 김종필씨 집안을 연결시키기 위해 적극 주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총리와 국회의장을 지낸 정일권씨와 신병현 전 부총리의 사돈간이다. 이 전 회장의 셋째동생인 원천씨의 아들이 정씨 딸과 혼인했다. 또 이동찬 회장의 딸이 신 전 총리 집안으로 시집갔다.

코오롱그룹은 영풍그룹과도 혼연관계에 있다. 영풍그룹 집안과 정일권씨 집안과는 사돈지간이란 이유에서다. 영풍그룹은 또 김세련 전 재무장관과도 연을 맺음으로써 인맥을 구축했다.

한때 당대 실세를 자처했던 정치인과의 혼맥관계는 또 있다. 동부그룹과 태광그룹 등이다. 동부그룹은 이철승 전 야당총재와 사돈관계다. 김준기 회장의 동생인 택기씨가 거물 야당 정치인이었던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최고위원의 사위다. 롯데그룹과는 또 여동생을 통해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재벌과 관료’ 혼맥 형성


태광그룹은 이기택 전 민주당 고문과 한 집안이다. 이 전 대표의 누님인 선애씨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이다. 이 때문에 예전 정경유착 의혹을 끊임없이 받았지만 '깨끗한 장부'란 모토를 지속시킴으로써 결백성을 입증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광그룹 혼맥은 동국제강과 롯데그룹으로까지 연결된다. 이 회장의 형님인 영진씨가 장상준 전 동국제강 회장 집안과 연을 맺었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
혼맥도를 따라가 보면 재벌가 중 LG그룹이 관료집안과 가장 많은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 동생인 정회씨의 둘째아들인 자헌씨는 조종열 전 대한수산 회장의 딸인 금숙씨와 결혼했다. 셋째동생인 구태회씨의 장녀는 이계순 전 농림부장관 집으로 출가했고, 구자경 전 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인 영식씨와 혼인했다. 또 장녀는 김용관 대한보증보험 사장의 아들인 화중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녀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 집으로 시집갔다. LG그룹은 이처럼 당대 관료들과의 혼맥 형성에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LG그룹에 못지않은 혼맥을 갖고 있는 곳은 효성그룹이다. 효성 역시 5개 관료 집안과의 혼맥도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홍금식 전 변호사회 회장과 사돈지간이다. 차남인 양래씨가 홍문자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지만 효성그룹과 관료집안의 혼사는 조 창업주의 동생인 성제씨가 적극적이었다. 홍재선 전 전경련회장의 딸인 애수씨가 셋째며느리(3남 경래씨와 결혼)다. 넷째 아들인 익래씨는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장의 딸인 정선씨를 아내로 맞아 들였으며, 장녀인 정숙씨는 정종철 전 서울시장의 아들인 창순씨와 혼인, 정씨 집으로 출가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과 금호그룹 역시 만만치 않은 혼맥을 나타내고 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딸인 명희씨를 장남인 조양호 현 한진그룹 회장과 혼인시킴으로써 직접적 사돈을 맺었다. 또 조중렬씨(조 창업주의 형)의 둘째 아들인 지호씨는 이범호 전 상공부장관의 딸인 숙희씨와, 조중건(조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의 장녀 윤정씨는 이 전 외무장관의 아들인 정훈씨와 혼임함으로써 사돈관계를 형성했다.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경우엔 관료 집안과 직접적 사돈관계를 모두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차남인 정구씨는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인 형일씨를, 3남인 삼구씨는 이정환 전 재무부장관의 딸인 경렬씨와 혼인했다. 장녀인 경애씨는 배태성 전 의원 집안(영환씨와 결혼)으로 출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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