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커플 '파란만장', 정·법조계 커플 백년해로

최근 ‘조각미녀’ 김희선이 결혼을 전격 발표했다. 상대 배우자는 중견 건설업체인 락산그룹 박성관 회장의 차남 박주영(33)씨로 오는 10월19일 화촉을 밝힐 예정이다. 세인들은 또 ‘연예인-재벌’ 커플이 탄생했다며 부러움 반, 시기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인 만큼 연예인과 재벌의 만남은 최고의 화제 거리이자 최상의 안주거리다. 더욱이 그들이 ‘이혼 도장’이라도 찍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 ‘얼씨구나’하고 안주판을 갈아 엎는다. <시사신문>이 연예인과 재벌의 결혼과 그 이후를 집중조명 해봤다.


화려한 만남… 신데렐라 부상… 이별은 조용하게 끝내
재벌가 가장 싫어하는 며느릿감 1순위 연예인, 아나운서


대중의 트렌드를 움직이는 문화 권력자 ‘스타’와 자본 권력가 ‘재벌’의 만남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기 쉬운 상품성 뉴스다. 특히 한동안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는 것은 톱스타 여자 연예인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강했다. 연예계에서는 혼기가 꽉 찬 유명 여배우가 누구랑 결혼하는지 ‘내기한다’는 웃지 못 할 진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지적인 이미지로 사랑받는 송윤아는 이같은 관심이 부담스러웠는지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재벌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김희선
▲ 심혜진




















여배우는 재벌을 좋아해?

재벌과 구설수에 올라 팬들을 고소한 사례도 있다. 영화배우 김태희는 지난해 ‘재벌과 결혼식을 올렸다’는 루머를 퍼뜨린 누리꾼 11명을 고소했지만 취하했고, 고소영은 올해 ‘재벌과의 사이에서 딸이 있다’, ‘A재벌이 남편이다’ 등의 허위 사실을 유포한 명목으로 누리꾼 35명을 고소했다. 그만큼 대중들은 인기 여자 연예인과 재벌과의 만남을 당연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배우와 재벌의 만남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일단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연예인과 재벌의 첫 만남은 육체파 배우 김혜정과 전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의 결혼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원석 회장은 1976년 펄시스터즈의 멤버였던 배인순과 재혼한 뒤 1998년 합의 이혼했다. 그리고 1년 뒤 29살 연하의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장은영과 비밀리에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그 당시 배인순은 자전적 소설 ‘30년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을 통해 최 회장의 여자 연예인 관계 등 사생활을 공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낭만적인 결혼스토리도 있다. 1975년 결혼한 ‘별들의 고향’의 히로인 안인숙과 박영일 대농그룹 회장과의 결혼이다. 박 회장은 당시 미도파 사장으로 청순한 이미지의 안인숙에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다가 연예인미술전에 출품된 안인숙의 수채화를 보고 청혼을 했다. 이후 안인숙은 은퇴했고 이들 부부는 아직까지도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연예인과 재벌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자 이 이후로 연예인과 재벌, 사업가의 결혼이 물밑 듯이 이어졌다. ‘제1대 트로이카 여배우’ 문희는 작고한 한국일보 장강재 회장과 결혼했고, ‘제2대 트로이카 여배우’인 정윤희는 간통피소 등으로 파란을 일으킨 뒤 조규영 중앙산업개발 회장과 결혼했다. 당시 조 회장과 이혼 절차를 밟고 있던 전 부인이 정윤희를 간통으로 고소하면서 전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주위에선 “얼마나 가겠냐”고 비아냥 거렸지만 아들 둘을 낳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은막의 스타 고은아는 서울극장 소유주이며 극장재벌 곽정환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결혼한 연예인과 재벌의 명암을 살펴보면 대체로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슬이 좋고 평탄하게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바뀌기 시작했고 파경을 맞는 커플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컴퓨터 미인으로 불리며 80년대 후반 절정적인 인기를 누린 황신혜는 에스콰이어 그룹 회장 2세인 이정씨와 결혼하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지만 결국 9개월 만에 이혼하고 말았다. 이혼사유는 성격차이였다.

▲ 고현정
▲ 오현경




















가문의 벽은 넘을 수 없다?

그 뒤 연예인과 재벌과의 만남은 잦아드는 듯 했지만 고현정과 신세계 백화점 정재은의 아들 정용진 씨(현 신세계 백화점 부사장)와의 결혼으로 연예계와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1995년 ‘모래시계’로 당대 최고의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고현정과 삼성가 2세가 만났다는 이유만으로도 큰 이슈거리였다.

하지만 그 역시 결혼 8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고현정은 결혼 이후 연예인 생활을 정리하고 철저히 재벌가의 며느리로 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에 관한 구설수는 끊이지 않고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이혼 소식이 알려지자 이혼 사유에 대한 추측들이 난무했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는 소문은 고현정이 시댁 식구들에게 ‘찬밥 신세’였다는 것이다.

일례로, 고현정을 앞에 두고 시댁 식구들은 영어로 대화했고, 이에 그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프랑스어로 대화했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고현정이 한 언론사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서 이 같은 추측에 힘이 실린 것도 사실이다.

고현정은 “내가 연예인이고 그 사람이 돈 많은 사람이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결혼생활을 하니 두 사람만으로는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두 가문이 서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쉽지 않은 일들이 계속 생겨났다”고 털어놨다. 이혼과 동시에 그는 방송에 복귀하고 다양한 작품에서 열연하며 다시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고 있다.

1999년에는 ‘재벌과 아나운서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이정표가 생겼다. 미스코리아 출신 한성주 아나운서와 애경그룹 회장 2세 채승석씨와의 결혼이다. 시어머니인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직접 중매를 서 성사된 결혼으로 연예가에서 단연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들은 ‘성격차’를 이유로 결혼 5개월 만에 파경에 이르렀고 재벌가와 연예인의 결혼 생활 중 가장 단기간에 헤어진 커플이다.

‘0양 비디오 파문’으로 지난 1998년 연예계에서 흔적을 감춘 오현경은 최악의 상황에서 당당히 재벌과 결혼발표를 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상대 배우인 전 계몽사 대표 홍승표 회장역시 부정축재로 구속 직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현경과 결혼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오현경은 남편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결혼 4년 만에 합의 이혼했고 올해 9월 SBS 주말드라마 ‘조장지처 클럽’으로 연예계에 컴백했다.

찰떡궁합 자랑하는 커플?

재벌과 연예인 결혼 중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양위하고 있는 커플도 많다. 1996년 당시 톱스타였던 김희애는 ‘한글과 컴퓨터’ 대표이사였던 이찬진 현 드림위즈 사장과 결혼했고, 배우 이지은은 당시 인츠닷컴 이진성 대표와 결혼했다. 특히 김희애와 이찬진 부부는 잉꼬부부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김희애는 결혼 후 은퇴를 선언, 10여 년 동안 전업 주부로서 깔끔하고 산뜻한 결혼생활 모습을 보이며 올해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로 파격 변신을 했다. 일각에서는 엄마로서, 주부로서, 연기자로서 3박자를 두루 갖추며 가정과 연기생활을 잘 꾸리고 있는 김희애를 두고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기도 한다.

‘똑 부러지’는 황현정 아나운서는 지난 2001년 다음 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과 결혼해 ‘부자 남편, 똑똑한 아내’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행복한 결혼생활 중이다. 당시 김희애, 이지은, 황현정의 결혼소식에 항간에서는 여자 연예인 결혼 상대자로 벤처기업인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배우 박주미 역시 황현정과 같은 해에 광성하이텍 대표 2세 이장원과 백년가약을 맺고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둔 채 방송활동과 주부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 스물넷이란 어린 나이에 결혼한 배우 이요원은 유통업체 회사의 아들이자 골프지망생겸 사업가인 박진우씨와 지난 2003년 웨딩마치를 올렸다. 현재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이 인터넷 상에 유포돼 이요원은 법적 소송까지 감행하는 등 가족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다.

지난 2005년 한성실업 총수의 아들 지상욱씨와 결혼 발표를 한 최고의 ‘청춘스타’ 심은하는 결혼 5개월 만에 딸을 출산했다. 공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언론과 방송에 모습을 드려내기 꺼려하던 심은하는 순수하게 주부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현재 심은하가 둘째아이를 임신한지 7개월째라는 사실이 한 잡지를 통해 알려지자 팬들은 이들 부부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바라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 결혼설이 흘러나왔던 심혜진은 5년간 교제해온 아홉 살 연상 사업가 한상구씨와 올해 5월 비공개식으로 화촉을 밝혔다. 이들의 결혼 사실이 알려지고 신접살림이 차려질 저택의 규모가 정원등을 합쳐 총 2천5백평이 넘는 것으로 확인돼 화제가 됐다. 또한 이 외에도 눈길을 끈 것은 한상구씨가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셋째 사위였다는 점이다. 한상구씨는 지금은 고인이 된 우림산업 한길수 전 대표의 아들이다. 심혜진과 한상구씨는 서로 오랫동안 교제를 해오며 조심스럽게 재혼을 결심한 만큼 달콤한 신혼생활에 빠져있다고 한다.

아나운서라는 이름으로

아나운서 한성주와 애경그룹 2세 채승석씨와의 결혼이 이혼이라는 결말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아나운서와 재벌가와의 결혼이 적지 않게 발표됐고 요즘 들어서 그 만남 자체가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여자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재벌과의 결혼을 노리고 아나운서 시험을 본다는 말이 심심찮게 거론돼 여자 아나운서의 행실에 단속(?)을 기울이고 있다.

최원정 아나운서는 지난 2004년 최용묵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의 아들인 최영철 기자와 결혼했고, 최윤영 아나운서도 그해 장병주 전 대우 사장 아들 장세윤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여기에 절대로 빼 놓을 수 없는 커플이 바로 지난해 8월 결혼한 아나운서 노현정과 정대선씨다. 지난해 ‘상상플러스’ MC로 연예인의 인기에 버금가는 스타성을 가진 노현정이 현대그룹 고 정몽우 회장의 셋째아들인 정대선씨와 결혼한다는 소식에 놀라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특히 이들이 만남에서 결혼까지 채 2개월이 걸리지 않았다고 전해지자 세간에서는 노현정 아나운서에 대해 “돈 보고 결혼했다”는 등의 비난을 삼기도 했다. 세간의 관심이 너무 지나쳤던 탓인지 두 사람은 한때 ‘30억원 파경설’ 등 악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올해 5월 아들을 출산했고 행복한 모습으로 잘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노현정 아나운서의 결혼으로 세간의 이목은 또 다른 아나운서와 재벌가의 결혼설에 모아지고 있다. 노현정 아나운서가 정대선씨를 만날 수 있도록 중매를 선 사람이 한 방송국의 아나운서로 밝혀지면서 대중은 그 아나운서가 누구이며, 곧 새로운 커플이 탄생할 것이라는 추측을 뿌린 것이다.

한편, 이처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아나운서와 재벌의 만남’은 재능과 미모를 두루 겸비한 인기 아나운서와 재력가의 결합이라는 데 관심이 쏠린다. 재벌은 말할 것도 없고 지상파 방송국의 아나운서 자리 역시 모두가 꿈꾸는 선망의 대상. 또 연예인은 아니지만 연예인보다 더 사랑을 받는 아나운서 직업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재벌가에서는 인기 연예인과 아나운서를 며느릿감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굉장히 꺼려한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 기업의 사장이나 경영진의 개인사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강남의 한 상류층결혼정보회사 대표는 “행복하게 잘 살면 문제가 없지만 잘못되면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재벌가 측에서는 연예인과 아나운서와의 결혼에 터부시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st52@sisatoday.com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