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사돈 맺은 기업인 ‘곤경’ 뭇매

최고 통치자와 사돈을 맺은 재벌가문은 더 부러울 것이 없는 가벌(家閥)을 이룰 것이라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통령 집안과의 사돈관계가 오히려 곤경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과거사를 돌이켜 보면 이 설에 반박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게다가 기업인에게는 경영의 운신이 제한되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부담이 되는 데다 대통령직 퇴임 후 사돈에게 ‘위험’이 따를 수도 있다.

박정희家-풍산금속

풍산금속이 박정희 전 대통령 가문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2년이다. 박 전 대통령의 둘째딸인 근영씨를 큰며느리로 받아들였다. 장남인 청씨와 혼례를 올린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득보다 실이 많았다. 일상생활이 순탄치 못해 결혼 6개월만에 파경을 맞았기 때문이다.

전두환家-포항제철

전두환 전 대통령과 사돈이 됐던 박태준 전 포철회장(전 민자당 최고위원)도 사돈관계를 원만히 유지하지 못했다. 전씨의 차남 재용씨와 박씨의 4녀 경아씨가 지난 1987년 결혼했으나 성격 차이에 따른 불화로 2년5개월 만에 합의이혼했기 때문이다.
양 가문은 이로 인해 급속도로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전 회장이 각종 비리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을 때도 전씨는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후문이다.

노태우家-선경·동방

SK그룹(구 선경그룹)과 동방유량은 대통령 집안과 사돈관계를 형성했다가 곤경을 부른 대표적인 케이스다.
SK그룹이 노태우 전 대통령 가문과 혼연관계를 형성한 것은 딸인 소영씨가 고 최종현 창업주의 아들인 태원씨와 백년가약을 맺으면서부터다. 그러나 고 최종현 창업주 생전 SK는 태평양증권을 인수하는 등 유·무형으로 사돈 덕을 본 것 아닌가 하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동방가문의 시련은 이보다 더 했다. 신명수 전 동방유량 회장은 1990년 외동딸인 정화씨를 노 전 대통령의 외아들 재헌씨와 결혼시켰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사건을 계기로 동방유량의 숨겨진 부동산관리회사가 드러났고 이곳으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상당부분이 흘러들지 않았나 하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동방유량은 시련을 겪었다.
더구나 식품산업으로 외길을 걸어오면서 우량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것이 비자금파문으로 씻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