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고 해결방안은 없는지

잘못된 신용사회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대학생치고 신용카드 몇 장 소지하지 않은 이가 없고, 또한 연체경험 한번 없는 이가 없다. ‘수입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용카드문화가 정착되어가면서 우리는 서서히 신용의 중요성과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무슨 자존심이고, 무슨 억지인지 입으로는 제대로 된 신용사회를 부르짖으면서 실상은 모순투성이의 신용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젊은이들이 신용과 신용카드에 대하여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잘못된 신용사회와 잘못된 신용카드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IMF를 기점으로 계속된 사회전반의 경기침체와 기업의 구조조정은 가계소득의 필연적 감소로 이어졌고, 개인은 다시 돈이 필요하게 됨으로써 우리사회전반에 부실이 확대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경기침체는 대출에 대한 개인의 변제능력을 약하게 만들었지만 은행과 카드사는 개인의 변제 능력을 고려하기보다 경쟁적으로 공격적 영업에 돌입하면서 부실은 커져만 갔다. 여기에 정부도 한몫 거들며 신용카드 복권제와 세수 확대를 위한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전개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 한도 제한 폐지, 신용카드 발급조건의 완화조치 등 채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비롯하여 이자제한법마저 폐지하고 말았다. 그 결과 상류층 22.7%(통계청), 나머지는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하는 상대적 빈곤층으로 전락해버리는 소득분배 구조의 모순을 낳았다. 그러나 문제는 비단 중산층만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미래를 책임지고, 짊어질 젊은이들에게도 그 파장은 상당했다. 이 같은 과정이 바로 잘못된 신용사회와 잘못된 신용카드문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 된다. 그 결과 2002년 12월 말 현재 신용불량자 등재건수는 무려 2백6십3만5천여 명에 이른다. 그 중 10대를 포함한 20대 신용불량자는 약 5십만 명에 이르며, 여기에 30대를 포함할 경우 그 수는 전체 신용불량자에 50%에 달한다. 또한 대학생의 신용카드 보유율은 50%를 넘는데, 이를 이용해 병원비(91%), 등록금(61%), 생활비(50%)등을 조달하는 목적으로 이용했다. 이유를 불문하고 일단 신용불량자로 등재가 되면 개인의 잘못된 재정관리 방식과 씀씀이에 대해서만 손가락질 하는 것이 우리 사회문화의 특징이다. 그렇지 않으면 신용카드를 발급했던 발급주체와 세수증대를 목적으로 부작용을 묵인한 정부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등록금 카드납부 문제점 이제 대학에서도 신용카드로 학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학생 당사자를 비롯해서 여러 사람을 ‘신용불량’이라는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문제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만약 변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부모가 신용카드로 학비를 조달한다면 다행히 학생은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부모는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부모가 학비를 지원 할 수 없는 학생의 경우엔 자신의 신용카드를 이용, 스스로 학비를 조달하려다 결국 신용불량자가 되고 말 것이다. 대학이 뭐하는 곳인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 배출하는 것이 그 소임일진데 이를 망각하고 오히려 신용불량자를 만들어 학생 당사자와 사회를 멍들게 하며 그 부모의 고귀한 희생을 짓밟고 있으니 한심한일이 아닌가? 이제라도 대학은 신용불량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 같은 위험을 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의 재정관리나 신용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최소한 대학 내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하려는 카드회사의 행위를 묵인하는 어리석음은 없어야 할 것이다. 신용사회와 그 폐해, 해결방안 오늘을 우리는 신용사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다. 신용에 대하여 학습한 기억이 없기에 이를 모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회를 신용사회라고 말한다. 신용사회의 구성원들 대다수가 신용을 모르고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지방의 모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부부가 신용불량 문제로 상담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들의 총 채무액은 무려 2억 5천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이 부부는 모두 과외를 하고 있었는데 한때는 그 과외 수익만으로도 자신들의 채무변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신용카드 빚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신 분들은 ‘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을까?’하는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실 그 채무의 대부분은 그들 부부가 실제 사용한 것보다, 이자로 지불하기 위해 돌려 막는 과정에서 발생된 부분이 더 크다는 사실이다. 채무의 일부는 결혼을 위한 준비비를 포함, 각자의 개인을 위해서도 사용되었을 것이다. 또한 윤리도덕의 눈으로 보면 옳지 못한 소비로 인해 증가된 채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돈에 대한 무지에 의하여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무지를 알고 그 무지를 이용하려한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며, 경제위기라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불가피했던 정부 정책의 부작용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신용에 대하여 배우지 못하고, 가르치지 아니한 신용교육의 부재도 간과할 수는 없는 문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어떻든 신용에 문제가 발생될 경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는 많은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그 상태로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할 수 있는 행운은 주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또한 조그만 개인사업을 하려 해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 개인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신용카드는 이를 소유한 사람으로 하여금 특별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 또한 잘못된 신용카드문화이기도 한데, 부자가 되는 꿈을 꾸거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20대에게 있어 신용카드는 호기심을 자극할 충분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은 신용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빚을 더 늘리는 어리석은 행위라는 사실이다. 빚이 있고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대다수의 경우는 변제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빚을 진 모든 채무자가 효과적으로 변제를 할 수 있도록 환경과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잘못된 변제의욕과 악의적인 채권추심(돈을 회수하기위한 모든 과정)으로 인해 사채에까지 손을 댄다면 평생을 후회할 불가피한 결과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는 2001년 한 해 동안 채무자에게 효과적인 변제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National Foundation for Credit Counseling(NFCC)를 대안으로 제안했었다. 그 결과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워크아웃제도가 도입되었으며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이자제한법부활을 위한 입법청원을 통하여 과중채무자의 양산을 줄이려 했던 결과는 미력하나마 대부업자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법으로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채무자를 위한 변제 방안이 모색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채권추심은 채무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극도로 악한 행위다. 이 같은 현실로부터 채무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지를 우리는 알고 있다. 워크아웃 제도는 이처럼 고통 받는 채무자들에게 방법을 제시하는 최초의 제도적 접근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12월 10일, 3천4백여 만원의 채무 때문에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하여 채무조정승인을 받은 김모씨의 사례는 효과적인 변제방법이 제도적으로 얼마나 필요한가를 말해준다. 인천에 살고 있는 28세의 김씨, 그의 채무는 2천6백여만 원에 이르지만 8,196천원(24%)의 채무를 감면받고 총 60개월 동안 매월 56만원씩 나누어 변제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변제를 하는 동안은 채권추심도 없으며 제한적으로 신용도 다시 회복된다. 그러므로 취업에 있어 신용이 문제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또한 채무 때문에 겪게 될 직장에서의 불이익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씨에게 이렇게 많은 빚이 생긴 이유는 모친을 부양하면서 생계를 꾸려야 했던 여건 속에서 직장을 퇴사할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 일차적인 이유였다. 그 후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친께서 안면마비와 좌골신경통이란 병환을 얻었고, 김씨는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치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두 번째 이유며, 생계비 역시 신용카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세 번째 이유였다. 이렇게 늘어난 채무는 수입확보가 점차 어려워지면서 결국 ‘돌려막기’라는 불합리한 변제방법을 선택하게 되었고, 채무는 오히려 급격히 증가하고 말았다. 그 후 카드사의 한도축소는 돌려막기를 중단할 수밖에 없도록 했고, 급기야 신용불량자가 되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워크아웃제도를 이용하려면 우선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한 신청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채권금융기관의 부채증명서 등 일정 서류를 갖추어야 한다. 그 다음은 사무국을 통해 심의위원회로 서류가 넘어가서 적격, 부적격이 결정되는데 만약 적격 심사를 받게 되면 상환기간 연장, 분할상환, 이자율조정, 변제기간 유예, 채무감면 등의 채무 재조정이 가능하게 된다. 이때는 사무국이 지정하는 금융기관 계좌에 변제금을 납입하면 되지만 이를 3개월 이상 이행하지 못하면 제도신청 이전으로 돌아가며 재신청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본 제도를 잘 이용할 수만 있다면 극단적인 채권추심으로 인한 피해를 보지 않아도 되며, 보증인을 구하거나 사채까지 얻어 어려움을 자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취업이나 기존 직장을 유지하고 가정을 지키는 데 긍정적 측면이 훨씬 클 것이다. 이제 채무자와 채권자 그리고 정부 모두가 원하는 효과적인 변제방안이 모색되고 있고, 서서히 제도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구상했던 절도나 사기, 도박, 성매매는 물론이고 채무를 변제할 수 없기에 구상했던 자살, 이혼, 약물, 노숙 등의 어리석은 방법은 더 이상 구상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신용을 지키려는 노력을 통해 모순투성이의 신용사회와 잘못된 방향으로 정착되고 있는 신용카드 문화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신용카드를 알아 간다는 것은 결국 신용을 알게 되는 결과가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신용을 지킬 수도 있을 것이다. 신용사회구현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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