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저 수준 지육률.. 알면서도 계근대 설치 요구조차 외면한 제주도정
-지난 3년간 지지부진한 시설현대화 사업에 7억 3천여만 원 투입.. 올 한 해도 4억 5천여만 원 지원 예정

도축 후 지육상태.사진/문미선 기자
도축 후 지육상태.사진/문미선 기자

[제주 취재본부 / 문미선 기자] 제주축산협동조합(이하 제주축협)이 운영하는 도축장의 낮은 지육률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시사포커스 본지는 지난 5일 제기했던 논란의 발단은 제주축협이 운영하는 공판장 지육률이 전국 평균보다 3~5% 낮은 전국 최저 수준인 73~74%에 머물고 있어 그 피해를 제주 양돈농가에서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지육률은 살아있는 돼지를 도축하고 난 후에 머리와 내장 등 부산물을 제거하고 남은 순수 고기 비율을 뜻한다.

제주 축산업에서 양돈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사업의 50%로 연간 조수익은 4천5백억에 달한다.

제주도내 양돈 농가는 공식 집계 된것만 260개소에 52만 3천 두가 사육되고 있다.

현재 제주지역 내 도축장은 제주시 한림읍에 소재한 제주축협공판장과 서귀포시 광령리에 위치한 양돈축협 도축장 2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하루 도축되는 물량은 제주축협이 1일 2,000~2,500두, 양돈축협이 약 1,500두가량으로 2018년 10월 후발주자인 양돈축협 도축장이 신설되기 전까지는 제주축협공판장이 운영하는 도축장이 전체 물량인 3,500~4,000두를 처리했다.

제주축협은 도축・경매・가공 일체가 가능한 축산물공판장을 개장한 1993년 이후 줄곧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양돈축협이 새롭게 도축장을 열면서 본격적인 경쟁을 하게 됐다.

취재진이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이들 도내 도축장들 간에도 지육률이 약 1~2%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듯 제주축협이 운영하는 도축장의 유독 낮은 지육률에 대해 시설 노후화로 인한 지육 손실 때문이다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양돈 농가들이 10여 년 전부터 생체 돼지의 체중을 재지 않고 도축 이후의 체중만 기록되고 있어 지육률이 분명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개선 요구를 해온 계근대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지육률 논란과 관련해서 이번 심층 취재에서는 이 같은 제주축협의 허술한 운영실태와 그 문제점을 도정에서도 이미 2014년부터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제주도와 대한양돈협회 제주대학교가 제주대 생명자원과학대학 류연철 교수에게 의뢰해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진행된 '제주 돼지 도체의 지육률 현황 연구'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지육률은 73.8%로 타 지역보다 약 3% 가량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연구를 수행했던 류 교수는 지육률이 낮은 이유로 해체 장비에 의한 손실을 지목했다. 이를 테면 톱밥처럼 절단 장비에 의해 손실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다른 도축장과 달리 유독 제주축협 도축장에서는 100kg 기준 1마리당 약 3kg의 고기 손실이 일어나는 것으로 1일 3500두를 도축할 경우 약 10톤가량이 폐기된다는 것이다. 

이를 현재 시장가치로 추정하면 절단 주요 부위인 목(목살)과 배 부위(삼겹살)인 경우 kg당 소비자 가격이 약 2만 원인 점을 감안해 계산하면 한 마리당 6만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도내 전체 1일 평균 3500두가 도축될 경우 하루새 2억 1천만 원이 손실될 수 있으며,  도축장 운영기간을 28년으로 추정해 계산하면 현재 가치로 1조 4천억 원이 증발한 셈이다.

물론 도축 년수에 따른 도축 물량과 소비자 가격에 따라 많은 차이는 있겠지만 양돈 농가로 돌아가야 할 상당한 금액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다.

취재진은 제주대 용역보고서 외에도 제주도청이 작성한 지육률 관련 자료를 확인했다.

제주도가 작성한 2020 농축산식품현황에는 ‘통계청 자료 및 제주특별자치도 농축산식품국 소관부서의 행정내부 현황자료 등을 종합 정리하여 농축산 식품 관련 업무수행에 참고할 목적으로 작성했다’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행정내부 용도 이외에 다른 통계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단서가 달렸지만 축산물 가격 동향부터 도내 축산 농가 및 인구, 주요 가축 동향, 축산 단지 현황, 마을 공동 목장의 조합원 수까지 상세히 기재돼 있다.

이 문건에는 도내 돼지 생체 가격 100kg 기준 단가를 책정하면서 ‘주)제주축협공판장 지육(등외 제외) 경락 가격 생체 환산’을 지육률 71%, 부산물 7천 원으로 인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청 축산과 관계자는 “통계자료가 축협공판장 자료를 인용해 작성된 것은 맞다. 하지만 지육률 71%에 대해선 의미 없는 수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도청 통계자료가 20년에 걸친 축산물 가격 동향을 기록한 것이고 제주축협의 축협공판장 자료를 인용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리 감독 기관인 도청에서 작성된 자료에 대해 ‘의미  없는 수치’라는 설명을 신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후 도청 관계자는 “2010년까지는 지육률 71%가 맞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는 임의로 잡은 틀린 통계”라며 “기준으로 잡은 지육률 71% 기준을 74%로 다시 고치겠다”라고 말을 바꿨다.

만약 도청에서 인용한 지육률 71% 기준 비율이 사실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타 지역과의 지육률 격차가 6%로 늘어나 농가 손실액이 처음 추정했던 것보다 2배 이상 커진다.

축산농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리 감독 기관이 작성한 자료가 의미 없는 수치라는 설명을 신뢰할 수 있겠냐”며 “도정 운영에서 양돈 농가는 악취 민원 등 지탄의 대상일 뿐 육성 대책은 없다”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양돈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지육률 문제를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양돈농가의 계근대 설치라는 최소한의 정당한 요구조차 외면한 제주도정의 도축장 관리 소홀 등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제주도 양돈산업에서 일어난 농가 반발 무시한 도축료 인상, 시설개선 없는 무의미한 혈세 투입, 해묵은 지육률 논란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실질적인 책임은 제주도정에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제주축협 시설현대화 사업 등을 명목으로 지난 3년간 7억 3천여만 원을 지원했고, 올 해도 동일한 명목으로 4억 5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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