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난 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與 의원”…국토부, 文 힘 실은 가덕도신공항 ‘반대’

(좌측부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박범계 법무부장관,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시사포커스DB, ⓒ청와대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좌측부터) 문재인 대통령, 박범계 법무부장관,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청와대.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들이 문재인 정부와 엇갈린 목소리를 내거나 당청 간 이견이 노출되는 등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누수현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 민주당, ‘문비어천가’는 어디로 가고 文 주문도 ‘패싱’?

차기 대선에 도전하는 대선주자들은 이제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열중해 문 정부 관료들과 충돌하고 있는데, 현재 여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대권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미 자신의 기본소득 공약으로 정세균 국무총리나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충돌해왔으며 여당을 이끌고 있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마저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놓고 갈등을 빚던 끝에 지난 14일 열린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홍 부총리와 김상조 대통령 정책실장을 몰아붙였고 홍 부총리에 대해선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까지 발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더구나 친문 대권후보는 없이 당의 지지 기반 지역인 호남 출신의 이 대표와 당초 당내 비주류로서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과 후보 경쟁을 벌였던 이 지사가 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 잡고 있는데다 일각에서 제기된 경선 연기론마저 잦아들었다는 점에서 친문 지지층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도리어 친문보다 한층 극렬한 강성인 친조국계가 이슈를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여 급기야 청와대와 엇박자까지 나고 있는데, 당장 검찰개혁 이슈만 해도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에서 문 대통령이 자신에게 당부한 내용을 밝히면서 “올해부터 시행되는 수사권 개혁의 안착이란 말씀을 하셨고 범죄수사 대응 능력, 반부패 대응 수사 역량이 후퇴해선 안 된단 말씀이 있었다”고 강조했지만 반대로 강경파 의원들은 “속도조절론은 사실상 개혁 포기”(김남국)라거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본래 대통령 공약”(황운하,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이라고 발언하는 등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적극 힘을 실으면서 한층 속도를 올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친조국 의원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설립한 ‘행동하는 의원모임 처럼회’ 소속으로 이들 민주당 의원들 뿐 아니라 열린민주당 인사들도 함께 하고 있는데,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이 정부 내에서 중대범죄수사청을 시행하고 발족시켜야 한다”며 검찰개혁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마찬가지로 ‘처럼회’ 소속이자 민주당의 검찰개혁 특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까지 24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에게 들었다는 제도의 안착이 검찰개혁 시즌2의 속도 조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는데, 급기야 원외 인사인 추미애 전 장관까지 SNS에 “이제 와서 속도 조절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올렸고 전임 법무장관이던 조국도 추 전 장관의 글을 공유하면서 “온 국민이 검찰 폭주를 목도한 후 국회가 주도해 (수사-기소) 분리 과제를 실현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호응했다.

이에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문 대통령이 속도조절 당부를 했다”고 재차 ‘속도조절론’을 거론했는데, 그러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이 속도 조절하라 말한 것은 아니잖나”라고 바로 지적하고 나섰고 유 실장은 결국 “속도조절이란 표현은 아니다”라고 발언을 번복했다.

◆ 당청 ‘파열음’ 수습 나섰지만 이미 文 레임덕 ‘전조’ 노출

민주당 김용민(좌) 의원과 김남국 의원(우)이 속도조절론을 일축한 내용의 페이스북 글. ⓒ김용민, 김남국 페이스북
민주당 김용민(좌) 의원과 김남국 의원(우)이 속도조절론을 일축한 내용의 페이스북 글. ⓒ김용민, 김남국 페이스북

이처럼 당청 간 엇박자가 잦아진 데에는 임기를 1년여 남겨 퇴임까지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데 전념하려는 청와대와 선거를 앞두고 핵심 이슈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으려는 여당의 입장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청와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낙마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을 임명해 검찰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까지 법원에서 효력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오히려 이를 결재했던 문 대통령마저 타격을 입는 결과만 얻었고 최근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도 검찰 출신인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으로 재차 지지율이 흔들리면서 더 이상 임기 말 정권에 부담만 안기는 강경책을 밀어붙이기보다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황운하 등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의원은 물론이거니와 선거를 앞두고 자당 지지층에 호소할 수 있는 성과가 필요한 민주당에선 현 정권에 미칠 여파를 차치하고 일단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한데, 자칫 당청 균열로 비쳐져 개혁 동력을 잃을까 우려한 듯 ‘속도조절론’에 반대하던 여당 의원들도 25일 “법안 통과 시점을 6월로 잡았지 않나. 이미 속도조절이 이뤄졌고 언론은 청와대와 당 간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데 존재하는 것처럼 부추기는 것”(황운하,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이라거나 “속도조절론으로 청와대와 민주당의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나 어제 박 장관 발언, 유 실장의 국회 발언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김용민)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전날 유 실장 뿐 아니라 논란의 발언을 꺼냈던 박 장관도 대전보호관찰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속도조절로 표현하지 않았는데 일부에서 그런 표현으로 뭉뚱그리는 듯하다. 대통령도 그런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스스로 수습에 들어갔는데, 다만 “저는 법무부장관이지만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다. 당론이 모아지면 따르겠다”고 발언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이렇듯 문 대통령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주도권은 정부나 청와대보다 선거를 준비하는 여당 쪽으로 힘이 기우는 모양새인데, 일례로 “우리 동네 하천 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조응천)이라며 여당 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란 지적이 나오는 가덕도신공항에 대해서도 국토교통부가 사업비의 경우 부산시가 제안한 7조원이 아니라 12조원이나 들어가고 항공사고 위험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내놨지만 차기 대선 전초전 격인 4·7보궐선거가 중요한 이낙연 대표는 24일 “2030년 세계박람회 이전에 개항하겠다”며 강행 의사를 밝혔다.

◆ 가덕도신공항 ‘불협화음’, 정부까지 반기?…친문 “지지율 40%인데 레임덕인가”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엠브레인퍼블릭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 ⓒ엠브레인퍼블릭

다른 한편으로는 국토교통부 뿐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 다른 부처까지 가덕도신공항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현 상황 자체를 문 정권의 레임덕 전조로 보기도 하는데, 문 대통령이 25일 직접 가덕도 신송항 부지 예정지를 선상에서 시찰하기도 했거니와 정세균 국무총리도 같은 날 “특별법 이전에 이미 법이 된 것처럼 국토가 태도를 취해도 안 될 것이고 특별법이 국회 통과됐는데 그걸 모른 척하고 입장을 얘기해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사실상 국토부에 경고했기 때문이다.

즉, 총리가 공개적으로 경고를 보내야 할 정도로 정부부처가 이미 당청을 의식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데, 이날 정 총리는 ‘정권 말 공직사회의 레임덕 조짐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슨 레임덕이라든지, 선거용이라든지 이런 것은 정부와 무관하다. 국회에서 입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그 법을 존중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친문 의원들도 한 목소리로 레임덕 차단에 나서고 있는데,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신문 곳곳에서 레임덕이란 단어를 봤는데 이쯤 되면 문 정부의 레임덕을 위해 일부 언론과 야당이 한마음으로 주문을 외고 있는 격”이라며 “전체 국민의 40% 이상이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지하는데 레임덕이 가능한가. 레임덕만 쳐다보고 있으니 있지도 않은 당청 갈등을 억지로 만들어낸다”고 일침을 가했고 정청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레임덕은 없다. 40% 넘는 대통령 지지율과 레임덕은 어울리는 함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지난 22~24일 전국 성인남녀 1007명에게 조사해 25일 발표한 2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 비율은 47%로 전주 대비 5%P 상승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부정평가(44%)를 제치는 골든크로스를 기록했는데, 다만 한 주 전인 지난 15~19일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전국 유권자 3010명에 실시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95%신뢰수준±1.8%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선 긍정평가가 40.6%로 전주보다 0.7%P 하락하고 부정평가는 56.1%로 올라 일부 기관의 지지율만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