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자, 연기금 중심으로 ESG채권 수요 높아져
산업계·금융권, 올해 들어 ESG채권 3조원어치 발행
발행 전후 관리 부실 우려
일부 영역은 발행 기준도 없어

최근 산업계와 금융권을 필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을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픽사베이
최근 산업계와 금융권을 필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을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최근 산업계와 금융권에서 ESG채권 열풍이 불고 있다. ESG채권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으로, 탄소 감축·건물 에너지 효율화·신재생 에너지·전기 자동차 등 친환경 활동과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자금 지원 등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한정돼 있는 채권을 말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3조원에 육박하는 ESG채권이 발행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일반기업 회사채 ESG채권 규모가 1조원이 채 안됐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모습이다. 이들 기업들은 올해 안에 추가 ESG채권을 발행할 것을 예고했으며, 아직 발행하지 않은 기업들도 뛰어들 수 있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 ESG채권을 발행한 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ESG채권 발행은 선언적 차원에 머물렀던 산업계의 ESG 경영이 본격 투자 및 실행의 단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반이 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ESG 관련 투자시장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SG채권은 그린(녹색)본드와 소셜(사회적)본드, 지속가능본드 등 3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중 그린본드는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기준이 정해졌지만 소셜본드와 지속가능본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소셜본드와 지속가능본드에 대한 기준을 정립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는 신용평가사나 회계법인, 지배구조평가 기관 등이 제각각 기준을 만들어 평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업계에서는 어떤 사업이 해당 투자처인지 여부를 두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ESG채권 발행을 위해서는 조달된 자금이 쓰일 적합한 투자처 혹은 사업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준비가 철저하지 않은 상태에서 ESG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도 있는 것 같다”며 “일단 발행 자체를 목적으로 하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K-ESG채권 시대의 현재와 미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ESG 등급이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 지표가 높았고, 최근 국내에서도 ESG를 향한 관심이 커졌지만 유행을 좇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은 ESG 경영 및 ESG 투자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최근에야 ESG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채권시장에서 그리니엄(Greenium·Green+Premium)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사회적 책임투자나 ESG펀드 자산 편입 또는 향후 그리니엄 전망 등을 목적으로 투자한다면 적절한 투자”라면서도 “ESG채권은 일반채권과 동일한 가격 변수에 투자자가 제어할 수 없는 ESG채권 인증등급 변수가 추가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익성 측면을 따지면 ESG채권은 일반 회사채보다 표면금리가 낮다. 채권의 시장 가격은 발행금리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에 의해 변동되는데, 해당 채권의 수요가 낮아져 차익거래가 어려워진다면 낮은 이자의 채권만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비재무적인 성격을 가진 ESG 특성상 채권에 대한 정확한 사전·사후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기준이 마련되기 전인 지금 상황에 민간 시장 경쟁에만 맡길 경우 채권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해 신뢰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발행사가 검증기관의 경쟁을 악용할 경우, 인증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 그린워싱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사후 평가에서 인증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 ESG채권 투자에 있어서 인증등급이 하향될 경우 치명적인 가격 하락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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