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외길’ 원칙주의자로 인사청문회 당일 보고서 채택돼…자녀입양 솔선 등 미담도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교체된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줄어든 반면 월성 원전 등 문재인 정권을 겨냥해 소신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 진해 출신인 최 원장은 경기고, 서울대 법학과를 거쳐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래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청주지법 충주지원 판사,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 서울고법 판사, 서울지법 판사, 춘천지법 원주지원장,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구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전지법 법원장, 서울가정법원 법원장 등 판사 외길을 걸어온 인물로 지난 2017년엔 사법연수원장을 맡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문 정부의 첫 감사원장 후보자에 지명됐다.

문 정권이 7대 인사배제 원칙을 발표한 뒤 문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첫 고위공직자였던 최 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일에 청문보고서가 채택돼 본회의에서도 찬성 231명, 반대 12명, 기권 3명의 압도적 찬성 속에 24대 감사원장 자리에 올랐는데, 여러 흠결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못한 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는 이후 상황에 비추어 보면 그만큼 문제점이 거의 없던 인사라 할 수 있다.

또 감사원장에 임명된 뒤 과거 감사원 감사 결과와 달리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 과정에서 2.5~3m 수심이면 홍수 예방과 물 부족에 대처할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 보고에도 최소 수심을 6m로 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으며 사상 최초로 국가정보원에 대한 감사도 진행해 조직·인사 분야부터 예산·기획 분야 등 다방면에서 걸쳐 지적사항을 적발하는 등 예외 없이 감사를 이어왔는데,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를 기점으로 돌연 당청으로부터 비판을 받는 처지로 내몰렸다.

당초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 관련한 감사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했던 최 원장은 지난해 5월만 해도 야권으로부터 ‘감싸원’이라고 비판 받았었지만 정작 최 원장이 그보다 한 달 전에 “대선에서 41% 지지 밖에 얻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란 발언을 했던 것으로 7월에 뒤늦게 알려지고,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해달라는 청와대의 거듭된 요구도 일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각 역시 크게 달라졌다.

급기야 청와대에선 “감사위원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최 원장을 압박했는데, 최 원장도 “감사원이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응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월성 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보고서 의결 나흘 전인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 감사 요구 이후 산업부 공무원이 관계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 감사원장이 되고 이렇게 저항이 심한 것은 처음 봤다”고 폭로한 데 그치지 않고 외부 공개 보고서와 다른 상세한 ‘수사 참고자료’도 별도로 검찰에 송부해 월성 원전 수사에 본격 불을 붙였다.

줄곧 정치적 중립성과 감사원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만큼 여당의 여러 압박에도 꿋꿋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는데, 결국 지난달엔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감사원의 탈원전 정책 감사에 대해 “도를 넘고 있다”, “권력 눈치를 살피지 말고 일하라고 임기 보장해주니 임기를 방패로 정치를 한다”, “전광훈, 윤석열과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최 원장을 성토하는 여권의 공격수위가 높아질수록 윤 총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야권 대선주자급으로 부상하는 분위기인데, 이에 당혹스러웠는지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와 관련해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직접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2일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모두 정당화된다 이런 주장은 아니지 않나”라고 소신 발언을 이어가는 최 원장에 대한 여론의 기대감은 윤 총장에 버금 갈 정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인데,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때부터 사법연수원 시절까지 다리가 불편한 동료를 수년간 등에 업고 통학했다든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직접 두 아들을 입양해 키우고, 기부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는 등 미담도 적지 않아 정치중립을 강조하는 본인 의중과 별개로 강력한 대선잠룡으로 평가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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