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는 민간재건축 추진합니다”
국토부가 ‘공공 정비사업’ 띄우자 재건축 추진중 단지 ‘민간’ 방향성 검증

마포구 소재 성산 시영 아파트 단지내에는 '민간 재건축으로 추진한다'는 재건축 예비조합추진위원회가 게시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강민 기자)
마포구 소재 성산 시영 아파트 단지내에는 '민간 재건축으로 추진한다'는 재건축 예비조합추진위원회가 게시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 강민 기자)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다음달 31일까지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 컨설팅 단지 모집이 시작되면서 재건축을 추진중인 지역에서는 민간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현수막이 걸리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는 공공직접시행 재개발을 희망하는 단지나 조합에 대해 사전 컨설팅 접수를 시작했다. 사업성, 분담금 수준 등이 기재된 컨설팅 결과는 오는 4월에 회신하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 2/3 동의가 있으면 SH나 LH가 사업시행자가 되고 빠르면 올해 안에 정비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번 컨설팅 사업은 국토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5번째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이 직접시행하는 정비사업 전 주민설명회 비교 자료 만들기 정도 인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같은 방식의 공공직접시행 재개발 사업에 대한 내용을 띄우자 재건축을 추진중인 단지들은 술렁 거렸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공공이 주도해 내 재산을 좌지우지하는 시스템에 동의 할 수 없다"나 "우리 아파트도 공공재건축 고민하나요? 컨설팅 접수를 받고 있다던데"라는 류의 글이 올라온 바 있다. 대체적으로 재산권 침해와 관련된 글이거나 공공 시행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글이고 정비사업 추진중인 타 단지 커뮤니티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주택 소유자들이 정비사업을 민간으로 할지 공공으로 할지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에 사업방향을 확실히 할 것을 요구하다보니 재건축·재개발 조합 및 추진위들은 '민간재건축 추진' ‘공공재건축 반대’ 라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차원으로 현수막이 걸리고 있는 것. 

작년 건물안전진단에서 재건축 판정을 받은 3710가구가 거주중인 1986년에 준공한 서울 마포구 소재 성산시영 아파트에는 '민간재건축으로 추진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경기도 광명시 소재 하안주공3단지(89년 준공, 2220가구)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민간재건축 진행' 문구를 담은 홍보물을 주변 부동산에 배포했다.

최근 서울 광진구 소재 중곡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아파트 소유자 2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응답자 136명이 모두 반대하기도 했다. 이 아파트에서는 정부의 인센티브(초과이익 환수 및 실거주 면제 등)이 매력적이지만 소유권을 공공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부분에서 '사유재산 침해'를 이유로 반대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굴레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대치 은마아파트, 송파 잠실주공 5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재건축의 반대의사를 꾸준히 밝혀왔다. 다양한 이유로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이유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재건축 조합장이 나서 "작년 8월보다 지난 2월 대책이 더 불리한 정책"이라며 "검토도 안했다"고 일축했다.

작년 8월에 발표한 정부 부동산 대책에 공공재건축 정책을 발표했을 당시 서울 강남구 소재 은마아파트에서는 '공공재건축 결사 반대' 현수막을 게시하기도 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 4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 중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공공기관이 사업관리로 참여해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지만 이를 이유로 토지소유권을 공공기관이 가져간 후 사업 마무리 후 주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라며 “토지 소유자들이 어떤 것도 선택할 수 없고 의견만 제시할 수 있다. 사업시행 과정에서 용적률이 상향된다고 국토부는 설명하지만 고밀개발의 부작용으로 인해 공급정책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짜 악마’를 디테일에 숨겨놓은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는 어떻게 해서라도 빠른 사업추진을 통해 공급을 서두르고 싶겠지만 변창흠의 SH와 LH가 그동안 지어온 주택을 보면 믿고 맡기기 어렵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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