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국보법 폐지논란' 정면반박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등의 논란에 사법부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사법부는 그동안 국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리한 법적용을 경계하는 판단을 내놓으면서도 국보법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해 왔다는 점에서 `국보법 존치론' 입장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의 판결은 정치권에서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국보법 개폐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중인 가운데 헌법적.법률적 판단 수준을 넘어 우려의 메시지를 던지려는 적극적 의도가 읽혀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에 대해 사법부가 인권과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진행되는 국보법 개폐 움직임에 진지한 성찰을 촉구한 것이라는 긍정론도 있지만 사법부가 입법.행정부의 일에까지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을 겨냥한 듯한 사법부의 첫 메시지는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의 국보법 7조 찬양.고무죄 및 이적표현물 소지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나왔다. 헌재는 최근 `국보법 폐지'를 권고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반박이라도 하듯이 재판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또 국보법을 형법으로 대체하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을 의식한 듯 "평화시대를 기조로 한 형법은 우리가 처한 국가의 자기안전.방어에는 다소 미흡하다"는 판례를 원용, "(국보법은) 형법상 내란죄 등 규정의 존재와는 별도로 독자적 존재 의의가 있다"고 결정했다. 비록 헌재 공보담당진의 실수였다는 해명이 있긴 했으나 보도자료에 "입법부가 헌재의 결정과 국민의 의사를 수렴, 입법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 헌재가 법리적 판단을 넘어 국보법 개폐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헌재의 결정이 국보법 존치론에 힘을 실으면서 정치권의 전면 개정 내지 폐지 론에 `은근히' 제동을 걸려는 인상이었다면 대법원의 판결은 정치권을 향해 직설적이고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명백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소된 구체적 사안의 사실관계를 밝힌 뒤 해당 법조항에 근거, 유.무죄 여부를 판시하던 종례 판결문과 달리 이례적으로 국보법 개폐 논란까지 직접 언급하면서 가시돋친 비판적 말들을 쏟아낸 것. 대법원은 "국보법의 규범력을 소멸시키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정치권 등의 국보법 폐지론을 거론한 뒤 "스스로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가져오는 조치에는 여간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가 안보에는 한치의 허술함이나 안이한 판단을 허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대법원은 또 "오늘날 북한에 동조하는 세력이 늘어가고 통일전선의 형성이 우려되는 상황임을 직시할 때 체제수호를 위해 허용과 관용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적시, 국보법 폐지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담아냈다. 대법원 손지호 공보관은 "모든 판결문은 사건을 맡은 주심과 대법관의 합의를 통해 작성되는 만큼 해당 재판부 전체의 입장이라고 보면 된다"면서도 "판결문에 나온 내용 외에 판결 배경이나 이유 등에 대해 현재로선 더이상 언급할 것이 없고 판결문 자체로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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