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과 거짓 해명 논란에 대해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19일 공식 사과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망인 코트네승 통해 "여러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직 법관이 탄핵소추된 일에 대법원장으로서 안타깝고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고 그 결과와 무관하게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해당 법관의 사직 의사 수리 여부에 대한 결정은 관련 법규정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판단이었다"며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대법원장이 보유한 여러 권한을 과감히 내려놨었다"면서 "(저의) 모든 노력의 궁극적 목표는 ‘독립된 법관’에 의한 ‘좋은 재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런 제가 해당 사안에 대하여 정치권과의 교감이나 부적절한 정치적 고려를 하여 사법의 독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법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이라는 것이 대법원장 취임사에서 밝힌 저의 다짐이었다"며 "앞으로도 저는 초심을 잃지 않고 ‘좋은 재판’을 위한 사법개혁의 완성을 위하여 저에게 부여된 헌법적 사명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와 재판 독립의 중요성과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헌법적 책무의 엄중함을 다시금 되새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법원장은 정치적 고려가 없었다며 선을 그으며 사퇴 요구에 거부 의사를 재차 밝힌 가운데 김 대법원장을 향한 사퇴 촉구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더 나오고 있다"며 "내 편을 심판으로 심어서 승부를 조작하는 구단주와 다름없는 짓"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주 원내대표는 "조국 전 장관 재판을 맡은 김미리 부장판사는 4년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 사건 맡은 윤종섭 부장판사가 6년째 서울중앙지법에 머무르고 있다"며 "김 대법원장은 코드에 맞는 인사를 보내서 법원 내부의 업무 분장이나 재판 사무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3일 법원 인사 발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서만 4년차에 접어든 김미리 부장판사와 6년차인 윤종섭 부장판사가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법원 인사 관행에 따르면 한 근무지에서 3년을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2년마다 재판부를 교체하는 것이 인사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만 적용되지 않아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법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건,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을 맡고 있으며, 윤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민걸 전 행정처 기조실장 등의 사건을 맡고 있는 자로 '김명수 라인'이라며 일선 법관들 사이에서 '코드 인사'라는 말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장이 이들을 서울중앙지법에 유임시킨 것을 두고 현 정권 고위 인사들의 '봐주기' 특정 판결을 유도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오해의 여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는 한 근무지에서 6년째 유임되는 사례는 없었다며 이는 코드 인사를 넘어서 인사권 남용으로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