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MB정권 사찰’ 주장하다 박민식에 역공 당해…‘가덕공항法 원안 처리도 ‘적신호’

박민식 국민의힘 부상시장 예비후보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논란이 된 박지원 국정 원장의 불법도청 발언과 관련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위), 18일 국민의힘 후보 공약에 대한 막말 논란에 사과 입장을 올린 박진영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좌측 아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우측 아래). 사진 / 이강산 기자(위), ⓒ박진영 페이스북(좌측 아래), ⓒ뉴시스(우측 아래)
박민식 국민의힘 부상시장 예비후보가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최근 논란이 된 박지원 국정 원장의 불법도청 발언과 관련해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우), 18일 국민의힘 후보 공약에 대한 막말 논란에 사과 입장을 올린 박진영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중),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좌). 사진 / 이강산 기자(우), ⓒ박진영 페이스북(중), ⓒ뉴시스(좌) 사진편집 / 박상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자신을 간과한 채 법무부가 검찰 인사 결과를 발표한 데 반발해 사의를 표명하면서 문재인 정권 내부 불협화음이 노출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사찰 의혹을 여론 환기 카드로 삼아 힘을 실었지만 오히려 야당에서 DJ정권 사찰 파문을 제기함에 따라 이마저도 궁지에 몰리게 된 모양새다.

◆ 보선 앞둔 與, ‘MB사찰’에 공세 올인?…野 “DJ 때 1800명 도청” 반격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5일 이명박 정권이 18대 국회의원 전원 등 민간인을 사찰해 1000명의 인사 동향 자료를 수집하고 국정원이 이를 관리토록 지시했다면서 진상규명을 주문한 데 이어 16일엔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특별결의안도 공동 발의했었는데, 같은 날 국회에 출석한 박지원 국정원장까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의 불법성 여부에 대해 “직무범위를 이탈했기 때문에 불법”이라며 여당에 한층 힘을 실어줬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원장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사찰이 이어졌을 가능성에 대해 “지속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한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불법사찰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없었다”고 답변하면서 지난 2008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의 노 대통령 친인척 사찰도 국정원 직원의 자발적 개인행동으로 해석했는데, 다만 김병기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로 비쳐질 것을 의식한 듯 박 원장은 “선거에 연결되지 않도록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과 국정원이 연일 MB정부 사찰 사안을 거론하고 나서자 당시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이를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공작으로 보고 있는데, 18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유권자 1007명에게 조사한 보궐선거 성격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 따르면 선거가 진행될 서울에서 국정안정론은 35%로 나온 반면 정권심판론이 44%를 기록하고, 부산에서도 심판론이 안정론보다 4%P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여당이 이를 선거용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지난 15일엔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정진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 명분으로 국정원 메인컴퓨터는 물론 직원들의 컴퓨터까지 탈탈 털렸는데 그때도 나오지 않던 국회의원 동향 사찰 문건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나”라며 “민주당의 선거공작 이력은 화려하다. 국정원이 불 지피고 여당 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걸 보니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는데, 이에 김태년 원내대표는 1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MB정부 불법사찰 의혹은 2017년 10월부터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이 국정원에 파일 공개를 요구해 시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원내대표는 당시 국정원이 미행·도청 등 불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다는 전날 MBC보도 내용까지 인용해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서 범죄 행위를 덮을 순 없다. 정치공작 운운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야권을 몰아붙였으며 여당 의원 50여명은 같은 날 성명서까지 내고 불법사찰 의혹 규명 특별법 입법을 천명했는데, 그러자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박민식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김대중 정부 국정원의 불법 감청 의혹을 수사할 때 주임검사였다며 “DJ정부 당시 불법사찰이 없었다는 박 원장의 16일 발언은 거짓말”이라고 본격 역공에 나섰다.

특히 박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은 자체개발한 유선중계통신망 감청장비 R2와 휴대폰 감청 특수장비 카스 R2를 활용했다. 정치인과 사회지도층 인사 1800명의 통화를 무차별 도청했고 이 같은 사실은 모두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며 “박 원장의 행태는 국정원법 11조 정치관여죄에 명시된 특정 여론 형성을 위한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4월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국정원이 짬짜미로 정치공작을 하려 한다면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동석한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아예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불법사찰을 중단하란 지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부도 사찰을 이어갔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한 박 원장의 발언을 그대로 되돌려 “노무현 정권에서 (이전 정부의 사찰을) 중단하란 지시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노 정권에서도 계속됐을 개연성이 높다. 문 대통령이 노 정부 민정수석인 만큼 국정원에 불법사찰 중단 지시를 했는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 가덕신공항 원안 처리 적신호에 막말 논란까지…안 풀리는 與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처럼 MB정부 사찰을 고리로 국민의힘을 압박하려던 여당이 도리어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유죄 판결을 받았던 DJ정부의 불법사찰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되면서 거꾸로 수세에 몰리게 됐는데, 박 원장마저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인 박형준 전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의 사찰 연루 가능성엔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언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지난 17일 안민석 의원이 YTN라디오에 나와 “박형준 당시 수석이 이 사안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며 연일 군불을 뗐지만 박민식 후보를 필두로 펼쳐진 야당의 배수진에 하루 만에 진퇴양난의 국면에 처하게 됐다.

그럼에도 여당이 ‘MB정부 사찰’ 의혹을 이 시점에 제기한 데에는 여러 여론조사에서 접전 양상도 나오는 서울시장 선거와 달리 부산시장 선거 판세는 대체로 국민의힘 후보가 선두를 차지하면서 판세를 뒤집기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나마 부산 표심을 끌어들였던 민주당의 가덕도신공항 공약조차 특별법 통과를 앞두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지역 기업 특혜 조항 삭제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민주당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초조한 속내는 김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내가 부산을 또 가야 되겠네”라며 한숨을 쉬었던 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국회 교통법안 심사소위에서 특별법 원안이 통과되지 못하자 우원식 위원장 등 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위 소속 의원들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신공항은 2014년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2017년 김해신공항 예타 조사 등을 거치며 이미 필요성이 검증됐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조기 착공 등을 담은 민주당 원안대로 처리돼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급기야 민주당 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는 18일 국회 앞에서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비단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문제 외에도 민주당은 18알 박진영 상근부대변인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오세훈 후보를 향해 “1년짜리 시장을 뽑는데 생X랄 공약을 다 내놓고 있다”고 막말하는 돌발 악재까지 맞게 됐는데, 당 공식 논평이 아니라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이라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고 결국 박 부대변인이 해당 글을 삭제하고 “과한 표현은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끝까지 “시장공약으로는 너무 황당하잖나”라고 덧붙여 국민의힘은 박 부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무엇보다 박 부대변인이 지난해에도 진중권 교수를 겨냥해 중국 후한 말기에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던 ‘예형’을 거론한 논평을 냈다가 구설에 오른 적도 있었던 만큼 국민의힘에선 이날 황규환 상근부대변인이 “민주당은 국민 앞에서 사과함과 동시에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으며 나경원 예비후보도 “이 대표가 이렇게 하라고 지시했나. 욕설까지 나왔는데 사실 이 정도면 당의 방침으로 봐도 무색할 정도”라고 한 목소리로 여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 신현수 ‘사의’ 고수도 당청에 난제…‘내부 불협화음’ 수습 안 돼 난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후보자가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박범계 후보자가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사진 / 박상민 기자

이 뿐 아니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교체를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섰던 당청은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과 검찰 인사 문제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된 지 불과 두 달도 안 돼 사의를 표명하면서 외부에 법무부와 검찰 갈등이 재발한 것으로 비쳐지는 데 대해서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정부 최초로 검찰 출신 인사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며 검찰과의 갈등을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추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격하게 충돌했던 갈등 양상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인데, 당시 추 전 장관이 강하게 대응하면 할수록 당청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신 수석 파동에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유권자 1019명에게 진행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한 주 만에 3.8%P 반등하며 55.2%로 오른 반면 긍정평가는 2.7%P 내린 40.9%에 그쳤는데, 박 장관의 ‘신 수석 패싱’ 논란 등도 이번 지지율 추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신 수석이 문 대통령의 반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의 표명을 철회하지 않은 채 18일 휴가를 떠나버리자 청와대부터 박 장관까지 한 목소리로 그를 달래는 촌극까지 벌어졌는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충분히 숙고하고 본래 모습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으며 박 장관도 같은 날 오후 법무부 과천청사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과) 얼마든지 따로 만날 용의가 있다. 민정수석으로 계속 계셔서 문 대통령 보좌를 함께 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나름 인사 관련 소통방법에 대해 구체적 입장과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검찰총장이든, 민정수석이든 다소 미흡했다. 제가 더 소통하겠단 말씀을 드린다”고 공언했는데, 신 수석이 끝내 사임 입장을 견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설령 사표를 자진 철회해도 장차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를 놓고 이번과 같은 논란이 재발할 수 있어 선거를 앞둔 당청의 속은 계속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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