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과거사 등 치열한 접전 예고

`변화와 개혁' 시대적 화두를 안고 100일간의 대장정 돌입 4.15총선을 통해 여대야소(與大野小) 의석 분포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은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국가보안법 개폐, 친일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을 비롯한 과거사관련 입법, 언론개혁 입법,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등 개혁 입법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한나라당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또한 사립학교법, 남북류협력법, 공직자윤리법, 의문사진상규명법 개정 등을 놓고도 여야간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정기국회는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사모펀드(PEF) 도입을 위한 간접자산운용업법 개정안, 재래시장육성 특별법 제정안,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 관련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정통민주개혁세력이 입법부의 과반을 차지한 후 열리는 첫 정기국회로서 민생경제살리기와 개혁입법에 매진하겠다"면서 "서로 주장이 다른 부분은 끈질기게 토론 협상하되, 끝내타협이 안되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처리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하면서국익과 민생에 역점을 두도록 하겠다"며 "정당한 토론 없이 수로 밀어붙이겠다면 온몸을 던져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9월 1일 정기국회 개회식을 가진뒤 상임위 활동을 벌여 9월 22일과 23일께 지난해 세입.세출과 기금, 예비비 등에 대한 결산을 처리하고, 10월 4일부터 3주간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국회는 이어 10월 25일 새해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듣고 2005년도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며, 10월 26,27일 양일간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실시하고 10월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대정부질문을 벌인다. 국회는 12월1,2일께 새해 예산안을 처리한뒤 12월 8일과 9일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하고 폐회할 예정이다. 개혁입법에 대한 여야간 입장. ▲국가보안법 열린우리당은 내달초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최종결정한 예정인가운데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이적표현물 제작.반포죄 등 독소조항을 삭제하고,반국가단체의 정의중 `정부 참칭'부분을 삭제해 북한을 반국가단체에서 제외할 수있도록 하는 개정안과 전면폐지안을 놓고 소속 의원들간 양보없는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이 상당 정도 사문화돼 상징성만 남아있는 수준이 된만큼불고지죄, 찬양.고무죄 등 일부 시대흐름에 뒤떨어지는 부분에 대해서만 개정하자는입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최근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찬양고무죄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걸 계기로 `폐지 불가'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이미 당론으로 정했다. ▲언론개혁 열린우리당은 신문개혁에, 한나라당은 방송개혁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방송-신문 대리전'으로 비쳐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우리당은 3개 신문의 시장점유율을 60%로 제한하고, 신문사 사주의 소유지분 상한선을 30%로 설정하는 내용의 언론개혁입법을 검토중이며 신문시장 정상화방안으로신고포상금제, 공정거래위 조사요원 확충, 신문고시 강화, 경영자료 신고 의무화,부가가치세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방송의 공정성 확보방안으로 KBS수신료의 통합공과금 분리납부, MBC민영화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문사 소유지분 제한 등에 대해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역행하는 것이자 `언론 길들이기'라고 간주, 반대하고 있다. ▲친일진상규명법 우리당은 지난 3월23일 국회를 통과한 친일진상규명법이 발효되는 내달 23일 이전에 진상규명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방침이다. 또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을 제정, 1945년 해방이후부터 지금까지 국가폭력과 인권유린, 의문사에 대한 진상조사작업을 실시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은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 개정에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친일진상규명법이 올해 초 제정된 만큼 일단 발효, 시행한 후개정 여부를 추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사 규명에 있어선 객관적이고 검증된 학자들로 구성된 독립적 기구에서 친일행위 뿐만아니라 용공.친북활동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산업화세력의 공과에 대해서도 평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고비처) 신설 열린우리당은 성역으로 간주되고 있는`권력부서' 핵심 공직자들의 비리와 부패를 척결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고비처 신설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게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의 극심한 반발이 있다면 현직검사를 고비처에 파견해 수사 및 기소권을 행사하도록 하는절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고비처 정부안 자체에는 반대하되, 대통령 측근 및 친인척 비리조사를 위한 고비처에 대해선 찬성한다는 쪽이다. 또한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해선특검제 상설화 등을 통해 처리하자는 것이 당론이다. ▲사립학교법 우리당은 초.중.고교와 대학의 교직원 임면 문제와 관련해 교원인사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학교장이 제청한 사람을 이사회에서 임면토록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또한 법인 이사장과 그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은 해당 법인학교장으로 취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이사회의 친인척 비율을 현행 3분의1에서4분의1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를 재정자립도와 학교 교육여건 등을 감안해 독립형, 의존형, 공영형, 공립전환대상 등 4개로 분류, 차별운영하는 방안을 입법화하기로 했다. 독립형은 학생선발권과 등록금 책정권 등 학교 운영과 관련해 자율성을 최대한보장받고, 의존형은 재단 전입금 비중이 5% 이상이어서 자율성이 존중되기는 하지만공공성이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또 공영형은 재단 전입금 비중이 5% 미만으로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며, 공립전환대상은 사학재단의 비리가 유죄로 확정되거나분규의 장기화로 학교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으로 공립 전환을 추진키로 했다. ▲공직자윤리법 열린우리당은 고위공직자 주식에 대한 백지신탁제 도입을 추진하되 단순히 신탁기관에 맡겨 놓는게 아니라 신탁기관이 처분까지 할 수 있도록하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17대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백지신탁제를 적용해야하되, 재경위와 정무위 등 경제관련 상임위에 속하지 않는 의원의 경우 백지신탁제 대상에서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백지신탁제는 추진하되, 취득경위 등의 공개는 반대키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신탁 대상에 주식 뿐만아니라 부동산도 포함시키기로 하되 신탁기관에 `처분권한'까지 주는데 대해선 조심스런 입장이다. ▲기금관리법 열린우리당은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연기금의 주식.부동산투자를전면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정기국회 초반에 반드시 처리한다는방침이다. 한나라당은 연기금의 주식 및 부동산 투자 전면 허용에 반대키로 하고 오히려기금운용에 대한 국회심의를 강화하는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방안은 경제침체와 증시실패를 덮고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려는 것으로, 이럴 경우 공적 연금의 안정성을 훼손.부실화하는 등 `제2의 카드대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등 세법 한나라당은 당초 내년부터 적용키로 한 법인세 2%포인트 인하방침을 올해 1월부터 소급적용하고 법인세 최저한세율도 2~3% 포인트씩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소비활성화를 통한 내수진작을 위해 공기조절기(현재 20%), 프로젝션 TV, PDP TV(현재 8%), 녹용 및 로열제리, 향수 (현재 7%) 등의 특별소비세를 면제하고, 현재9~36%인 소득세율을 6~33%로 3% 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되 우선 올해는 전반적으로 1%포인트씩 낮추거나 소득세 과세표준 기준금액을 현재보다 25~30% 상향조정키로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법인세 및 소득세 감세정책에 대해선 반대하고 있다. 세금감면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며 장기간이 소요된다는게 우리당 주장이다. 대신 우리당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경기대응책이라며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 우리당은 공공택지내 25.7평 이하의 공영 아파트와 민영아파트에 원가연동제(분양원가 상한제)를 실시하되 분양원가의 주요 항목을 공개키로 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한나라당은 분양가 자율화는 유지하고 공공아파트는 공공성을 감안해 분양원가의 세부항목까지 공개하되, 민간아파트는 시장원리에 따라 시장자율에 맡기는 방안쪽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 정기국회 의미와 전망 이번 정기국회는 지난 4.15총선을 통해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의회의 권력지형이 바뀌고, 여성을 비롯한 정치신인을 중심으로 급격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가운데열린다는 점에서 의정 전반에 걸쳐 변화의 물결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개혁입법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권이 강도높게 추진할 개혁드라이브 속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의목소리가 이념적 대척점에 있는 한나라당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가느냐도 이번 정기국회에 쏠린 국민의 관심이자 정치권이 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일단 여야 모두가 개혁의 당위성에는 뜻을 일치하면서도 개혁의 방향과 속도를놓고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대립과 반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생의 구호 대신 저마다 `결전'을 다짐하고 있는것도 태생적 차이와 상충하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간극을 좁히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정통 민주개혁세력이 의회권력 교체를 통해 입법부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후 열리는 첫 정기국회"라며 "경제살리기와 함께 역사적 임무인 개혁입법을 완수해 개혁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노무현(盧武鉉) 정권 1년6개월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하는 자리"라고 전제한 뒤 "여당의 악법과 졸속입법 시도는 저지하되 정책을 놓고서는 정의로운 경쟁과 토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특히 친일진상규명법 개정 등 과거사조사 문제를 비롯, 행정수도 이전과국가보안법, 언론관계법, 정치관계법 등 굵직한 국가적 주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못하고 있어, 우리당이 이들 법안에 대한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정국이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끝까지 하다 안되면 표결에 부치고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으나,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정당한 토론없이 수로 밀어붙이겠다면 온몸을 던져 저지하겠다"고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상생보다 투쟁이 우선시되고 있지만, 여야가 지난 16대 때처럼 국민을절망에 빠트리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대치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과거의 계보, 보스정치가 종적을 감춘 상황에서 초선 당선자가 전체 의석(299명)의 62.5%(187명), 여성 당선자가 역대 최다인 13%(39명)를 차지하고 있는 달라진 정치환경이 이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기국회 폐회를 기점으로 여당의 과반 유지 여부가 걸린 내년 2월 중순의 국회의원 재보선 정국이 시작된다는 점도 극한의 정쟁 가능성을 줄이는 시기적 요인으로꼽힌다. 이런 점에서 미뤄 17대 첫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당은 주요 사안별로 여론을 살피며 당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는 차별화 전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우리당은 30일 정기국회 워크숍을 열어 상임위별로 취합된 개혁 관련 입법을 압축, 100대 개혁과제를 정하고 한나라당은 같은날 의원연찬회에서 정기국회 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보.혁간 의회권력 지형이 처음으로 역전된 올 정기국회에서 여야 각 정당이 국가보안법과 언론관계법 개정 등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정국 현안 처리를 놓고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갈등하면서 새로운 국회의 상을 정립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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