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C,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관련 10년간 수입·생산 금지 결정
거부권 기대하는 SKI VS 적극합의 촉구하는 LGE
“전기차 배터리 선도 국가 기업간 소송 애매한 선례 남기면 후발주자에게는 ‘기회’”

미 ITC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를 10년간 수입·생산 금지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이 거부권을 기대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DB
미 ITC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를 10년간 수입·생산 금지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사진 좌, 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은 바이든(사진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기대하고 있고 LG에너지솔루션(사진 우, 김종현 대표)은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설날 연휴 새벽(11일)에 미국 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조기패소 인용결정 당시 5년 수입·생산금지가 10년으로 늘었고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급분에 대해 포드는 4년, 폭스바겐은 2년 유예를 줬다.

미ITC 결정이후 증권시장이 개장한 15일 오전 패소한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대까지 빠졌다가 최종 4.22%하락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장초반 전 거래일 대비 4%대 상승했다가 최종 3.13% 증가했다.

■ SKI, 10년간 수입·생산 금지되면 시장 성장속도 따라갈 수 있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1600억 달러(176조3520 원, 2021년 2월 15일 기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2030년까지 215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10년간 미국으로 배터리 수입과 생산이 전면 금지 되는 동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성장한다는 뜻이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업계내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같은 사례로 유럽 등 주요국에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진행하면 같은 결과가 나오거나 소송 과정중 SK이노베이션 불확실성이 강화되면서 악화일로를 겪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거부권 기대하는 SKI…바이든 지적재산권 ‘자기부정’ 가능할까

SK이노베이션은 패소 결정 입장문을 통해 "이번 ITC 결정이 미국의 관련 산업 생태계 발전 및 전기차 소비자 안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달할 계획"이며 "미국 조지아에 건설하고 있는 배터리 공장은 최고 50억 달러가 투자돼 최대 6000여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을 적극 전달할 방침을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내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및 일자리 정책에 제동이 걸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미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도 저해 된다고 주장하겠다는 것.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딱 한 차례로 지난 2013년 6월 애플이 삼성전자 무선통신 기술관련 표준 특허를 침해한 것이 ITC에서 인정됐지만 당시 오바마는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를 무효화 했다. 오바마는 표준특허 권리 남용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지만 자국기업 편들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바이든은 대선 공약으로 지적재산권을 거론한 바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지적재산권 침해로 압박해 가겠다는 의도로 비춰지는 데 LGE와 SKI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은 지적재산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차이를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자기부정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친환경 정책기조는 전기차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배터리 공장 때문에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기조를 버리기는 힘들다는 것.

또 거론되는 문제로 조지아 주의 일자리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 큰 압박이 될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바라보는 정책 추진에 있어 방향성이 다른데 조지아주 일자리 때문에 연방정부가 전체를 뒤집는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 LGE, 합의 원하지만 SKI가 하기 나름…“적당히 하면 배임논란도”

LG에너지솔루션은 미ITC 결정이 나온 이상 합의를 보더라도 투자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할 뜻을 내비췄다. 적정 합의 수준 이하라면 LG에너지솔루션도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가 무산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ITC 결정 결과를 토대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품목에 대한 미국 내 사용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국내외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ITC 결정 이후 입장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ITC 최종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부합하는 제안을 함으로써 하루빨리 소송을 마무리하는데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작년 2월 조기패소 결정에 이어 이번 최종 결정도 인정하지 않는다면 소송을 계속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모든 책임이 전적으로 경쟁사에게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간 합의금 규모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찌라시’ 등 정보지 형태로 전해지고 있는데 소송전 양사가 생각하는 합의금 차는 많게는 10배가량 차이가 났다. 미 ITC 결정 이후 양사가 생각하는 합의금 규모와 방식의 차이를 어떻게 줄여 나갈지도 주목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간 소송전은 국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국내 업체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에서 이번 판례가 애매모호한 상태로 끝나면 후발주자들이 이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양사간 소송이 끝까지 간 것은 어떤 의미로는 잘된 일”이라며 “ITC결정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양사간 합의에는 전향적으로 임해야 서로 큰 출혈 없이 이 사태가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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